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29일 칼럼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에 대한 민언련 논평
저열한 음해선동, 민언련 못이긴다
.................................................................................................................................................
수구세력들의 ‘최민희 흔들기’, ‘민언련 흔들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22일 한나라당, 24일 동아일보에 이어 29일에는 조선일보가 가세했다. 논설위원 정중헌은 <최민희 방송위 부위원장>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고 최 부위원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주장을 늘어놓았다.
정씨는 최 부위원장이 “월간 ‘말’지 기자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 일을 했을 뿐이다”, “시민단체에서 언론을 비판 감시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정도의 일을 한 학자나 평론가는 수백 명에 달한다”며 최 부위원장의 자격을 시비 걸었다.
이어 최 부위원장이 △탄핵 당시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성명을 냈고 △방송위원회가 요청한 한국언론학회가 연구한 탄핵 편파방송 보고서를 심의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으며 △이 보고서가 탄핵방송이 편파적이라고 한 데 대해 비판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공격하는 전위대 역할을 했기 때문에 방송위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우선 우리는 최 부위원장의 경력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 일”이라고 표현한 정씨의 비뚤어진 심성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최 부위원장은 우리 단체의 사무총장과 상임대표를 지냈다. 물론 최 부위원장은 젊은 시절 월간 말 기자로 일하면서 우리 단체의 “사무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10년 이상 한 조직을 이끌던 리더를 이렇게 표현하는 경우는 없다.
‘최 부위원장 정도의 언론감시 활동을 한 학자나 평론가는 수 백 명’이라는 식의 깎아내리기도 마찬가지다. 정씨가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조직을 이끌면서 시민언론운동의 대표성을 얻는 일은 개인적인 비평 활동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아무리 정치적 입장이 다른 상대라고 해도 최소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자세를 갖출 수는 없는가? 조선일보 직원들의 용렬한 행태에 우리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한편 정씨가 최 부위원장을 ‘코드인사’로 몰아붙이기 위해 들었던 몇 가지 사례는 최 부위원장이 방송위원이 될 수 있었던 근거도 아닐뿐더러, 그 자체로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것들이다.
정씨는 최 부위원장이 탄핵 당시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성명을 냈다”고 했으나 엄밀히 말해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탄핵무효를 위해 싸웠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한 사람들은 수백 만 명도 넘는다.
또 당시 방송위원회가 언론학회에 탄핵방송 보고서를 요청한 것은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방송 탓으로 돌리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린 그야말로 ‘정치적 처신’이었다. 이런 방송위의 무소신을 비판한 곳은 비단 우리 단체만이 아니었으며 이런 비판을 부당한 압력인 양 몰아가는 행태야말로 악의적 왜곡이다. 탄핵방송이 편파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언론학회 보고서 역시 우리 단체뿐 아니라 학계와 현장 언론인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편 최 부위원장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공격하는 전위대 역할”을 했다는 조선일보식 표현을 제대로 바꾸면 ‘수구보수신문들의 왜곡보도를 비판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는 뜻이다. 이런 활동 때문에 방송위원이 될 수 있었다는 정씨의 주장은 악의적 음해지만, 시민사회에서조차 주요 의제가 되지 않았던 언론개혁 운동에 앞장선 것은 존경받을 일이다.
우리는 “방송 분야를 30여 년간 취재”해 왔다는 정씨에게 방송법의 일독을 권한다. 아울러 우리 단체가 무슨 일을 해왔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보기 바란다. 방송법은 9명의 방송위원 가운데 3명을 “방송관련 전문성과 시청자대표성을 고려하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국회의장의 추천한 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방송법 제3장 방송위원회 제21조 위원회의 구성 ②항)고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일부 몰지각한 의원은 우리 단체 명칭에 ‘방송’이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최 부위원장의 전문성을 문제 삼았지만, 30여 년간 방송 분야 취재를 해온 정씨는 그동안 우리 단체가 방송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게 아닌가? 정씨가 제대로 기자 생활을 했다면 최 부위원장의 ‘방송관련 전문성’과 ‘시청자대표성’을 문제 삼기 어려울 것이다.
무슨 일이든 이념의 잣대로 정치공세부터 할 생각을 버리고, 비판을 하려면 사실 관계를 정확히 따져 정교하게 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최소한의 수준을 갖고 우리의 상대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덧붙여 정씨에게 충고한다.
우리는 ‘방송위원회가 할 일이 태산 같다’는 정씨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총체적으로 무너져 내린 방송의 위상을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정씨가 방송의 위상을 고민하고 방송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다면 최 부위원장을 깎아내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방송의 공익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최 부위원장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게 앞뒤가 맞는 일이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어떻게든 방송에 진출해 ‘족벌 복합 미디어그룹’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방송 전문기자’로서 정씨가 사주의 뜻과 관계없이 방송의 공익성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공익성’이 무엇인지, 방송 공익성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조언해줄 용의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흔들어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최 부위원장을 흔드는 래퍼토리는 표현만 바뀌고 있을 뿐 똑같다. ‘방송’이라는 말이 포함된 활동을 경력이 없다는 것과 ‘코드인사’라는 주장이다. ‘정권과 코드가 맞다’는 식의 이상한 공격은 우리 단체 활동에 대해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인 만큼 하등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런 무모한 왜곡과 음해의 결과는 뻔하다. 최 부위원장은 조선일보가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인물로 부상할 뿐이다. 지난 수 년 간 조선일보는 우리 단체를 쉴 새 없이 흔들었지만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우리는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공세를 이겨내면서 수구신문에 대한 대항력을 키웠다. 조선일보의 무모한 흔들기는 상대를 단련시키고, 스스로의 용렬함을 거듭 드러낼 뿐임을 명심하라.<끝>
2006년 8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