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일본 '대북 선제공격론' 관련 주요 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7.15)
등록 2013.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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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파 힘 실어주는 조중동은 어느 나라 신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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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새벽 북한이 총 7기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과 이를 위협으로 느낀 북한의 대응'이라는 큰 틀의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일 보수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한반도 위기 고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부산에서 열린 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복귀시키려는 외교적 노력들이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가 곧 생존의 문제인 우리로서는 어떻게든 '대화'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만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미사일 문제와는 별개로 민간 차원의 교류는 계속 유지하면서 남북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빌미로 '군사대국화'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일본은 유엔 안보리에 북한 제재결의안을 제출해 국제사회의 강경대응에 앞장섰으며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 등 일본 정치인들이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2002년 평화선언 이후 납치문제로 최악을 치닫던 북일 관계에서 일본 우익세력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평화헌법의 개정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 정치인들의 '대북 선제공격론'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저해하는 중대한 위협적 발언"이라고 비판하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많은 언론들과 시민사회도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을 우려했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 등 일부 신문들은 일본에서 '선제공격론'이 나오게 된 근본 원인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있다며 청와대를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 신문은 일본의 "선제공격론"을 비판하는 듯이 하다가 결국 그 책임을 노무현 정부에게 떠넘기고 대북강경론을 펴 일본 우익세력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조선일보는 11일자 사설에서는 "한반도를 '노예상태'로 지배했던 일본이 미국의 등 뒤에 슬쩍 올라타서 더 큰 소리로 선제폭격을 외치며 다시 한번 이웃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 벗고 나설 수 있는가"라며 일본에 "인륜의 도리"를 지적했다.
그러나 12일 사설 <"일본 망발"에 빌미 준 북미사일엔 왜 태평이었나>에서는 "일본에 좋은 핑계거리를 던져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왜 그렇게 무사태평이었다는 것인가", "이 정권은 운동권 학생처럼 그때그때 선동적 구호를 만들기 보다는 진짜 국가이익이 무엇이고 그런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한다"는 등 북한의 핵 개발, 미사일 발사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하며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동북아의 가장 시급한 위협요인으로 보는 인식을 미국과 공유하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7월 11일자 사설에서는 "일본 정부가 북한 문제를 빌미로 또다시 군사력 강화에 나서려 한다는 것은 별개문제"라며 일본의 과잉 대응을 지적했다.
그러나 7월 12일 <미사일에는 침묵하고 일본만 성토하나>라는 사설을 통해서는 "우리 정부가 이를 빌미로 일본과 마치 '외교전쟁'을 치르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어이가 없다"며 "북한에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한번 못했던 정부가 일본에 대해 지나치게 강경한 자세를 지속한다면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노무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의 '선제공격론' 비판이 "지나치게 강경한 자세"라는 게 중앙일보의 기본 인식인 것이다.


동아일보는 11일과 12일 각각 <대북 퍼주기, 미사일 발사, 일의 군사대국화>와 <북 미사일 대응, 한중-미일 대치 심상찮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11일 사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퍼주기' 덕분에 김정일 정권이 국가 운영에 써야 할 돈을 미사일 개발과 같은 곳에 돌려 쓸 수 있도록 여지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의 발언을 두고 "북의 핵·미사일 개발이 일본의 군비 증강의 구실이 되고 있음을 이만큼 실감나게 드러낸 적이 없다"고 썼다.
결국 이 사설의 요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퍼주기'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불러왔고, 이것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불러왔다는 얘기다. 남한 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이어진다는 황당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민족끼리'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감상적 대북 지원은 재고돼야 한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탓으로 돌린 후 대북 경제지원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12일 사설은 "노 정권 사람들은 한국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낀 새우'로 보고 한미일 삼각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암시함으로써 혼란과 갈등을 야기해 온 당사자들"이라며 "임기가 1년 반 밖에 남지 않은 그들에게 국가 존립의 외적 토대를 흔들 수도 있는 중대 결정을 맡기기가 너무나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경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우려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7월 11일 <북한, '비공식 6자 회담'에 나와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움직임은 지나친 데가 있다"며 "강경 기조 위주의 움직임은 북한 핵 미사일 문제 해결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보다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북한이 '비공식 6자 회담'에 나와 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12일 사설 <역사의식 마비된 일본의 위험한 선제공격론>에서는 "일본의 선제공격 불사론은 일방적 행동주의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했던 부시 미국 행정부가 주로 거론해 물의를 빚었던 군사적 방침"이라며 "역사의식이 마비된 일본 각료들의 선제공격 검토발언을 두고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경향은 11일 사설 <동북아 군비증강 빌미된 북 미사일 발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 불안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12일 사설 <상생의 길 찾아야 할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미국과 중국이 개입되어 남북 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번 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이 미사일 문제 등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 그래서 남북관계의 발전이 동북아의 긴장해소에 도움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남북의 발언권을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구분이 안되는 조선·중앙·동아 등 일부 신문들의 주장을 접하며 과연 이들 신문이 누구의 시각에서 남북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신문은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일본정부만 공격하고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펴며, '한·미·일 공조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대북강경론을 펴지만 이미 한국 정부는 '쌀ㆍ비료 추가 지원'을 유보하겠다며 사실상 대북 제재에 착수했다. 그런데도 수구보수신문들이 '한국정부가 북한에 미온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일본에서 선제공격론이 나온 것'으로 몰아 비난의 초점을 한국 정부에 맞추는 것은 일본 정치인들의 망발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다.
실제로 이들 신문이 북미 관계 등 근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행위 자체에 대해서만 강경 대응을 부추기면서 들고 나오는 논리는 일본 우익세력의 주장과 빼닮았다.
지난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현한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북한 미사일은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탓", "일본의 선제공격론은 한국의 노력부족에서 오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북한에 대한 한·미·일 공조협력 체제에서 한국이 일본을 비판하는 것은 분열행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일본 산케이 신문도 한국 정부의 일본 비판을 "분열행동"으로 비난하며 "한국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상대는 북한"이니 "자유민주주의세계의 우방으로서 국제사회의 기대에 응하라"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이러한 일본 우익들의 주장은 조중동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수구보수신문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고,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나아가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일본 정치인의 '선제공격론'까지 한국 정부의 탓이라고 비난하는 태도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우리는 조중동이 남북문제에 있어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들의 주장이 한반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한번쯤 고민해보기 바란다. <끝>

 


2006년 7월 1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