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동아일보의 '악의적 표적 공세'와 KBS노조의 대응 태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9.11)
등록 2013.08.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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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신문의 '표적 공세', 공영방송 노조가 들러리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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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과 노조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동아일보가 유독 KBS노조에 대해서만큼은 '친노조 신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우호적인 태도로 KBS노조의 주장과 활동을 시시콜콜 보도해주고 있다. 지난 9일에도 동아일보는 우리 단체 신태섭 대표의 KBS 이사 사퇴를 주장하는 KBS노조의 성명서를 기사로 실어주었다.
올 들어 동아일보가 KBS노조와 관련해 실은 기사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정연주 사장을 비판하거나 그의 연임을 반대하는 주장을 담고 있다.


<KBS직원 82% "鄭사장 연임 반대"> (4/6, 2면, 기자 서정보)
<"KBS 鄭사장 경영실패… 갈등만 키워"> (5/31, 8면, 기자 이진영)
<KBS노조 "정연주 사장 연임반대… 출근저지투쟁"> (7/1, 10면, 기자 이진영)
<KBS사장 이대로 가나…노조 "정연주씨 연임 반대" 파업> (7/14, 3면, 기자 이진영)
<KBS - MBC 이사 내정설에 노조 "거수기 만드나" 반발> (8/2, 6면, 기자 이진영)
<KBS노조 "鄭사장 연임위한 人事"> (8/4, 5면, 기자 이진영)
<KBS PD協 '정사장 외압' 진상조사> (8/8, 12면, 기자 전승훈)
<'참여연대가 SK 정보 판매'…KBS 판매용비디오서 무단삭제> (8/18, 6면, 기자 남원상)
<KBS노조 "논문표절 신이사 사퇴하라"> (9/9, 12면, 기자 이진영)


동아일보는 노동자들에 대한 일상적 왜곡보도와 악의적 공격을 펴왔을 뿐 아니라, 특히 공기업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권한인 인사권과 경영권을 넘보는 것은 노동운동의 한계를 넘어서는 월권", "공기업 사장들은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 이면합의로 '떡'을 더 나눠주고, 자신은 '자리 보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당한 자세로 노조의 월권적 횡포와 도덕적 해이를 막아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격렬하게 비난한 바 있다.(4/28 사설 <"공기업 노조 순수성 잃었다">)
이런 동아일보가 KBS 사장 선임을 놓고 KBS노조가 주장하는 근거 없는 예단과 음모론에 대해서는 비판은커녕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 참으로 이율배반이다.


한편 KBS노조는 앞서 7일 신 대표에 대한 동아일보의 '표적 논문 검증' 기사를 그대로 받아 그의 KBS 이사 사퇴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 성명서에서 KBS노조는 동아일보의 악의적인 표적 검증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지적이 없다. 동아일보가 학자 출신의 KBS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 가운데 왜 신 대표의 논문만을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인지에 대해 KBS노조는 최소한의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KBS노조는 지난 7월말과 8월초에는 신 대표를 "공영방송의 기본 전제인 '예산 독립'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등의 거친 표현으로 비난하면서 그의 이사 선임을 반대하더니, 이번에는 "눈물을 머금고 신태섭 이사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할 수밖에 없다",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싸워줄 전사를 잃는 것 같아 노조는 참담하기 그지없다"라는 등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여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신 대표가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싸워줄 전사"로까지 생각했다면 그의 이사 선임을 왜 반대한 것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수구신문의 악의적 공격 한번 받았다고 공영방송 이사직을 물러나야 한다면 나머지 학자 출신 KBS 이사들의 논문도 철저히 검증하자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반 노동자 신문', '공영방송 체제를 위협하는 신문'인 동아일보와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KBS '노조'의 기이한 공조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담할 따름이다.
우리는 KBS노조에 진심으로 충고한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수구신문들이 공영방송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구상'을 하는지 냉정하게 바라보기 바란다. 그리고 신 대표에 대한 이들의 공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수구신문은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싸워야 할 노조가 함께 갈 수 있는 세력이 아니다.
그저 '반 정연주'라는 눈앞의 목표가 같다고 해서 이들의 저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이들의 악의적 표적 공세를 따끔하게 비판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일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영방송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KBS노조가 함께 가야할 집단이 누구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KBS 이사들을 비롯해 방송계 인사들을 제멋대로 '친 정연주' 혹은 '반 정연주'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일, 자신들이 규정한 '친 정연주 인사'에 대해서는 수구신문의 부당한 공격마저 끌어들여 '정 사장 연임 반대'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일은 결국 KBS노조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부디 모든 방송계 현안들을 '정연주 사장'을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반 정연주 투쟁'에 올인 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공영방송의 노조로서 KBS가 지고 있는 사회적 책무는 매우 무겁다. 특히 노동자와 농민 등 사회적 약자들과 관련한 현안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방송사 내부에서 좀 더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동아일보에도 경고한다.
더 이상 악의적인 '표적 공세'를 되풀이 하지 않기 바란다. 동아일보의 공격에 흔들릴 우리가 아닐 뿐더러, 동아일보의 어리석은 공격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갈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9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