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헌법재판소의 신문법 위헌 소송 판결」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6.29)
헌재의 신문법 부분 위헌 판결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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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2시, 헌법재판소는 신문법 헌법소원에 대한 선고를 했다. 헌재는 신문법 제17조(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제17조 제3항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일부 신문들이 문제제기한 신문방송 겸영, 자료신고 등은 합헌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신문법에 대한 헌재의 이번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그러나, 신문법 제17조(신문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의 위헌 결정은 우리가 기대했던, 또 의심치 않았던 민주적 여론형성과 여론다양성 보장이 헌법적 언론자유의 핵심이라는 믿음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신문이 공적인 역할을 하고 시장독과점이 크게 우려되는 특수한 상품이라는 점은 헌재가 2001년 신문고시를 합헌결정하면서 천명한 바 있었다. 흔히, 여론상품이라 불리는 신문이 독과점되면 그것은 여론독과점, 민주적 여론형성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우리는 신문상품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 강화를 통한 신문시장의 독과점 규제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살아 숨실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신문법 제17조에 의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은 전국일간신문의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이란 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독과점 사업자를 추정하는 기준이지 그 자체만으로 해당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의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법에 의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면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뿐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리게 된다. 그런데, 헌재는 신문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독자의 개별적 선택에 의한 것이지 불공정 거래에 의한 결과로만 볼만한 사정이 특별히 없다고 지적하였다. 과연 그러한가. 헌재가 2001년에 판결로 인정했듯이 경품과 무가지 등의 과당경쟁으로 얼룩진 신문시장의 불공정한 경쟁의 심각성은 신문고시, 신고포상금제라는 제도적 장치마저 무력화시킬 만큼 심각하다.
헌재는 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이 신문발전기금 지원 배제로 연결되는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신문법 제17조의 위헌 결정에 따라 신문법 제34조(기금의 용도) 제2항 제2호, '신문발전기금의 지원대상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배제시키는 조항도 위헌 결정이 내려 졌다. 헌재는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독자의 선호도가 높은 것인데 이를 이유로 신문사업자를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우리는 헌재가 신문발전기금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신문발전기금은 편집자율성 보장이나 여론다양성 보장, 독자권익 보호 등 신문법의 취지에 맞게 신문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장치로 시장지배력이 높은 신문까지 지원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신문유통원을 통한 신문공동배달 지원이 바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 신문까지 포함하는 일반적인 지원형태인 것이다. 이와 같이 신문법은 일반적이고 보편적 지원과 함께, 신문발전기금과 같은 선별적 지원의 두 가지 형식을 갖고 있다.
헌재는 신문법 제15조(겸영)에 대해 합헌과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렸다. 신문법 제15조(겸영) 제2항인 신문 방송 겸영금지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헌재는 1991년에도 신문방송 겸영 금지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현재의 미디어환경에서도 신문방송의 겸영은 여론독과점의 폐해를 낳을 수 있고 지상파방송이나 뉴스 종합편성 채널 사업만 제한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감안한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신문법 제15조 제3항의 일간신문의 복수 소유에 대하여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 조항은 "일간신문 뉴스통신 또는 방송사업을 경영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 또는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는 자(대통령령이 정하는 동일계열의 기업이 소유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는 다른 일간신문 또는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 또는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취득 또는 소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이 조항은 다른 신문 지분이나 주식의 49%의 소유는 가능하다는 조항으로 이미 신문의 복수소유를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실효성은 없는 규제조항이었다고 보인다.
헌재는 신문의 사회적 책임(신문법 제4조), 자료 신고(신문법 제16조), 신문산업진흥을 위한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독자권익위원회 등에 대해서는 합헌이나 각하 결정을 내리고 있다. 헌재가 자료신고 조항을 합헌 결정하면서 신문기업은 일반기업에 비해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크기 때문에 경영 자료 등을 신고 공개하여 투명성을 제고하고 신문시장의 경쟁질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신문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정(신문법 제17조)의 위헌 결정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신문의 여론다양성과 공적인 역할의 제고를 통한 국민의 언론자유 실현과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해서는 신문시장의 정상화와 독과점 규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시장은 여론시장이며, 여론시장의 독과점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의제를 왜곡할 수 있고 민주적 여론형성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왜 헌재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 헌재의 판결로 우리 사회는 '신문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요건 강화(시장점유율 규제)'라는 여론다양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잃게 되었지만, 우리는 올해 안에 신문법이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신문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다. 그것을 통해 신문의 여론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모색하고 신문산업 진흥과 소유 규제 등에서 미비한 부분도 더욱 보완할 것이다. <끝>
2006년 6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