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전효숙 헌재 소장 및 새 재판관 지명’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8.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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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시비’ 걸어 ‘사학법 위헌 판결’ 압박하나
- 일부신문은 헌재 흔드는 억지 ‘코드시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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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신임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로 지명했다. 또 김희옥 법무부차관,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 등 5명의 인사들이 각각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 등의 추천을 받아 신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
17일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은 전효숙 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지명 소식과 함께 새 재판관들로 구성될 헌법재판소에 대한 전망을 주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대부분 신문들이 ‘코드인사냐 아니냐’ 하는 시각에서 이번 헌법재판관 지명을 다룸으로써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성’, ‘관행의 극복’ 등 정작 꼼꼼히 따져 봐야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소홀한 경향을 보였다.


특히 조선, 중앙일보 등 수구보수신문들은 전효숙 재판관의 지명을 ‘코드인사’로 기정사실화 하거나 ‘코드인사’의 논란을 전제로 깔고 관련 기사들을 실었다. 나머지 새 재판관들의 지명에 대해서도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충원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코드인사’, ‘친노무현·친정부 성향’의 근거는 신행정도시법에 대해 위헌의견을 내지 않았다거나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등의 자의적이고 막연한 것들이다.
더 나아가 조선, 중앙은 헌재가 앞으로 사학법 위헌 소송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 ‘여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이는 ‘헌재가 개혁법안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려야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라는 지극히 정략적이고 왜곡된 논리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관습헌법’ 부정하는 사람은 무조건 ‘코드인사’?
중앙일보는 가장 노골적으로 전효숙 재판관의 지명을 ‘코드인사’로 몰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로 이 소식을 전했는데, 제목을 아예 <퇴임해도 ‘코드’ 남는다>로 뽑았다. 기사는 “노 대통령은 헌재와 악연이 있다”며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을 예로 들고는 “이후 헌재는 현 정부의 정치성향·배경·사회의식과 맞는 인사들로 충원되고 있다”, “전효숙 헌재소장 카드는 그 결정판”이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 전효숙 내정자를 ‘코드인사’로 규정하는 근거는 그가 노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라는 사실 외에 찾을 수가 없다.
3면 기사 <위헌 논란 사학법…‘노의 사람들’ 판단은>에서는 새 소장과 재판관들이 등용된 헌재가 앞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를 전망했는데, 제목에서부터 중앙일보의 관심사가 한눈에 드러난다. 일부 재판관들을 ‘노의 사람들’로 규정한 이 기사는 “‘전효숙호’의 변화된 모습은 사립학교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분명해질 전망”이라며 “신행정수도 특별법 헌법소원 사건 등에서 정부 정책을 지지해 왔던 전 소장 후보자”와 노대통령 사시 동기인 “김종대 후보자의 가세로 노대통령의 정책에 법적 걸림돌이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헌재소장은 소수대변자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중앙일보는 전 지명자가 “노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데다 그동안 주요 사건 결정에서 친정부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 과정에서 ‘코드 인사’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고 논란을 키웠다. 사설은 전 지명자의 ‘친정부적 성향’이 무엇인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채, “헌재의 최고 책임자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다면 헌재의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헌재소장은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하되 우리 사회 다수의 편에 서는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주류 혹은 기득권층의 입장에 서야한다’는 요구다. 또 국회가 전 내정자에 대해 “헌법정신에 얼마나 충실하고 자유민주적 가치를 신봉하고 있는지”를 일차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혁법 위헌 판결해야 ‘정치적 중립’인가
조선일보도 1면, 3면, 4면에 걸쳐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중앙일보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3면 기사 <보수에서 중도·진보로 ‘중심이동’>에서 조선일보는 “2년 전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현 정권에 큰 타격을 줬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빈 자리를 친 노무현 대통령·친 정부적 성향의 인사들이 메워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역시 그 근거에 대해서는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위헌결정에서 유일하게 “정부 입장에 섰던 전효숙 재판관이 헌재 소장에 지명”됐다는 점, 노 대통령의 사시 동기인 김종대 창원지법원장이 헌재재판관이 되었다는 점, 전효숙·조대현·이공현 재판관이 작년 11월 행정중심복합도시 위헌 소송에서 각하의견을 내면서 ‘관습헌법’의 존재를 부인하는 개별의견을 첨부했다는 점을 드는 데 그쳤다.
헌재가 중도·진보로 ‘중심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도 재판관들의 평균 연령 밖에 없었다. 기사는 “현 재판부 평균 연령이 61세이지만 새 재판부는 평균 연령 56세로 전원 50대로 구성되는 등 헌재가 상대적으로 진보·개혁적인 색채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4면의 <“첫째도 둘째도 정치중립 지켜야”>라는 기사는 조선일보의 ‘희망사항’을 각계 인사들의 입을 빌어 강조하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선일보는 “코드 논란을 안고 출범하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에 대해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고 주문했다”며 “새 헌재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는 오해를 벗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은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코드 논란이 있지만 법률가들은 자신을 임명한 권력자를 실망시켰다”, “대통령 동기가 헌재 소장이 됐으니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국민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 “(종합부동산세법, 사학법 등에서) 헌재가 만약 여당 쪽에 유리한 판결을 낸다면 국민들이 ‘역시 대통령 편드는구나’라고 생각해 헌재는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 등의 주장을 부각했다.
기사는 헌재구성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나 여성 헌재 소장에 대한 기대를 뒷부분에 슬쩍 언급했으나 전체적으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는 주문’만 강조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가 부각한 주장들을 살펴보면, 정치적 독립을 위해 ‘정책의 위헌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 달라’가 아니라 ‘여당 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같은 조선일보의 ‘희망사항’은 사설 <헌법재판소가 국민 속에 뿌리내리려면>에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설은 2004년 헌재가 “서울이 수도인 것은 관습헌법”이라며 신행정수도법을 위헌판결 내렸을 때 대통령이 직접 나서 헌재를 “공격”하고, 여당에서 “막말”이 쏟아졌다면서 “정치권력이 이렇게 헌재를 막 대하는 것은 헌재가 국민의 믿음 가운데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약점을 뚫어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 재판관들의 그간 “모습이 헌재를 지켜내는 데도, 헌법을 지켜내는 데도 그리 만족스러운 것이 못됐다”며 또 다시 신행정수도법과 행정복합도시법 위헌 소송에서 위헌 의견을 내지 않은 재판관들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국민들은 신행정수도법 사건과 행정복합도시법 위헌 청구에 대한 헌재 결정을 통해 대통령과 여당이 지명한 재판관은 누구고, 누가 대통령과 사시 동기이며, 누가 야당이 지명한 재판관인가를 아무런 정보 없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헌재 재판관들에게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동아일보 인사평가 기준은 오직 “대통령 동기생”
동아일보는 관련 기사와 사설에서 “대통령의 사시 동기들이 많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나 각각의 기사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1면 기사 <대법관-헌재재판관, 盧정부 3년반만에 2명 빼고 다 바뀌었다>는 제목과 내용에서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이 임기를 끝내고 교체되는 것이 무슨 큰 문제라도 되는 듯이 썼다. 기사는 “내년 3월 주(선회) 재판관이 퇴임하면 현 정권 출범 당시의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 중 고 대법관 1명만 남게 된다”면서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 임기가 6년(연임 가능)으로 헌법에 규정돼 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부가 전면 교체되는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은 다음 정권에서 연임되지 않을 경우 모두 임기가 만료돼 대대적인 교체가 불가피하다”, “올해 들어서만 헌재 재판관 5명과 대법관 5명 등 10명이 교체되면서 사법부의 조직 안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 된다”는 등의 분석을 실었다.
우선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의 임기가 비슷해 한꺼번에 교체가 이뤄지는 것을 두고 연임을 시키지 않는 노무현 정부가 문제인 듯 표현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재판관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것이 ‘조직 안정성’을 해친다면 어떤 해법이 있다는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대안을 제시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는 이런 대안은 전혀 없다.
결국 “노무현 정부 아래 임기가 끝난 대법관과 재판관들이 2명 빼고 다 바뀌었다”는 주장만 남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3면 기사 <9명중 3명이 盧대통령 사시동기>는 제목에서는 노 대통령의 사시 동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해 놓고, 기사에서는 “새로 추천된 인사 5명의 면면을 살펴볼 때 그리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소장 교체가 헌재 결정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할 수 있다”는 등의 분석을 내놓았다. 기사 내용만 보면 도대체 ‘9명 중 3명이 대통령 사시동기’라는 제목이 왜 뽑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설 <헌법기관 장악한 대통령 ‘시벌(試閥)’ 사시 17회>는 전효숙 재판관이 헌재 소장으로 지명됨으로써, 대통령 사시 동기들이 ‘헌법재판소·대법원·검찰 등 기관에 요직을 차지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동아일보는 법조계의 ‘서열문화’, ‘연고문화’을 당연한 관행으로 전제했는데, “서열을 중시하는 법조계 풍토에서 사시 17회의 요직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17회 위 아래 횟수의 인재들이 한을 품고 현업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거나, “사법부와 검찰에서 대통령의 사시 동기생들을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3권 분립에도 어긋난다”는 등의 주장을 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능력’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인사를 평가하지 않고 단순히 ‘특정 사시 횟수 출신이 많아서 문제’라는 식의 접근은 합리적인 비판이라고 볼 수 없다.


객관적 평가 팽개친 ‘정략적 시비걸기’ 중단해야
이들 신문의 시각과 달리 시민사회에서는 전효숙 재판관의 지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가 첫 여성 헌재 소장이라는 점과 양심적 병역거부 등 일부 판결에서 국민의 인권보호에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그에 대한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꼼꼼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편 나머지 헌법 재판관 구성에 대해서는 그 동안의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법원장과 검찰 고위 간부 출신들로 채워졌고,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의 인물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는 수구보수신문들이 이와 같은 객관적인 평가는 외면한 채, 오직 ‘코드인사’, ‘시벌(試閥)’ 등 편협한 시각으로 이번 헌법재판소 소장과 재판관 지명을 비난하는 것은 그야말로 ‘반대 정권 흔들기’이자 헌재에 대한 ‘정략적 압력 행사’라고 본다.
우리는 이미 수구보수신문들이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코드인사’라는 말이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누차 설명했다. 어떤 정부이든 자신들의 이념과 철학을 인사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일부 신문들은 개혁적인 인사들의 공직 진출을 흔드는 수단으로 ‘코드인사’라는 말을 만들어 써왔다.
게다가 이번 헌재 소장과 헌법 재판관 지명은 그동안 이들 신문이 써온 ‘코드인사’의 개념에도 맞지 않는다. 전효숙 지명자를 비롯해 어떤 재판관들도 ‘개혁적 인사’ 혹은 ‘친정부 인사’로 규정할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그동안 이들이 법조계에서 보여 온 행보를 살펴보면 이념적으로도 대부분 ‘보수’라 할 수 있다.
조선, 중앙 등은 행정수도법과 행정복합도시법에 대한 판결을 ‘코드인사’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관습헌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행정도시법 위헌판결에 반대 의견을 낸 인물을 등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코드인사’ 운운하는 것은 결국 ‘관습헌법에 동의하는 인물을 헌재 소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지극히 폭력적인 논리이다. 대통령과 사시 동기이기 때문에 ‘코드인사’, ‘친노무현·친정부 인사’라고 몰아붙인다면 이 역시 ‘자질과 관계없이 임명권자와 같은 기수의 인물은 배제해야 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이들 신문이 겉으로는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사립학교법 위헌 소송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라고 압박하는 행태는 정략적 목적을 위해 헌재를 흔드는 것이다.
우리는 일부 신문들에게 경고한다. 헌재를 ‘기득권 집단의 이익 수호를 위한 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억지 ‘코드시비’를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새 헌재 재판관들이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의 이 같은 저질 정치공세에 흔들리지 말고 그야말로 엄격한 법적 판단을 해주기를 당부한다.
아울러 일부 신문들이 만들어 놓은 ‘코드인사’라는 틀에 갇혀 모든 인사 관련 보도를 ‘코드인사 인가 아닌가’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인사 평가의 ‘기본’으로 돌아가 객관적인 보도를 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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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