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자회사 'SBS 인터내셔널'의 올림픽 중계권 단독 계약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8.4)
등록 2013.08.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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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방송 SBS의 '코리아풀' 무력화, 치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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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자회사인 SBS 인터내셔널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4차례의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 계약했다.
SBS를 포함한 방송3사가 함께 구성한 '코리아풀(Korea Pool)'이 이미 IOC와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와중에 SBS는 이면에서 자회사를 내세워 코리아풀에서 논의되던 협상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웃돈을 제시해 IOC로부터 중계권을 따내게 되었다. SBS가 IOC와 계약한 중계권료는 모두 7520만달러, 우리 돈으로 71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SBS의 이번 계약으로 올림픽 중계권료는 이전(2002∼2008년) 같은 기간 동안 4차례의 올림픽에 비해 2배 넘게 치솟았다. 따지고 보면 시청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고, 국가 재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돈이 공동합의의 틀을 깨고 경쟁에만 뛰어든 한 상업방송사에 의해 낭비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SBS가 지탄받아 마땅한 대목이다.


코리아풀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국제경기나 해외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 확보 경쟁에 개별 방송사들이 모두 뛰어들어 과다출혈경쟁으로 중계권료만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폐해를 막고자 방송협회 차원에서 지상파3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협상창구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상파 방송사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철저한 상업적 이윤 창출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스포츠 에이전시업체들도 국제경기 중계권 확보 경쟁에 나섬으로써 중요경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보편적 접근권'이 위협당하게 되어 지상파 방송들이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틀로써 코리아풀 운영은 상당히 합리적인 조치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SBS의 단독 계약으로 인해 코리아풀의 운영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되었다. 지상파 3사가 '합의'를 기준으로 공동보조를 맞추는 만큼 코리아풀의 운영에 있어 무엇보다 '상호신뢰'가 우선 시 됨에도 합의를 깬 SBS의 개별행동으로 인해 신뢰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이전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 확보 경쟁에서 보듯 출혈을 감수하는 과도한 방송사들의 경쟁과 이로 인한 외화낭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그동안도 코리아풀의 운영은 위태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해 8월 스포츠에이전시업체인 IB스포츠가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축구예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지역예선 등의 중계권을 거액을 들여 독점구매한 이후 위기를 느낀 지상파 3사가 '해외프로그램 구매에 관한 방송 3사 합의서'라는 것을 채택해 개별 방송사가 IB스포츠로부터 중계권을 재구매하지 않도록 했다. 스포츠에이전시업체로 인해 과다경쟁이 발생하고 중계권료가 폭등하는 사태를 막는 것은 물론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신사협정'을 깨려는 시도가 물밑에서 끊임없이 진행되었고, 지난 해 12월 SBS가 IB스포츠로부터 국내 농구경기 중계권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 2월 KBS가 IB스포츠로부터 아시아축구연맹의 경기와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을 사들임으로써 결국 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후 방송사들은 시시때때로 중계권 분란을 일으키고 봉합하는 과정에서 '한국-앙골라'(3/1), '한국-가나'(6/4) 축구국가대표 평가전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결승 경기 등을 동시중계하는 등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박탈하고 전파를 낭비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SBS는 이번 중계권 단독 계약을 두고 스포츠에이전시 등이 막대한 중계권료를 제시하는 가운데 코리아풀이 중계권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 '협상력을 발휘해 중계권을 따온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국익보호' 차원의 조치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IOC와의 협상에서 중계지역을 남북을 포함하는 한반도 전역으로 지정받아 올림픽 경기를 '남북동시중계'할 수 있어 화해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8월 3일 SBS 보도는 "남북한 동시 올림픽 중계가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SBS가 코리아풀을 '배신'한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계권료 인상의 책임을 "케이블 채널과 스포츠마케팅사들이 협상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으로 돌리고 인터뷰를 통해 SBS의 이번 중계권 확보가 '지상파 중심의 보편적 접근권'을 지키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도했다. 물론 이 보도 내용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차후 벌어질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낯뜨거운 자화자찬이 아닐 수 없다.


또 이 보도는 "SBS 인터내셔널은 국민의 무료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SBS와 KBS, MBC 등 지상파 3사는 함께 중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며 SBS와 그 자회사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전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 부분 역시 과거 SBS가 IB스포츠에 들이댔던 잣대에 견준다면 민망할 정도다.
지난 해 8월 2일 SBS는 IB스포츠의 중계권 독점과 관련해 2건의 연속보도를 통해 방송3사가 코리아풀을 구성한 이유를 "국내 방송사간 과당경쟁을 막아 외화유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하며 "돈을 앞세운 막무가내식 컨텐츠 확보로 국내 스포츠마케팅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IB스포츠 관계자가 "지상파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에서 최대한 시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코멘트한 부분에 대해 "지상파 등에 재판매한다 하더라도 이미 턱없이 높아진 중계권료를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 제시에 대해 국부유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심지어 "독점계약으로 중계권료가 폭등한 것도 문제"라며 "한번 가격이 높게 책정된 이상 향후 협상에서도 중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한 것은 물론, "이번 일로 국제스포츠중계권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만만한 돈줄'이라는 달갑지 않은 인식까지 얻게 됐다"며 IB스포츠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IB스포츠를 SBS 인터내셔널로만 바꾸면 지금 상황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보도 내용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SBS 보도는 그 기준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우리는 방송사들의 경쟁으로 국제경기 중계권료가 나날이 폭등하고, 물량을 앞세운 스포츠에이전시업체나 마케팅업체로 인해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권'이 위협당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무료보편적 서비스 제공과 공익성을 그 첫 번째 가치로 부여받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코리아풀'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방송3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코리아풀 운영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 강화방안을 찾길 촉구하며, 아울러 '합의'의 정신을 어긴 SBS에 대해 방송위원회 등 해당 기관은 물론 언론계 안팎이 적절한 제재 조치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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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