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문재인 전 수석 법무장관 거론」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8.9)
정치공세성 '코드인사' 시비, 인사시스템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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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사표가 수리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거론되자 정치권에서 '코드인사' 논란이 벌어졌다. 8일 청와대가 김성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을 법무장관으로 내정하면서 문 전 수석의 장관기용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문 전 수석의 기용을 둘러싼 논란은 결코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와 '7.27 재·보선' 결과에 대해 노 대통령의 책임을 물으며 문 전 수석의 장관 기용이 민심을 거스른 '코드 인사'로 간주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국민중심당도 문 전 수석이 노 대통령과 함께 국정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핵심인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일부 신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당과 청와대의 대립을 "권력 충돌", "권력 다툼" 등으로 표현하며 선정적인 '중계보도'를 쏟아냈다. 또 '여당까지 반대하는 문재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그간의 청와대 인사를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대통령이 '문재인 카드'를 꺼내기도 전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문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면 된다는 뜻을 밝혔다.
국정운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사인 만큼 후보자의 업무수행 능력과 도덕성을 철저히 따지고, 자질없는 인물의 기용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과 가깝다', '대통령의 측근이다'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공론과정이 아니라 정치공세일 뿐이다.
조선일보는 7월 31일 <'왕의 남자들' 끝까지 안고 가나>라는 기사를 통해 '김병준 전 부총리', '문재인 전 민정수석', '정연주 KBS 사장'을 싸잡아 '코드인사'로 몰았다.
이어 8월 3일에는 <이번엔 문재인>, <언제 터질지 모르는...당·청>, 5일에는 <대통령 '마음대로' 권한 아니다>라는 기사를 싣고 문 전 수석의 기용이 '독선적인 코드인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8월 5일 <문재인 문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국민이 한두 차례도 아니고 다섯차례나 거듭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했다면 정권에 그동안 나라를 이끌어온 방식을 반성하고 고치라는 명령에 다름없다"며 "대통령이 그저 '헌법적 권한' 하나를 앞세워 문 전 수석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면 그건 국민들이 거듭 퇴짜를 놓은 지난 3년 반 동안의 '노무현 방식'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오기로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8월 3일 <'노의 남자'에 'NO'못한 인사시스템>, 4일 <청 '여 행태 고쳐야' 강공>, 5일 <당지도부 '뒷걸음', 친노그룹 '삿대질'> 등의 기사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갈등을 부각시켰다. 또 4일 사설 <노 정권의 남은 1년 반이 더 걱정되는 이유>에서 "이런 식의 오기가 반복되는 한 '남은 1년 반'은 국민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일 뿐"이라며 마치 문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듯이 몰면서 '오기' 인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5일 사설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 위에 있나>에서도 "여당이 국민은 국정 혼란과 비효율의 상당한 책임이 대통령의 '코드인사'에 있다고 보고 표로써 심판했다는 것"이라며 문 전 수석의 기용을 거듭 '코드인사'로 몰아붙였다.
중앙일보는 8월 3일 <열린우리당 '청와대에 허 찔렸다'>, <노무현 정부 '권력 이동 드라마' 시작>, 7일 <야당과 하던 '합의' 여당에도 똑같이 표현 깊어진 골 드러내> 등의 기사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을 부각했으나 조선·동아일보처럼 "코드인사" 운운하며 문 전 수석의 기용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인사권을 놓고 벌어지는 여권의 왜곡된 논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겨레는 인사검증의 내용과 근본취지를 왜곡하는 '코드인사' 비난이 정치공세성 여론몰이임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5일 사설 <국민만 피곤케 하는 여당과 청와대 싸움>에서 "집권 여당의 지도부라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아직 내정하지도 않은 인사를 두고 '안된다' '다른 사람을 건의했다'는 의견을 언론에 공개 못해 안달인 모습"이며 "청와대 비서실장은 '구태와 나쁜 관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식으로 만천하에 대놓고 집권 여당의 행태를 힐난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여당과 청와대의 소모적 논란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5일 사설 <여권의 한심한 '인사권 충돌'>에서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는 지명된 사람의 도덕성과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며 "검증은 제대로 못하면서 코드인사만 따지는 건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또 여권이 "인사권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라며 "주어진 권리와 소임을 생각해 국민에게 보탬이 되지는 못할 망정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만약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으로 내정됐다면 그의 능력과 도덕성은 철저하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등 정당들과 일부 신문들은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에 거론되는 것만으로 '코드인사'라고 문제삼았다. 뿐만 아니라 문 전 수석의 기용을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에는 객관적인 근거가 거의 없다.
'코드인사'라는 말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정치공세에 악용되어온 말이다.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신문과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개혁적인 인물의 공직진출을 막거나, 공직에 오른 개혁적 인물을 공격하기 위해 '코드인사'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문 전 수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이 "자신과 생각과 뜻이 맞는 사람을 인사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코드인사에 대해 비판한다고 해서 조갑제씨를 장관에 앉힐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은 것은 '코드인사'가 얼마나 모순된 말인지를 잘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정당과 신문들이 인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과정을 무너뜨리는 "정치공세성 반대"에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여당의 선거참패를 대통령 '측근인사의 기용' 때문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이반의 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을 '코드인사', '측근인사' 등으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 국민들은 '개혁'을 표방해 집권해놓고도 개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집권세력의 무능에 실망하고 있다. 따라서 인사에서 '민심을 따른다'는 것은 측근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민심의 요구를 실행할 능력과 도덕성이 있느냐를 기준으로 인물을 뽑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 전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가능성에 대해 정당들과 일부 신문들이 보인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일부 신문들이 정략적으로 만들어낸 "코드인사"라는 말이 합리적 인사검증을 가로막는 논리로 작동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우리는 정치권이 "코드인사" 논란의 함정에 빠질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인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합리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객관적 근거에 따라 냉정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정치공세"와 "여론몰이"에 좌우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합리적 인사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일부 신문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을 무조건 "코드인사"로 몰아붙이는 저급한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끝>
2006년 8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