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중앙·동아일보의 '한나라당 방미단'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9.28)
등록 2013.08.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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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신문에겐 한나라당 '조공외교'도 기특해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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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메이저 언론'의 한나라당을 감싸기가 낯이 뜨거울 정도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최근 방미했던 한나라당의 이른바 '작통권 방미단'의 미국 활동에 대해 '조공외교', '국가망신'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나라망신 외교행보'를 애써 모르는 척 하거나 엉뚱한 사례를 갖다 붙여 물타기 하는가 하면, 대단한 '성과'라도 있었던 양 보도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의 이른바 '작통권 방미단'의 행보는 정략적 목적을 위해 국익까지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이미 양국의 정상이 합의한 사안이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작통권 환수에 합의했으며 이 문제가 정치문제가 되어선 안된다고 발언했다. 버시바우 주미대사도 26일 열린우리당의 열린정책연구원 초청 간담회에서 작통권 환수와 관련한 재협상은 없다며 다만 '이양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양국 정상회담의 합의를 재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국까지 가서 작통권 환수에 반대한다며 재논의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며, 일반적인 외교관행에도 벗어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우리 내부의 이견만 드러내 향후 작통권 관련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의 입지만 축소시키는 꼴이다.
한나라당 방미단의 활동이 실제로 성과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애초 방미단은 작통권 환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하고 궁극적으로는 작통권 환수 재협상을 주장하기 위해 방미한다고 했으나, 실제 작통권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핵심관계자는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작통권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국무부 인사와 국회의원, 미 기업연구소 등을 방문하고는 전작권에 대한 이들의 개인적 의견이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방미단장을 맡았던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조공외교' 운운하는 몰상식한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우리가 옛날에 중국에 죽지 않으려고 조공도 바치고 책봉도 받아가면서 살아남지 않았느냐. (미 인사들이)귀찮다고 해도 국익에 필요하면 귀찮게 할 것"이라고 발언 했다고 한다. 이 부의장의 이번 발언은 한나라당 방미단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가늠케 한다. 한 국가의 국회 부의장이라는 인사가 이런 비굴하고 시대착오적인 자세로 외교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이른바 '메이저 언론'이라고 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부끄러운 행태에는 침묵하거나 물타기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들 신문은 이 부의장의 '조공외교' 운운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박두식 칼럼(25일)과 사설(28일)에서 '조공외교'가 여당 측의 한나라당 비난용 발언인 것처럼 눙치기도 했다. 만약 이 발언을 정부 인사가 했다면 이들 신문이 이번처럼 조용하게 넘어갔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이들 신문은 한나라당 방미단의 활동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주기까지 했다.
중앙일보는 23일 5면 <발비나 황 "한미관계 끝내려는 것 아니냐"/공화당 의원 "한국, 동맹 아닌 중개인 역할">에서 한나라당 방미단이 전한 미국측 인사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중앙은 "한나라당 측에 따르면 미 집권당인 공화당과 행정부 인사, 관련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특히 한국에 비판적이었다고 한다"며 "노 대통령이 한미관계를 끝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발비나 황), "한국 정부는 미군이 빠지는 걸 기뻐하는 것 같다"(존 틸럴리), "우리는 손님이니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없다"(로버트 리스카시) 등 한미관계에 대한 부정적 의견 중심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방미단의 활동 목적은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의견 청취가 아니라 '작통권 환수'에 반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재협상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앙일보가 부각한 미측 인사들의 의견은 핵심을 비껴간 것이다. 오히려 같은 날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정작 '작통권 환수'에 대해서는 "기차는 이미 출발했다.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문제다"(존 틸럴리), "지금부터 적절하고 정확하고 간격없게 이뤄질 것인가가 중요하다"(로버트 리스카시), "서로가 책임을 나눠 갖고 부담도 나눠 갖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발비나 황)고 말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25일 10면 <"미국 오는 탈북자 제한없이 받겠다">에서 한나라당 방미단이 레스코위츠 북한 인권 담당 특사와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나 대북문제와 관련된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 역시 한나라당 방미단의 주 목적과는 관련없는 북한 인권문제에 기사의 대부분을 할애 했으며, 작통권과 관련해서는 힐 차관보가 작통권 이양시기를 '한국의 상황에 대한 평가결과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심지어 동아 28일 사설 <열린우리당은 방미단 보낼 사람이나마 있나>는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을 편들어 한나라당 당보인지 신문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동아는 한나라당이 전작권 환수에 우려하는 국내 분위기를 전달하고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는 일을 했다며 마치 대단한 성과라도 있었던 양 추겨 세우고, 이를 비판한 열린우리당에 대해 "야당의 방미 활동을 악취 나는 정쟁거리로 삼는"다며 "스스로 방미단을 파견해 미국 조야를 설득할 생각이나 해봤는지, 그럴 인물이나 당내에 제대로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외교성과'를 열린우리당이 부당하게 공격한다는 식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27일 5면 <"미 작통권 시기 재협상 가능 언급">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시기 문제에 재협상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약속을 받아 왔다"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발언을 부각해 마치 한나라당 방미단이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온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만나고 온 인사들의 명단에는 작통권 문제를 주관하는 미 국방부 현직 관리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시기를 재협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은 버시바우 미 대사도 언급한 바 있어 한나라당이 이 정도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굳이 미국까지 간 것을 이렇게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들 신문은 '물타기'로 상황을 호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5일 박두식 칼럼 <뒤죽박죽 된 여야 '자주외교' 공방>에서 한나라당 방미단의 행태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연결 지어 정치권의 '논란'으로 호도했다. 이 칼럼은 최근 작통권 환수로 불거진 정치권의 논란을 '자주외교 공방'으로 규정짓고 이 '공방'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현상' 가운데 하나로 한나라당의 방미단을 거론했다. 한나라당 방미단의 활동이 우리 정부와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이라면 노 대통령도 한국 보수진영과 미국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노 대통령이 방미 당시 한반도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시 작통권 전환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옛날에 미2사단을 인계철선으로 배치해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라고 발언했다며 이 말이 "마치 한국 보수 진영이 미국의 아들.딸들을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다는 오해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발언"으로 "이간질 논란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즉, 한나라당 방미단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노 대통령의 방미 당시 발언을 결부시켜 본질을 희석시킨 것이다.


이번 한나라당 방미단과 관련된 이른바 '메이저 언론'의 행태는 수구보수신문과 수구정당의 '권언유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신문은 자신들이 공격하고 싶은 대상을 향해서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들춰내 대서특필하면서, 정작 한나라당의 국제적 망신에 가까운 방미활동과 '조공외교' 운운하는 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아예 눈을 감고 있다.
한나라당은 차기 집권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거대 정당이다. 이런 정당에 대해 비판적인 역할을 못하면서 '비판신문'을 자처하는 것은 넌센스다. 이들 신문이 '비판언론'을 자처하려면 최소한 비판의 공평성 정도는 견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한나라당의 지도부이자 기자출신이라는 전여옥 의원은 방미활동에 대한 비판기사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아마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이 현장에 계셨다면 그런 글은 안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언론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할 꼴이다. 이런 언론관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집권이라도 한다면 정권과 언론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이다.
한나라당은 '차기 집권이 유력한' 정당답게 더 이상 작통권 환수 문제를 갖고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말고 작통권 환수 이후의 대책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망신외교를 감싸고도는 거대 족벌신문들은 '권력 비판'에 있어 최소한의 균형감각을 갖춘 후 '비판언론'을 자처하길 바란다. <끝>

 


2006년 9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