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9.26)
등록 2013.08.29 14:52
조회 324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부당성 외면, 노-정 대결만 부각
.................................................................................................................................................

 

 


지난 22일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의 전국공무원노조(이하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지침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무원노조 지부 사무실을 폐쇄하는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이에 앞서 행자부는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합법노조 전환조치의 일환으로 사무실 폐쇄조치"를 한다며 사무실 폐쇄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특별교부금 삭감, 지원금 감축 등 범정부적인 행·재정적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행자부의 이번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은 법률적 근거조차 빈약한 무리한 조치다. 공무원특별법에 따르면 공무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 및 가입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특별법에서는 노조설립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설립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거치지 않은 법외노조라고 해서 '불법단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30일 헌법재판소는 "행자부의 지침이 자치단체장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업무협조 요청 또는 견해의 표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 춘천지법에서도 공무원노조 원주지부에서 낸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행자부가 공무원 노조의 사무실 폐쇄를 자치단체에 강제하는 것은 법적 근거도 빈약한 '지침'으로 공무원 노조를 압박하겠다는 구시대적인 행태다. 나아가 행자부의 이번 조치는 공무원노조가 의욕적으로 펼쳐왔던 공직자 부패방지 운동을 위축시키고 지자체장들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를 무력화시키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보도는 이와 같은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정부와 공무원노조의 '몸싸움'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또 일부 신문은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쫓아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단정 하면서 공무원노조를 흔들었다.


조선일보는 23일 10면 <전공노 사무실 117곳 폐쇄>에서 공무원노조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또 일부 지부의 합법전환 등을 거론하며 "장기적으로 전공노가 약화될 전망"이라거나,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정부의 단체협상으로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의 마음은 더 흔들릴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 역시 23일 8면 기사 <'불법' 전공노 사무실 강제 폐쇄>를 통해 공무원노조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동아일보는 일부 지자체가 행자부의 조처와 달리 사무실 폐쇄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23일 12면 <전공노 사무실 강제폐쇄...곳곳 몸싸움>에서 "행자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지자체는 전공노 측과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행정대집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사무실 폐쇄를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2일 12면 <"강제집행""옥쇄투쟁">에서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행자부의 지침과 달리 강제대집행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사무실 폐쇄를 놓고 정부와 전공노와의 갈등이 장기화될 공산도 크다"고 보도했으며, 23일 6면 <전공노 사무실 94곳 폐쇄 상당수 지자체 집행 안해>에서도 "상당수 기초자치단체들은 조합과의 갈등을 꺼려 강제집행에 나서지 않아 사무실 폐쇄조치를 둘러싼 행자부와 전공노의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경향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자치단체들은 되도록 노조와의 물리적 충돌없이 사태 해결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자체들이 강제집행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평화적 사태해결'에 있음을 언급해 동아일보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23일 <전공노 사무실 90여곳 폐쇄...곳곳 충돌>에서 공무원노조 측의 주장과 정부조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 등을 보도해 다른 신문과 차이를 보였다.


방송 3사의 메인뉴스들은 사무실 폐쇄에 대해 경찰, 공무원, 소방관들과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충돌을 중심으로 다뤘다.
방송 3사는 보도 내내 몸싸움, 조합원들이 저항하는 장면, 연행되는 장면을 보여줬다.
SBS <사무실 폐쇄…충돌>은 조합원들이 전경과 대치하는 상황, 소방관이 문을 절단하는 모습, 노조원들이 의자를 집어던지는 장면, 사무실을 부수는 장면, 소화기 분사 장면 등을 보여줬고, MBC <일제히 폐쇄>는 몸싸움, 조합원이 항의하는 모습, 조합원이 계단 난간에서 뛰어내리려는 장면, 소화기 분사장면, 연행 장면 등을 내보냈다. KBS <사무실 폐쇄>도 비슷했다. 의자 방벽을 뜯어내는 장면, 물과 소화기를 분사하는 장면, 여성 조합원이 끌려가면서 저항하는 모습 등 곳곳의 충돌을 보여줬다.


전국공무원노조가 노조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와 행정자치부가 행정대집행을 강행해 사무실을 폐쇄한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는 보도는 없었다. SBS <사무실 폐쇄…충돌>, MBC <일제히 폐쇄>, KBS <사무실 폐쇄> 모두 양 측의 입장을 공방 수준으로 간단히 다뤘을 뿐이다.
다만 KBS <예고된 충돌>이 노조가 설립신고만 하면 합법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행자부 입장과 노조가입대상과 공무원 노동권을 지나치게 제약해 특별법에 의한 노조설립 신고를 거부하고 있다는 공무원 노조의 입장을 보도했고, 5년간 활동해 온 전공노에 대한 사무실 폐쇄 이유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을 간단히 다뤘다.


공무원노조는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정부의 무리한 행정대집행과 언론의 방조 속에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에 나서는 상황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공무원노조를 무조건 불법으로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지난 3월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에 공무원 단결권 확대와 파업권 허용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정책결정자급 공무원의 노조 참여와 공무원의 파업권은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정도의 국제노동기구(ILO)의 안에 대한 논의도 노동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한 행정대집행을 강제하는 것은 공무원 노조의 '설립신고'를 유도하기는커녕 불필요한 충돌을 부르고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테이블에 앉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언론들도 정부의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라는 강경 대응이 법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인지, 공무원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등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공무원 노조가 '불법'이라는 정부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거나, 충돌의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일이다.
(끝)


 

2006년 9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