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통 융합형 서비스를 ‘제3의 서비스’로 분류하려는 정통부 입장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8.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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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는 부처 이기주의에 국익도 저버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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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거센 반발 속에 열렸던 한미 FTA 2차 협상이 14일 끝났다. 이번 협상은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양측의 이견 때문에 파행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FTA 협상 자체가 깨진 것은 아니다. 상품 분야 양허안 작성에 대한 기본 원칙에 합의하는 등 14개 분과에서 협상이 진행됐고, 정부도 여전히 한미 FTA 추진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2차 협상에서의 파열음이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9월로 예정된 3차 협상에서 정부가 FTA 체결을 맹목적으로 추진하면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다면 더욱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이번 2차 협상을 앞두고 방송 분야 의제와 관련해 정통부가 보인 여론 호도 시도에 대해 엄중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협상에서 방송 분야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물론 미국이 ‘방송쿼터의 해제’나 ‘외국방송 재송신시 터빙 허용’ 등 개방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비하고 이런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방송이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문화주권에 관련된 분야이고, 미국도 상당 수준의 규제를 풀지 않고 있는 만큼 ‘방송 불개방’은 객관적인 설득력을 갖는다.


반면 방송과 달리 통신서비스의 경우는 이미 WTO와 칠레·싱가포르와의 FTA 협상에서 기간통신역무를 제외한 통신서비스의 외국인 투자를 양허했다. 따라서 IPTV와 같은 방송 분야의 신규서비스를 ‘통신의 부가적 서비스’나 ‘방송도 통신도 아닌 제3의 서비스’로 분류한다면 통상협상에서 개방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협상 직전, 몇몇 통신 관련 매체에 ‘IPTV를 두고 방송위원회와 정통부가 이견을 보여 협상에 불리할 수 있다’거나 ‘(2차 협상에서) IPTV를 방송으로 볼 것인지 제3의 융합서비스로 볼 것인지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추측 기사가 실렸다.


채널이나 프로그램에 대해 ‘편성’ 개념이 들어가면 국민주권과 관련 있는 방송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IPTV, WiBro, HSDPA 등 융합형 서비스들은 편성 개념이 배제된 통신의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국민주권과 관련 있는 방송 서비스의 일종이다. 따라서 방송 공익성 보장 및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 이에 대해 방송사업에 부과하는 각종 의무와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방송주권과 관련 산업 양면의 수호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정통부는 방송과 통신의 경계 영역 서비스를 ‘방송도 통신도 아닌 제3의 융합서비스’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신규 서비스들을 ‘방송이 아닌 서비스’로 규정해 정통부가 해당 서비스의 주무부처가 되어 정책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부처 이기주의적 목적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매체들이 FTA 협상을 앞두고 ‘IPTV의 성격이 협상에서 논의될 수 있다’, ‘부처간 이견이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등의 보도를 내놓은 것은 철저하게 정통부의 시각을 반영해 준 것이다. 즉, 명백히 ‘방송’으로 규정되어야 할 IPTV 등 경계 영역 서비스의 성격을 FTA 협상 국면에서 ‘논란거리’로 만들겠다는 정통부의 ‘불순한 의도’를 담아주었다는 뜻이다. 어떤 보도는 IPTV 등이 ‘제3의 융합서비스’로 규정되지 못하면 ‘통신 서비스’로 규정돼 FTA 협상에서 더 큰 개방 압력을 받을 것처럼 사태를 호도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방송 통신 융합형 서비스를 자신들의 소관 분야로 두겠다는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신규 방송서비스를 개방 압력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정통부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정통부는 경계 영역 서비스를 ‘제3의 융합서비스로 규정해도 개방의 유보 대상으로 놓을 수 있다’는 식의 근거 없고 안일한 주장을 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관련 업계 등은 우리의 방송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우리가 각종 통상협상에서 미래유보 조치까지 해 온 방송 분야에서 신규 서비스들을 제외시키는 순간, 거센 개방 압력을 받을 것이 뻔하다. 디지털 방송컨텐츠들도 단순한 전자상거래 ‘품목’이 되어 사실상 방송개방의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매우 크다.


뿐만 아니라 방송 분야의 개방을 막아낸다 해도 통신과 광고 분야를 통한 우회적인 개방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통부가 어떤 통상협상에서도 협상 항목으로 등장한 바 없는 ‘제3의 융합서비스’를 만들어내 거센 개방 압력을 자초하겠다는 것은 부처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익도 저버리겠다는 행태다.


우리는 정통부에 거듭 경고한다.
공적 책임을 가진 방송 분야 서비스는 어떤 경우에도 개방할 수 없다. 통신 등 인접 분야를 통한 개방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정통부가 한미 FTA 3차 협상을 앞두고 거듭 ‘제3의 융합서비스’ 운운하며 의제를 왜곡하고 신규 방송 서비스를 개방 압력에 노출시키는 어리석은 시도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끝>

 


2006년 7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