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위원회 구성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6.29)
등록 2013.08.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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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신문'이 민언련 흔들 여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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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동아일보에 이어 오늘(29일) 조선일보가 우리 단체 최민희 상임대표의 방송위원 추천을 두고 우리 단체에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부었다.
우리는 이들 신문의 태도를 보며 우리 조직이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최민희 상임대표가 방송위원이 되는 것이 방송계의 큰 현안을 해결하는 데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 점에 대해 조선일보에 고맙게 생각한다.
일찍이 우리가 '민주사회의 정상적인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조선일보가 지극히 감정적이고 정략적이며 악의적인 주장을 펴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어떻게든 방송에 진출해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조선일보로서는 우리 단체 최민희 상임대표나 언론개혁에 직간접으로 관여해온 인사들이 방송위원으로 거론된다는 자체가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방송위원으로 거명되는 인사들이 '민언련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가'를 기준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해 '민언련 출신' 군(群)을 만들어낸 후, 이를 '민언련 흔들기'에 악용하는 것을 보며 조선일보가 '민언련 중심주의'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우리 단체에 대한 과도하고 왜곡된 관심을 끊고, 방송위원회 구성에 대해 상식적인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몇 가지를 바로잡아 주고자 한다.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민언련 출신" 양산, 민언련 위상 부풀리는 꼴
우선, 조선일보는 우리 단체 최민희 상임대표 외에 방송위원으로 추천 또는 거론되고 있는 주동황 광운대 교수, 이상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모두 "민언련 출신"이라면서 우리 단체를 "권력과 한몸이면서도 시민단체로 위장하고 있는 권력 외곽단체"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28일 논평에서도 밝혔지만 방송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상희 방문진 이사장을 "민언련 출신"으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 단체에는 매우 고마운 일이나 오랫동안 학계에서 명망을 쌓아온 학자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 민망할 따름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정보학회 등 여러 언론관련 단체에서 활동해 왔고, 본업이 언론학자인 주동황 교수를 "민언련 출신"이라고 소개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단체는 지난 84년 창립해 20년 이상 언론운동을 해 왔기 때문에 "민언련 출신" 인사가 너무 많아 그들을 다 배제하고 방송위원을 고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민언련 고문', '민언련 지도위원', '민언련 이사', '민언련 정책위원', '민언련 언론학교 강사', '민언련이 발행하는 잡지의 편집위원' 등등 "민언련 출신"의 폭은 대단히 넓고 크다. 이 가운데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있다.
이상희 이사장과 주동황 교수는 '민언련의 무엇'으로 방송위원에 거명되는 것이 아니다. 이 분들은 언론학자로서의 전문성만으로도 방송위원 혹은 방송위원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조선일보가 악의적인 의도로 '민언련 출신'을 양산하고 이를 근거로 우리 단체를 음해하는 것은 매우 졸렬해 보일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민언련의 위상'을 실제 이상으로 키워주는 꼴이다.


방송위원, 조선일보에게는 "돈과 감투"지만 "민언련 출신"에게는 운동의 연장일 뿐
다음으로 우리는 "민언련 출신"인 성유보 전 이사장, 현 최민희 상임대표가 방송위원이 되는 것 자체가 '민언련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개혁운동, 방송개혁운동에 참여해 온 인사들이 방송위원에 추천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애쓴 언론계 인사들을 다 배제한 채 구성된 방송위원회가 어떻게 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런 방송위원회가 수립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저지하는 것이 언론운동의 능동적 임무라고 보지 않는다. 방송위원회가 방송정책의 주무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방송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 방송위원으로 선임돼야 마땅하다. 오늘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일부 후보자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전국언론노조 등의 단체들도 유독 민언련 관계자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고 불만을 늘어놓았으나, 언론노조가 '방송위원회 구성의 방해세력'이 아닌 다음에야 부적격 인물을 반대하고, 자질 있는 인물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위원회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 기구로 여타의 정부기관과는 구성과 운영 등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며, 방송위원의 위상도 일반적인 공무원과 다르다. 조선일보가 방송위원 자리를 놓고 "권력이 주는 돈과 감투" 운운하는 것은 방송위원회와 방송위원의 성격에 대해 무지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우리 단체를 음해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조선일보에게야 방송위원 자리가 '돈과 감투'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언론자유를 위해 독재권력과 맞서 싸우고, 사재를 털면서까지 시민운동에 투신해 온 사람에게 방송위원 자리는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선택'일 뿐이다.
우리 단체가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우리 단체 출신 몇 명이 방송위원이 되느냐', '우리 단체는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느냐'와 같은 조선일보식 관심사가 아니라 '우리 단체 출신 인사가 방송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할 것인가'이다. 당연히 우리 단체 출신 인사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방송위원회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벌여나갈 것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을 조선일보도 잘 알 것이다. 일제시대에는 일제에 부역하고, 군부권위주의 시절에는 독재정권에 부역하면서 오직 일신의 안일만 추구해온 조선일보는 방송위원이 누리는 세속적 권한만 보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조선일보처럼 세상을 살아가지는 않는다. 공적인 가치를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나마 유지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시민단체의 정당한 공익사업 비난할 자격 없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가 "민언련은 해마다 권력의 돈도 받아왔다"며 우리 단체의 정당한 지원사업을 또 다시 문제 삼고 나온 데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시민단체가 공익적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정부의 지원이 원칙에 따라 투명한 절차로 이뤄진다면 그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누차 설명해왔다. 정부보다 NGO가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공익적 사업들에 대해 정부가 NGO를 지원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보편적인 일이다.
조선일보가 집중적으로 문제 삼은 방송위원회의 민언련 지원 역시 방송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방송법 38조는 방송발전기금을 "미디어 교육 및 시청자단체의 활동"과 "장애인 등 방송소외계층의 방송접근을 위한 지원", "기타 방송의 공공성 제고와 방송발전에 필요하다고 위원회가 의결한 사업" 등에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는 '최근 1년 이상 시청자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과 관련된 사업실적이 있을 것',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있는 비영리단체 또는 법인' 등의 기준에 따라 자격 있는 시민단체들을 선정하고, 이들 단체가 제출한 지원사업을 '사업의 적절성', '경제성 타당성', '공적 기여도', '대상 수혜자의 적절성', '사업수행 가능성', '기존사업 수행내용 및 관련 활동내역 평가' 등에 따라 평가해 지원을 결정한다.
방송발전기금은 '권력이 주는 돈'도 아닐뿐더러 우리 단체는 지원받은 방송발전기금을 공익적 프로젝트에 사용했다. 지난해 우리 단체는 방송위원회로부터 모두 5천 8백여 만 원의 방송발전기금을 지원받았으며, 이 중 4천 4백 만원을 '퍼블릭엑세스 시민영상제'를 진행하는 데 썼다. 그야말로 평범한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영상물로 만들어 참여하는 '탈정치적인 행사'에 사용된 것이다. 나머지 1천 4백여 만 원은 '방송통신융합시대, 공영방송 어떻게 지킬 것인가', '방송컨텐츠 진흥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통신융합의 의미를 짚어보고 바람직한 융합서비스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지원받았다. 우리는 앞으로도 일반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고,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며, 시청자주권 신장에 도움이 되는 공적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 지원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정부 광고를 한해에도 수 십 억 원씩 받고, 언론재단으로부터 수 천 만원까지 해외연수 비용을 지원받는 직원들이 일하는 조선일보가 과연 시민단체 공공 서비스 수행에 대한 정부 지원을 "권력의 돈"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시민단체 윤리' 걱정말고 '신문의 윤리'나 고민하길
조선일보는 우리 단체에게 "권력이 주는 자리를 받아서는 안 되고, 권력의 돈을 받아서는 안 되고, 권력의 근처를 얼쩡거려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이 세 가지 윤리규정을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권력의 사냥개"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놀라울 따름이다. 과거 얼마나 많은 조선일보 직원 출신들이 정치권에 진출하고, 정부 요직에 앉았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지금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소속된 '조선일보 직원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은 조선일보와 '찰떡공조'를 이루며 '공영방송 흔들기', '수구신문 편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악의적 편파 왜곡보도를 서슴지 않았으며, 수구정당의 대변자가 되어 개혁정책의 좌절을 위해 여전히 왜곡보도에 앞장서는 조선일보가 무슨 낯으로 '권력의 근처를 얼쩡거리지 말라'는 말을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조선일보에게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 단체는 물론 우리 단체 "출신"의 어떤 인사도 조선일보의 악의적 선동에 위축되어 자기의 갈 길을 주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단체 "출신 인사"가 세 명 아니라 백 명이 방송위원이 된다 해도 시민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으니 조선일보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 단체는 조선일보 같은 족벌신문처럼 일인 사주와 그 일가가 좌우하는 조직이 아니라 1500명의 회원들이 꾸려가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공연히 질 낮은 악담으로 스스로의 수준을 드러내지 않기 바란다.
덧붙여 한 가지 충고한다. 조선일보가 지금 느긋하게 '시민단체의 윤리'를 훈수 둘 때인가? '신문사주의 윤리', '신문의 윤리'부터 서둘러 점검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대법원이 조세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억원을 선고받은 방씨는 이제 신문의 발행인이 될 자격을 잃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쓸 데 없는 '민언련 흔들기'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자칭 '일등신문' 사주의 범죄를 당장 내일 신문에 어떻게 보도할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탈세사주' 문제를 해결해야 할 조선일보가 우리 단체를 비난할 여력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끝>

 


2006년 6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