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정인봉씨의 ‘기자 성접대’ 사건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7.12)
등록 2013.08.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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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접대' 받고도 언론계 남아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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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정인봉 전 의원이 '단순 향응'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성 접대'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5일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2001년 서울지법 형사 합의23부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카메라 기자들에게 16대 총선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카메라 촬영 및 보도를 잘 해 주어 선거에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마련"했으며, 술자리가 끝난 후 참석한 기자 중 두 명에게 "성적 접대"를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오마이뉴스>는 판결문에 첨부된 '1인당 성적 접대비 30만원, 여관비 4만5천원 등 지출내역이 적힌 계산서 사본도 공개했다.


2001년 서울지법은 이와 같은 혐의를 인정해 정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는 한편 정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4명의 기자 중 '성 접대'를 받은 2명에게는 벌금 150만원 및 추징금 88만여원을 선고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고 한다. 이후 정씨는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으나 결국 2002년 6월 대법원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함으로써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씨는 최근 재보선 한나라당 서울 송파갑 후보로 공천을 받았으나 2000년 당시 출입기자를 상대로 한 '성 접대'와 세금 장기체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으며, 한나라당은 결국 정씨의 공천을 취소했다.
우리는 이런 전력을 갖고 있는 정씨가 계속 정치권을 기웃거릴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정치인으로부터 '성 접대'까지 받은 기자들이 있다는 데에도 충격을 금할 수 없다.
2000년 5월 당시 정씨의 향응제공 의혹을 다룬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면, 기자들은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며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고 되어 있다.
정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네 명의 기자는 지상파 3사와 YTN 소속의 카메라 기자들이라고 한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단순 향응'을 제공받은 2명의 기자뿐 아니라 '성 접대'까지 받은 두 명의 기자들도 여전히 각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우리는 법적 처벌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언론인 윤리를 저버리고 정치인으로부터 향응이나 '성 접대'를 받은 기자들이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방송사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사들은 2000년 당시 이들이 제공 받은 향응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했는가? 그렇다면 해당 기자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떤 징계를 받았는가?
우리는 방송사 기자가 출입 정당의 국회의원 출마자로부터 '성 접대'까지 받았다면 방송계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향응을 제공한 정치인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는 것만으로 정치인과 언론인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근절할 수 없을 것이다.


언론계가 이런 사건에 연루된 언론인들에 대해 '언론계 관행',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경우' 등으로 합리화하고 눈감아준다면 어떻게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유착을 비판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대부분 언론들이 정씨의 '성 접대' 파문을 다루면서 향응을 받은 기자들의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각종 '게이트'에 언론인들이 연루될 때마다 언론계에서는 '언론인 윤리', '언론계 자정'이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언론인 윤리를 저버린 언론인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언론인 윤리 제고'는 그야말로 립서비스일 뿐이다.


이제라도 해당 방송사들은 정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기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특히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기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예방을 위한 어떤 대책이 있는지 등을 언론인 윤리 제고와 '권-언', '경-언' 관계 정상화 차원에서 밝혀주기 바란다. <끝>

 


2006년 7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