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시사저널」편집팀 징계 관련 민언련 논평(2006.8.25)
등록 2013.08.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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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상식한 부당징계, 결국 '제 발등찍는' 꼴
 

 


경영진의 삼성관련 기사 삭제로 불거진 '시사저널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과 경영진은 편집국장을 대행하고 있는 장영희 취재총괄팀장에게 무기한 '정직' 처분을 내린 데 이어 24일 7명의 편집국 팀장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렸다. 편집국 팀장 중 편집장 대행을 맡은 김재태 팀장은 '3개월 감봉' 나머지 팀장들은 '서면경고'를 한 것이다.
장영희 취재총괄팀장과 7명의 편집국 팀장들이 이윤삼 전 편집국장의 사표 수리에 항의해 금창태 사장이 주제하는 편집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 징계의 사유다.
앞서 2일 <시사저널> 경영진은 '이윤삼 전 편집국장의 이름을 지면에서 빼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영희 팀장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시사저널> 노조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측은 징계를 하지 않고 노측은 집회 등을 하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노사간 협의를 하기로 물밑협상을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기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상대방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으로 비민주를 넘어서 야만적이다. 사태 해결에 의지가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 징계소식을 들은 기자들은 실명으로 벽보를 붙이고 "당신이 우리들을 모두 몰아내고, 당신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편집국을 새로 구성해 책을 만들면, 그건 <시사저널>이 아니라 <주간중앙>이다"(신호철 기자), "나가야 할 사람은 선배들이 아니라 금창태씨 당신이다. 당신의 지시를 거부하고 있고, 당신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나도 징계해라!"(고제규 기자) 등 경영진이 내린 징계의 부당성, 편집권 침해를 비판했다.
재벌의 외압을 거부하고 '편집권 독립'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편집국과 기자들의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런 식의 몰지각한 징계를 통해 '언론자유'와 저널리즘 정신의 회복을 위한 기본적인 요구를 압살하는 것은 사태를 점점 악화시킬 뿐이다.
그동안 우리 단체를 비롯한 시민·언론단체와 언론계는 시사저널 경영진의 삼성관련 기사삭제가 '재벌과 언론사 경영진에 의한 명백한 편집권 침해이자 언론자유 침해 행위'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또 재벌의 외압으로부터 편집국을 보호하기는커녕 기사 삭제에 앞장선 금창태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 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금창태 사장은 <시사저널> 문제를 지적한 시민·언론단체와 언론사에 4억 5천만원 가량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반성은커녕 편집권 침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태도다. 자기 기자들을 '언론인'으로 여기지 않고 굴종을 강요하더니, 시민단체들의 언론 자유까지 제압해보겠다는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금창태 사장과 경영진의 이 같은 태도가 결국 <시사저널>의 붕괴와 우리 사회 저널리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의 눈치를 살피며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 요구에 징계로 일관하는 언론사에서 기자들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겠는가? 또 이런 언론사가 내놓는 보도를 독자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시사주간지로서 <시사저널>이 쌓아왔던 공신력을 경영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는 경영진에게 거듭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기자들에 대한 모든 징계를 철회하고, 기자들과 함께 편집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나서라. 아울러 금창태 사장은 지금까지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명예로운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 몰상식한 부당징계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될 것이다.
<끝>

 


2006년 8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