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미FTA 4차 협상 관련 24일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0.25)
한미FTA 보도 '기계적 균형'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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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4차 협상 둘째 날인 24일 한미 양측 대표단은 상품분야 협상을 비롯한 14개 분야에서 협상을 계속했다.
이날 방송 3사는 FTA 관련 보도를 KBS는 3꼭지(단신 1건 포함), MBC는 2꼭지, SBS는 3꼭지를 다뤘다. 방송 3사는 중단됐던 상품분야 협상 재개, 반FTA 시위가 격렬해져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 등을 내보냈다. 덧붙여 SBS는 제약업계의 FTA협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뤘다.
24일 FTA 4차협상 관련 보도들 가운데 문제가 있는 보도가 눈에 띄었다.
MBC의 <개선안 제시>는 "미국측이 공산품 1천여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는 '획기적인 개선안'을 들고 나와 협상이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또 "건설적인 협의를 가졌다"는 이혜민 한미FTA 상품분과장, 김종훈 수석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협상이 잘 풀리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개선안 제시>는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숙제가 풀려가고 있다"며 미국이 '협상타결'에 목말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측이 밝힌 수정안이 대폭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안 자체가 우리에게 너무 불리한 내용이었고, 수정안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정안은 여전히 관세 철폐 품목에서 우리 쪽이 가장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자동차 관련 품목을 제외하고 있다. 또 미국은 수정안 제시를 빌미로 자동차, 의약품 등 비관세 분야 양보, 농산물 개방안,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산 인정 등 우리측의 관심 분야 요구사항들을 일축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어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 한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미국측 안에 대해 MBC가 '획기적'이라거나 '협상이 잘 풀려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태도다. 협상타결의 책임이 한국측에 넘어온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측이 획기적인 수정안을 제시했음에도 한국측이 응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S는 웬디커틀러 FTA 미국측 수석대표의 단독회견 보도를 내보냈다. KBS의 <'추가 개방안 제시 가능'>에서는 상품양허안 추가 수정 제시, 농산물, 정부조달 부분, 의약품, 타결 시안 등에 대한 웬디커틀러 수석대표의 답변을 보도했다. 미국측 대표의 발언은 그들의 기본적인 입장과 다르지 않는데 이를 비판적으로 접근해 숨은 의도를 분석하는 보도가 없어 미국측 입장을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
24일 FTA 관련 보도 중 차별성을 보인 보도는 SBS <"제약주권 지키자">였다. 이 보도는 "FTA 협상을 지지했던 제약업계가 협상과정을 지켜보고 반대입장을 밝혔다"며 "이번 FTA 의약품 분야가 미국측의 요구대로 체결될 경우 2년간 9천 6백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고, 국내 제약회사가 고사할 것"이라는 제약업계의 입장을 다뤘다. 의약품 분야는 제약회사의 입장 뿐 아니라 국민건강권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보도해주길 바란다.
한편, 첫째날 보도에 이어 방송 3사 모두 시위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KBS는 단신으로 격렬한 시위로 10여명의 부상이 있었다고 보도했고, SBS <격렬해진 시위>은 가두시위와 충돌, 몸싸움, 경찰의 진압, 촛불시위 등 대치상황을 다뤄 그 전날과 차별성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MBC <부상자 속출>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과정, 대치상황 등을 보여주고, 경찰의 강경진압 장면과 경찰의 폭행에 대한 시민인터뷰 등을 보도했다.
지난 8월 포항건설노조 집회에 참여했던 노동자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는 일이 매년 일어나고 있다. 이번 반FTA 시위에도 경찰이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방송 보도들이 이를 중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경찰의 강경진압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도해주기 바란다.
방송보도는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거나 미국측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접근은 미국의 무리한 요구, 일방적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해 결과적으로 우리 국익을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협상재개나 타결자체가 '성과'라는 시각도 극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협상 타결 여부가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타결했느냐이다. 우리에게 실익은커녕 손해가 되는 조속한 타결은 우리 미래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주기 바란다. <끝>
2006년 10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