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미FTA 4차 협상’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0.26)
등록 2013.08.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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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협상력만 키우는 ‘맹목적 FTA체결’ 보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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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한미FTA 4차 협상이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협상은 시작부터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미국은 의약품 분야에 이어, 소고기와 영화 분야 등에서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공산품 1천여개 품목 관세 즉시 철폐’를 제시해 전향적 자세를 보인 듯하지만 우리에게 핵심 품목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를 제외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실익이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협상의 쟁점이 무엇이며 미국의 요구 사항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등 4차 협상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적 분석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 신문은 한미FTA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부각하면서 미국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협상 전망이 밝은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 등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미 FTA체결로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자국 협상단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이들 신문들은 반FTA 시위대의 ‘과격성’, ‘시민불편’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부의 시위 허용을 비난하고 경찰의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나아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해 ‘좌파’, ‘친북반미주의자’ 운운하며 색깔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처럼 한미FTA 4차 협상과 관련한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의 보도는 정확한 분석기사는커녕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는 ‘함량미달’ 보도라 할 수 있다. 


조선일보, FTA 협상의 낙관적 전망 부각
조선일보는 한미FTA 4차 협상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FTA반대 시위를 정부가 허용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점을 부각했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 21일 조선일보는 23면 기사 <농산물·섬유 등 빅딜 ‘숨고르기’>를 통해 한미FTA 4차 협상에서 양측이 “서로 제시했던 과도한 요구들을 거둬들이고, 서로가 수용 가능한 실질 협상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할 계획”이라며 “5차 협상에서 벌어질 ‘빅딜’을 위한 준비단계가 될 전망”이라고 협상 진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또 25일 b4면에서도 전경련 보고서를 인용 <한·미 FTA 업종별 손익 분석/ “섬유 대미수출 최대 4억달러 늘어”>라는 기사를 싣고 한미FTA 체결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기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섬유·의류 제품의 대미 수출이 연간 최대 4억달러(3800억원) 늘어나고, 디지털TV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수출도 확대될 것”, “특히 원산지 규정 같은 비관세 장벽까지 완화되면 미국 수입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도 증가, 연간 기준으로 초대 4억 달러까지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장미빛전망이 부각됐다.
반면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등은 체결 효과를 별로 보지 못할 것’, “FTA 체결 후 처음에는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도 있다”, “전자의료기기와 계측기 같은 첨단 기기 업종은 상당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덧붙이는 데 그쳤다.


한편 23일 2면 기사 <시위에 붙잡힌 서울>은 “도대체 언제까지 서울 도심이 시위대에 점령되어야 하는가”라며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부각한 뒤, “서울지방경찰청은 교통 체증이 뻔히 예상되는 이날 집회신고를 보두 허가”했고, “시위대가 신고된 차로를 벗어나 행진을 감행하는데도 수차례 경고방송만 반복할 뿐 속수무책”이라고 경찰의 대응을 비난했다.


미국 협상력만 높여주는 동아일보의 “안보-FTA 연계론”
동아일보는 북한 핵실험 사태와 한미FTA를 연계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한미FTA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정작 4차 협상은 단순 보도했다. 또 한미FTA 반대 진영에 대해 색깔공세를 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21일 4차 협상을 전망하는 기사에서 ‘대다수 전문가’라는 익명의 취재원의 입을 빌어 “한미 FTA를 체결하는 것이 경제뿐 아니라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설 <한미 FTA, ‘북핵 위기’일수록 중요하다>에서도 “북한 핵실험으로 한미 군사동맹과 함께 경제협력 분야의 FTA가 갖는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한미 FTA의 조속한 타결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기반이 되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사설은 한미 FTA 체결 반대 진영에 “이념적으로는 친북반미주의자들이 상당수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북의 핵 보유를 지지하는 친북단체 지도부도 포함”됐다면서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무책임한 선동에 맞서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지켜내고, 한미 FTA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국익”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앞서 20일 동아일보는 <“FTA 반대파가 노리는 건 반미”>라는 기사를 통해 ‘선진화국민회의’라는 단체가 발간한 「한미 FTA 대한민국 보고서」에 실린 “한미 FTA 반대 집단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반미이며 이들 뒤에는 자유시장경제와 개방화를 통한 선진화를 막는 좌파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머리말을 부각하기도 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25일 6면 <미 “개방품목 1000개 더 확대”>에서 미국이 1000개가량 상품의 개방 시기를 한층 앞당기기로 해 한미 FTA 협상이 ‘활기를 되찾았다’면서 미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반FTA 시위 ‘강경대응’ 촉구 
중앙일보도 북한 핵실험과 한미FTA 협상을 연계시켜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반FTA 시위로 인한 ‘시민불편’을 부각하면서 경찰의 강경대응을 요구했다.


23일 사설 <북핵 위기로 더욱 중요해진 한․미 FTA>는 “북핵 위기로 한·미 FTA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해서 협상이 외부적 요인의 영향에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한·미FTA 체결이 그 자체로 경제적 효과가 크거니와 양국의 경제적 결속을 통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효과도 작지 않다”, “북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한․미FTA의 외교안보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사실상 한미FTA 협상을 안보 문제와 연결시켰다. 


중앙일보는 한미FTA 반대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처를 비난하면서 강경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24일 기사 <방파제용 콘크리트로 1만여 명 시위대 막아>는 “중문단지 일대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립하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 관광객과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며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만 강조했다.
또 반FTA 시위 때문에 ‘제주도 이미지가 훼손’되고,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시민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부각했다. 나아가 25일 사설 <과격해지는 시위대, 눈치 보는 경찰>에서도 시위대의 과격성을 부각하면서 경찰이 시위대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두고 “경찰이 스스로 공권력을 희화화한 것과 다름없다”고 몰아붙였다.


한겨레·경향, 한미FTA 쟁점 분석하고 미국의 무리한 요구 비판
반면 한겨레신문은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 측이 내놓는 새로운 요구조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정치인과 신문들이 한미FTA와 북한의 핵실험을 연계시켜 ‘협상 체결’을 역설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겨레는 지난 17일, 1면과 2면을 통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미 FTA 체결로 의약품 피해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이며, 미국 쪽이 뼛조각이 포함된 소고기까지 수입을 승인해 달라고 요구해 이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면서 미국 측 요구의 문제점을 다룬 바 있다.


이어 24일 1면 <미, 영화산업 추가 개방 요구>와 2면 <무역장벽 낮추려 영화 ‘희생’하나>에서도 한겨레는 미국 측이 “스크린쿼터 일수를 다시 늘릴 수 없도록 못박고,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상영을 전면 개방하는 등 사실상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국은 “무역구제 부분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영화분야를 양보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1면 기사에서 4차 협상 첫날 “공산품 개방에 대한 미국 쪽의 소극적인 태도에 우리나라가 반발하면서 상품무역분과의 협상이 중단”되었다고 보도해 미국의 일방적 태도를 드러냈다.


한편 19일 19면 기사 <핵우산 받고 FTA 내주기?>에서 한겨레는 정치권과 협상단 일각에서 일고 있는 한미FTA 협상과 북한의 핵실험을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을 전한 데 이어 23일 사설 <한-미 FTA 협상에 북한 핵실험을 갖다 붙여서야>에서는 한미 ‘FTA와 안보 연계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설은 이 주장이 “핵실험으로 모두 불안해하는 틈을 타 미국에 양보하고서라도 얼렁뚱땅 협상을 끝내고 협정을 맺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라며 4차 본 협상에 들어가는 우리 쪽 협상단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불가피론을 펴면서 협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안보연계론’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한미FTA 협상 쟁점을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를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0일 2면 <“미, 5개 공기업 추가개방 요구”>에서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이 19일 조달청 국정감사에서 “한·미 FTA 정부 조달분과 4차 협상에서 미국이 건설서비스의 양허 하한선 인하와 함께 국내 공기업의 추가 개방을 요구”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또 “미국은 안보상 이유로 연안해운업의 경우 자국 건조 선박을 자국민 선원으로만 운항하도록 규정한 상선법의 내국민대우 예외를 주장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해선 전면 시장 개방과 규제 폐지를 요구하면서 자국내항만시설은 지키는 이중적 잣대를 보이고 있다”는 송 의원의 지적을 주요하게 전했다.


이어 25일 1면 기사 <‘최혜국 대우’ 거부하며 차개방 등 파상 요구/ 미 일방 공세에 ‘FTA 교착’>은 “미국이 강경한 태도로 돌변, 분과별 협상이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면서 동아일보 등의 ‘낙관적 전망’을 무색하게 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기사는 미국이 “(협상) 첫날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폐지를 주장한 데 이어 이날 안전기술 작업반의 상설화를 요구하고 최고 수준의 국내 시장 개방을 촉구”하면서도 한국 측의 ‘최혜국 대우’ 조항과 관련한 요구를 거부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음을 설명하면서, “미국이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적극적 공세로 우리측 협상단을 압박하고 나오면서 협상 결렬 가능성마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사설 <한국영화 발전계획, 목표는 거창한데>에서는 우리 측 협상단이 “무역구제 부분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영화분야를 양보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스크린쿼터 축소 동결과 추가개방 등이 추진된다면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는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들이 한미FTA 반대를 주장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FTA 협상에서 한국의 ‘국익’을 조금이라도 더 관철시키기 위해 이들 신문이 노력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신문’이라면 최소한 4차 협상에 나서는 미국 측의 요구사항이 무엇이며, 이것이 왜 한국 측의 반발을 초래하는지,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을 경우 초래되는 부정적인 결과는 무엇인지 정도는 제대로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안보를 위해 FTA를 체결해야 한다”, “시위에 강경대응하라”는 주문이나 하고 있는 이들 신문의 태도는 “무조건 한미FTA를 체결하자”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이며,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다. <끝>
 

 

2006년 10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