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보건복지부 약가 적정화 방안 입법 예고’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8.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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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적정화’ 보도, 균형잡힌 심층분석 절실하다
- 정부, 미국 압력에 정책후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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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6일 보건복지부가 ‘약가 적정화 방안’을 담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의약품의 건강보험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가격 대비 약효가 우수한 의약품만을 보험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환자들에게 질 좋은 약을 값싸게 공급하면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비싼 신약이 건강보험을 통해 환불받지 않게 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만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 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한국이 보험대상 적용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미국산 약품을 차별할 것이며, 미국산 신약들이 보험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 제도를 문제 삼았다. 미국은 2차 협상 의약 작업반에서 한국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하자 회의장을 나가버려 협상을 중단시키는가 하면, 2차 협상이 끝난 후에는 버시바우 대사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방문해 “입법예고를 미루고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자”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이런 반발을 무릅쓰고 보건복지부는 25일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입법예고를 발표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2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60일로 연장함으로써 미국의 반발을 수용한 경제부처 등의 요구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약가 정적화 정책은 오는 9월에 열리는 한미 FTA 3차 협상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신문들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었을 뿐 아니라 한미 FTA 협상의 쟁점이 될 약가 적정화 방안의 입법 예고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를 보도한 신문은 경향, 동아, 한겨레 정도였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각각 <정부 복지부, 의약품 健保 선별적용 강행>, <정부 ‘약값 적정화’ 강행>이라는 제목으로 달아 보건복지부가 무리한 정책을 “강행”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동아일보 기사는 약가 적정화 방안이 입법예고 됐다는 사실을 짧게 전했으며, ‘美 반대 불구 입법예고’라는 작은 제목까지 달았다.


경향신문은 1면을 통해 이번 개정안이 어떤 내용인지 상대적으로 자세히 담았으나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 기간을 연장한 것을 두고 “미국 측의 주장을 귀담아듣겠다는 얘기”라고 정책적 후퇴를 예단했다.


한겨레신문은 6면에 <건강보험 대상 약, 값효율 따져 정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입법예고의 내용과 함께 한미 FTA 3차 협상 과정에서 정책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한미 FTA 2차 협상에서 미국이 약가 적정화 방안에 반발해 협상이 파행을 빚고, 유시민 장관이 미국 측의 태도를 비판했을 때 한미 FTA 체결을 주장해온 수구보수신문들은 한미 양측 정부의 입장을 단순 나열해 소개하면서 유시민 장관의 “언행”을 문제 삼는 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유 장관이 “사석에서 협상 대상국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화풀이를 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조선일보는 유 장관의 언행을 들어 “이 정부가 과연 한미 FTA를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우리는 신문들이 약가 적정화 정책을 보도하면서 한미 양측의 입장을 ‘기계적 균형’을 맞춰 소개하는 태도, 한미 FTA 체결의 ‘걸림돌’로 접근하는 일부 신문들의 태도에 반대한다. 미국의 압력과 이를 그대로 쫓는 경제부처들에 대한 비판적 관점 없이 ‘쟁점’으로만 다루는 이런 식의 보도는 한미 FTA 체결을 위해서는 국민건강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아울러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미국 측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고 기정사실화 하는 보도 태도 역시 약가 적정화 정책을 후퇴 없이 관철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더 이상 미국과 경제부처의 압력에 밀려 정책을 변질시키지 않도록 감시, 비판하는 신문보도를 기대한다.


한편 우리는 정부와 보건복지부에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약가 적정화 정책에 대한 미국의 부당한 압력을 절대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재정경제부 등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보건복지부에 입법예고 연장을 압박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익을 저버린 매국노적 작태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유를 막론하고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 기간을 연장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다. 또한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이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압박을 받더라도 더 이상 후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우리는 정부가 미국이 약가 적정화 방안을 ‘수용’하는 대신 요구할 우려가 있는 의약품의 특허연장 등을 결코 받아주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한다. 맹목적인 한미 FTA 협상 체결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치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 대가는 혹독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끝>

 


2006년 7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