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포항지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 뇌사’ 관련 신문·방송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8.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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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죽이기’엔 혈안, 노동자 뇌사에는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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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검찰이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을 벌인 포항 건설노동자 53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포스코 측도 점거농성에 참가한 건설노조원 2,430여 명을 상대로 1인당 평균 1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파업의 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노동자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포항 형산 사거리에서 열린 ‘포스코 공권력 투입 규탄집회’에 참가한 한 노동자가 경찰 진압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고 뇌사 상태에 빠졌는데도 신문과 방송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다.


건설산업연맹에 따르면 집회 도중 경찰 병력이 갑자기 집회 대열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대열 앞 쪽 인도에 서있던 건설노조 조합원 하중근 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한다. 우측 하두부의 강한 충격으로 인한 뇌부종과 뇌출혈 증세를 보인 하 씨는 16일과 17일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나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하 씨가 다친 다음날인 17일 12면에 <일촉즉발>이라는 제목의 3단 기사를 싣고 “전문건설노조원 1000여 명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16일 오후 포스코 부근 형산 로터리에서 ‘공권력이 포항건설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거리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해 100여 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노조원 1명과 전경 1명은 중상이다”라고 보도하는 데 그쳤다. 이 기사는 경찰이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조선일보도 17일 12면에 “경찰과 수 차례 충돌해 노조원 하중근(44)씨가 중태에 빠지고, 경찰과 노조원 50여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는데 역시 경찰이 농성 진압에 실패하고 있다는 내용을 주로 전하며 하 씨의 부상을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중앙일보는 하 씨의 부상 소식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이들 신문은 포스코가 입은 피해액을 걱정하고 공권력의 ‘무력함’을 질타하면서도 노동자의 목숨에는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사실상 사망을 의미한다. 연일 언론들이 강경진압을 부추겨온 그간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일이기도 하다.


백번 양보해서 우리는 신문들이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열악한 조건에서 생존권 투쟁을 벌이던 노동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앞에서 이들 신문이 보이고 있는 철저한 무관심은 인륜을 저버린 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들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BS는 ‘극한대립’에만 초점을 맞춘 채 노조, 포스코, 정부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거나 포스코 측이나 포항상공회의소 등의 주장을 전달하며 노동자들이 상식 밖의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진해산’만이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전했다.
MBC도 대립현상만을 부각하거나 파업에 부정적인 시민들의 인터뷰를 빌어 시민과 노동자를 분리하고 반목을 조장하는 우리 언론의 전형적인 파업보도의 구태를 반복했다. 또한, 일부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하 씨의 부상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하 씨의 부상에 관한 보도에 나서라. 수구신문들과 방송들이 하 씨의 부상을 축소하거나 아예 보도조차 않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기본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축소보도가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시나리오의 일부는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발생한 하 씨의 부상은 공권력에 의한 폭행치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처럼 중요한 공적 사안을 보도하고 공론화시키는 것은 언론의 기본 책무이다. 특히 공영방송에게는 그 책임이 더욱 무겁게 요구된다. 이미 인터넷 언론 등에서는 하 씨의 부상을 활발하게 보도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의 종사자들은 인터넷 접속조차 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울러 우리는 포항 건설노조 파업의 원인과 ‘여론조작’ 실태를 보도한 경향신문, 한겨레 등의 신문들도 하 씨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것에 매우 유감의 뜻을 표한다. 이들 신문들도 하 씨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끝>

 


2006년 7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