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6월 4일 가나 평가전 방송3사 동시중계와 월드컵 특집 방송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8.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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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 가나 평가전 방송3사 동시중계와 월드컵 특집 방송에 대한 민언련 논평
 

 

 

‘월드컵 올인’ 중단하라 

 

 

 

6월 4일, 한국과 가나의 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렸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의 최종평가전으로 열린 이 경기는 밤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방송3사(MBC, SBS, KBS2TV)에서 동시중계 되었다.
올 들어 방송 3사는 1월 29일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칼스버그컵 경기, 3월 1일 열린 앙골라와의 평가경기에 이어 이번 경기를 세 번째로 동시중계 했다.
우리 회는 지난 앙골라와의 경기 직후 방송3사의 동시중계가 “시청자의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는 ‘시청률 경쟁’에 불과하다”며 개선을 촉구한바 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이번에도 ‘시청률 경쟁’과 월드컵 방송 ‘기선잡기’를 위해 평가전을 동시중계 하는 우를 범했다. 
월드컵이 ‘국민적 관심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무대 경쟁력을 마지막으로 점검해 볼 수 있었던 가나와의 평가전 역시 지대한 관심 속에 치러졌다. 하지만 방송3사가 모든 정규편성을 ‘올스톱’한 채 이 경기를 중계한 것은 도를 넘은 과열 경쟁이며 시청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행태다.
 

방송사들은 똑같은 화면에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만 바꿔놓고 있지도 않은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월드컵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MBC는 4년 전 월드컵 중계 ‘흥행’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차범근 감독을 다시 해설자로 내세웠고, SBS는 전 국가대표 선수 황선홍씨를 해설위원로 영입해 신문선씨와 ‘투톱체제’를 갖췄다. 또 KBS는 이용식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차분한 해설’을 내세우며 국가대표였던 유상철씨를 스튜디오 해설자로 영입해 월드컵 방송 경쟁에 ‘올인’했다.
 

뿐만 아니라 각 방송사들은 가나 평가전 중계를 앞두고 저녁부터 중계방송 직전까지 ‘월드컵 특집’들을 편성해 작정하고 월드컵 인기몰이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이경규가 간다’ 코너를 부활시켜 4년 전 월드컵 당시 ‘이경규가 간다’를 편집해 방송한 데 이어, 평가전 중계 직전에는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의 응원쇼를 중계한 <감동 대한민국>을 편성했다. SBS 또한 <일요일이 좋다, X-맨>을 ‘독일스페셜’로 방송했고, 서울시청 앞 광장의 응원쇼를 보여준 <신화는 계속된다>를 경기 직전에 편성했다. KBS는 경기직전 <개그콘서트>를 ‘월드컵 특집’으로 꾸려 1시간 30분 동안 방송했으며 이보다 앞서 <해피선데이> ‘날아라 슛돌이’를 월드컵 특집으로 방송했다. 방송3사의 메인뉴스프로그램까지 ‘월드컵 올인’에 여념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드라마 방송시간 1~2시간을 제외하면 휴일 저녁 내내 지상파 3사가 ‘월드컵 방송’만 쏟아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회를 포함한 시민사회와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지나칠 정도로 계속되고 있는 방송들의 ‘월드컵 올인’을 경고하고 있다. 방송3사 홈페이지에는 방송사들의 ‘월드컵 올인’을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항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이 점차 다가오면서 개선되기는커녕 월드컵에 사운을 걸었다는 듯 방송3사는 드러내 놓고 월드컵 시청률 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우리 사회에는 풀어야할 수많은 현안들이 있다. 방송사들이 ‘월드컵 특수’를 잡기 위한 과열 경쟁에 빠져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빼앗고, 중요하게 다뤄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소홀히 취급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축제로서의 월드컵’의 의미도 훼손될 것이다.
지상파 방송3사는 ‘월드컵 방송’을 진지하게 재검토 하고 우리 사회 여러 현안 등 일상적인 방송 내용과 월드컵 관련 방송을 균형 있게 내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