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하중근 포항건설노조원 사망사고 진상조사단 종합결과발표 관련 주요 신문·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8.25)
노동자 죽음 외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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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하중근 포항건설노조원 사망사고 진상조사단'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해 부검결과·목격자진술·현장조사 등을 종합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하중근 씨는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 당시 방패에 뒷머리를 맞고 쓰러져서 경찰 대오 속에 파묻힌 후 둔중한 물체로(소화기 등) 후두부를 가격당한 것"이 사망원인이라고 밝혔다.
국과수가 유족에게도 부검 감정서를 공개하지 않고 경찰에게만 결과를 넘겨 거세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진상조사단의 이번 조사 결과는 국과수의 "직접적인 가격보다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일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와는 상반된 의견이다. 조사단은 "후두부 왼쪽 손상은 뒤로 넘어져서는 생기기 어려운 부위의 상처"라며 여러가지 법의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서중식 법의학 부장도 부검 직후 회의 자리에서 이를 시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경찰은 '넘어진 것이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조사결과 그런 현장사진이나 동영상이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부검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 등의 태도를 취해 이번 사건을 은폐·조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경찰과 국과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에 대해 언론은 철저히 무관심했다. 이번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와 관련해 24일 신문보도(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는 한 건도 없었다.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24일 방송3사의 모든 뉴스를 살펴본 결과 SBS<생방송 투데이>(5:30 저녁뉴스)에서 스트레이트 한 꼭지로 다룬 것이 전부다. 부검결과와 사망원인을 발표했던 8월 3일 2차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MBC, SBS는 단신 한건, KBS는 <포항 건설노조원 사인은 '머리 부상'>이라는 보도를 했을 뿐이다.
우리 단체는 이미 몇 차례의 보고서와 논평을 통해 포항건설노조의 '폭력성'과 '피해액'을 부각시켰던 언론들이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대해 비판 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포항건설노조 공대위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누차 요청했다. 언론은 왜 공권력에 의해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이토록 철저히 외면하는가. 최소한 하중근 씨의 죽음이 "공권력에 의한 타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사실(fact)이라도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얼마 전 포항건설노조 시위현장에서 전투경찰의 집단폭력으로 한 여성이 유산을 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지만 이마저도 방송과 주요 신문들은 외면했고, 한겨레(23일)만 비중있게 다뤘다. 우리는 일부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노동자의 죽음'은 보도가치가 없다고 보는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죽음은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경찰과 정부에게도 강력히 촉구한다. 더 이상 사태를 은폐하려는 얕은 수를 쓰지 말고 국과수의 부검결과를 공개하고 진상규명에 나서라. 그것만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
<끝>
2006년 8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