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8.11)
등록 2013.08.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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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에 대한 색깔공세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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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협의해온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가 올 10월에 열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작권은 자주국방의 핵심이자 국가의 기본요건으로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며 환수시기를 2011년으로 잡았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평시작전통제권과 전시작전통제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주권국가의 작전권은 해당 국가의 군 통수권자에게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7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국제연합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위임하면서 이양되었다. 그러다가 1994년 12월 1일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군에 환수되었으나 전작권은 아직까지도 한미연합사사령관(주한미사령관)이 행사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이 온전한 주권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작권이 한국군에게 환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전작권 환수는 참여정부 들어 갑자기 추진한 사안이 아니다. 이미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가 작전통제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또 <넌-워너 수정안>에 의해 1990년부터 추진된 주한미군 감축안에 따라 1단계로 1994년에 평시작권통제권을 환수하고 2000년까지 전작권을 환수하기로 한·미 정부가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에서도 전작권을 조속히 환수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 진행되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들은 국민들이 안보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그동안의 전작권 환수 논의 과정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작권 환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전작권 환수에 대한 논의가 일부 수구·보수 신문들과 한나라당의 '색깔론 공세', '안보 위기 부추기기'로 왜곡되면서 '이념 논쟁', '정치 공방'에 머무르고 있다. 전작권 환수에 대해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들이 보인 반응은 비이성적일뿐만 아니라 '미국 없이 안 된다'는 사대주의가 뿌리 깊게 박힌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들 신문은 전작권 환수가 노무현 정부의 '자주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며 '한미연합사해체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붕괴 안보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아예 전작권 환수 논의 자체를 연기하라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우리는 일부 신문들이 전작권 환수 논의를 참여정부에 대한 이념공세 차원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사설을 통해 "이 정부가 자주라는 선동적 구호 하나를 외치며 작전권 환수를 밀어 붙이고 있다"(조선 3일), "'자주'라는 허황된 이념에 도취된 졸속추진이었다"(중앙 3일), "친북 좌파의 '민족 마케팅'이나 노 정권의 '자주 마케팅'이나 구시대의 '안보 마케팅'이나 정치적 본성은 같다"(동아 11일)라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작전통제권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미국에 이양되었다. 주권 국가의 전제조건 중의 하나가 군 통수권자에 의한 작전권의 행사라고 할 때 이것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일 뿐만 아니라 냉전기의 종속적인 한미 관계를 수평적 동맹으로 전환한다는 측면에서도 전작권의 환수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권이 밉다고 해서 색깔론을 펴며 정치공세에 악용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우리는 이들 신문이 전작권 '환수'라는 표현 자체에 딴지를 걸면서 '단독행사' 운운하는 행태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9일자 사설에서 "전시 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관이 혼자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국방장관 등으로 구성된 '국가통수 및 지휘기구(NCMA)', 양국 합참의장이 참여하는 '군사위원회(MC)'로부터 전략 지침을 받아야 한다"면서 '환수'가 아니라 '단독행사'라고 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현 정부의 '환수' 주장은 "'작전권 단독 행사'에다 '작전권 환수'라는 분칠을 하고 그걸 되찾아 자주 국가를 만들겠다는 정치 선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도 3일자 사설에서 노재현 전 국방장관의 발언을 빌어 전작권은 "양국이 공동 행사하게 돼 있으므로 현 정권이 쓴 '환수'라는 용어는 맞지 않다", "이 말은 반미주의자들에게 솔깃하게 들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드러내 놓고 '환수'라는 표현을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사설에서 '환수'라는 말 대신 '단독행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당시에도 한미간 공식 합의 문서는 '환수(Withdrawal)'라는 용어를 쓴 바 있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들이 굳이 '단독행사'라는 말을 쓰자고 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전작권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것이 비정상이 아니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들 신문은 "미국"이라는 존재 앞에서는 '정상'과 '비정상', '상식'과 '비상식'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한편 이들 신문은 '전직 국방장관들'의 발언과 국방연구원의 2004년 '남북한 전력비교'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군의 능력이 북한군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고 강변하면서 전작권을 '단독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전작권 환수에 불만을 품은 미국이 주한 미군을 감축하거나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안보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또 국방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군 전력이 북한에 비해 육군은 80%, 해군은 90%로 열세이고, 공군만 103%로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안감을 더했다.
이 보고서만 놓고 본다면 조·중·동의 '안보공백' 주장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조·중·동의 '안보공백' 운운은 주한미군이 '완전 철수'하고, 한국군만으로 북한을 상대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전작권 환수는 주한미군의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이에 더하여, 한반도 위기 발생시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병력을 한반도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조·중·동이 주장하고 있는 '안보공백'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또한 조중동의 전작권 보도는 한국군과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쟁물자나 군인의 수만으로만 남·북간 전력차이를 판단하는 데 기초하고 있어, 한국군이 북한군에 비해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훈련 상태가 압도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간과한 채 단순히 '숫자'를 비교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군사 강국으로 북한보다 경제력은 약 30배, 군사비 지출은 약 20배 정도 높다. 군사비 지출만 따져도 북한의 GDP 보다 높다. 한국군이 가장 취약한 분야인 '정보'에 관해서도 이미 군사겸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조기경보통제기 도입 추진 등 정보력을 강화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전작권 환수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으로 돌리는 일이며, 주권 국가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일부 신문들이 이 문제를 '정부 흔들기'나 '이념 공방'으로 변질시키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의 '안보위기' 심리를 부추겨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며 전작권 환수에 대한 합리적인 사회적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꼴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에게 경고한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수준 낮은 정치 선동을 즉각 중단하라. 그렇지 않으면 미국 앞에서는 최소한의 자존심과 상식도 없는 '사대주의 신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는 꼴이 될 것이다.<끝>

 


2006년 8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