논평_
FTA 4차협상 관련 26, 27일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0.28)
등록 2013.08.29 15:28
조회 279

 

 

 

마지막까지 실망스러운 방송3사 FTA협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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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4차 협상 막바지인 26일과 27일 방송3사의 보도는 여전히 협상 내용과 결과를 단순 중계하는 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8개 분야 중 13개 분야의 협상이 끝난 26일, MBC와 KBS는 일부 협의가 진전된 분야를 중심으로 협상내용을 소개했고, SBS는 분야별 협상내용을 나열식으로 보도했다. KBS가 '뉴스·영화 서비스분야'에 대한 미국의 개방 압력을 따로 한 꼭지로 다룬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다.
이어 4차 협상이 끝난 27일에도 방송 3사의 보도는 양측 협상 대표의 4차 협상 평가를 전하는데 그쳤다. 다만 KBS가 5차 협상을 전망하는 보도를 한 꼭지 덧붙였으나 이 보도에서도 미국의 개방 압력을 무비판적으로 다뤘다.


방송3사, 협상 마지막까지 '중계식 보도' 못 벗어나
26일 FTA관련 보도를 '특보'로 다룬 MBC <개방요구 철회>는 "미국이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13개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개방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전문직 자격을 서로 인정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협의가 이뤄진 부분을 중심으로 다뤘다. 또 "미국이 2차 협상 당시 자동차 개방을 약속했기 때문에 결국 개방할 것"이라며 다음협상부터 '빅딜'을 통한 주고받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이 끝난 27일 보도 <"개성공단 논의없다">에서는 커틀러 대표의 '개성공단 논의 불가' 입장을 비중 있게 다루고, 미국 측의 농업개방에 대한 불만과 쇠고기 수입재계요구를 전했다. 이어 MBC는 "자동차 문제 등 불만이 있었지만 앞으로 실질적인 협상 기반이 마련됐다"는 김종훈 대표의 평가를 보도했다.


KBS의 26일 보도 <서로 귀 기울이기>도 금융 분야의 협상 진전사항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KBS는 "합의된 사항은 없었지만, 의견차이가 좁혀졌다"며 국책은행에 대한 금융 분야 합의를 소개하고 산업은행과 농협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의약품 분야에서는 우리의 요구에 미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세이프 가드 부분에서 조금의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이 보도에 이어 KBS <'뉴스·영화 풀어라'>에서는 "(미국의) 뉴스 서비스와 스크린쿼터에 대한 공세가 강화 됐다"며 외국뉴스통신사의 국내직배금지 및 투자제한 완화, 정기간행물의 배급목적 국내 지사 설립, 위성·유선방송 외국인 지분제한 폐지, 온라인콘텐츠 개방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측의 대응에 대해서는 보도 말미에 한국 측이 미국 측 요구에 대해 온라인콘텐츠 부분의 일부개방과 국내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개방불가 입장을 전했다는 사실만 간단히 다뤘다.
27일 보도 <핵심쟁점 제자리>는 "아쉬움도 있지만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 양국 협상단의 공통된 평가"라며 공산품, 농산물, 금융, 자동차, 의약품, 반덤핑 등 분야에서 일부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전하고, 농업, 섬유, 개성공단 등 분야의 쟁점은 제자리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보도한 <5차 협상 전망은?>에서는 쟁점으로 남아있는 몇 가지 분야를 나열하며 5차 협상 결과를 예견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개방 압력 전략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 보도는 "미국이 거부한 우리의 농산물 개방안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공산품과 섬유 개방안에 비해 한국의 농산물 개방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미국의 주장을 소개했다. 또 미국이 우리 농산물 개방수준에 맞춰 섬유분야 개방 폭을 넓힐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섬유분야 개방안을 갖고 우리 농산물의 개방 확대를 압박하는 미국의 전략을 아무런 분석 없이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우리가 섬유분야 개방 확대를 위해 농산물 개방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처럼 해석될 우려가 있다.


SBS는 26일 보도 <합의 없이 5차로>를 통해 "무역구제 분야에서 반덤핑, 상계관세 남용 등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세이프가드 협상도 지지부진했다"고 평가하고, 공산품 관세철폐안도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의약품, 금융, 농산물 분과 등에서 협상이 일부 진전된 부분을 소개하고, 주요 쟁점은 5차 협상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7일 <다음 협상 토대 마련>에서는 "상품양허안의 불균형 해소, 농업 분과의 통합 협정문 작성과 특별세이프가드 도입이 수확이었고, 섬유와 무역구제 분과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해 아쉽다"는 김종훈 한국측 대표의 평가를 전했다. 아울러 "자동차 부분의 안전기준 작업반 설치 합의, 통관절차, 반부패 규정 등의 입장차 축소 등 좋은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와 "개성공단은 앞으로 협상할 뜻이 없다"는 커틀러 미국측 대표의 평가를 보도했다.


'빅딜'에 대한 진단·분석 나서야
한미 FTA 4차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방송사들의 관련 보도가 한미 양측에 대한 '기계적 균형'을 맞추며 '협상중계'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거듭 지적하고 적극적인 심층보도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방송 보도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으며 반FTA 시위와 관련해서는 '충돌'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5일 동안 18개 분과에서 다뤄진 내용과 한미 양측의 논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 협상 결과 등에 대해 방송3사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충실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자문해 볼 것을 촉구한다.


한편, 이번 4차 협상에 대해 방송3사는 대부분 한미FTA의 올해 안 타결은 어렵다고 보고, 이후 협상에서 '빅딜'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핵심쟁점을 제외한 내용에 대한 가지치기"가 이번 4차 협상의 전략이라는 김종훈 대표의 발언에서도 쟁점 분야의 '빅딜'이 예견된다. 지금까지 드러나는 정황으로는 미국 측의 공산품, 섬유 분야 개방 확대와 우리 측의 농산물 개방 확대,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 문제 등을 '빅딜' 대상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FTA 4차 협상이 진행된 5일간 이 '빅딜'을 심층적으로 다룬 방송보도는 없었다.
단순히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양보한다'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 예를 들어 농산물에 대한 무분별한 개방은 단순히 농업의 피해뿐 아니라 우리의 식량주권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의 타결만을 목표로 한 섣부른 '빅딜'의 위험성을 분석·진단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방송사들이 그동안의 한미 FTA 협상 내용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지는 충실한 보도를 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끝>

 


2006년 10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