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5.31선거보도모니터] 방송3사의 선거보도 모니터 1차 논평(2006.5.13)
등록 2013.08.27 16:10
조회 379

 

 

 

이 정도 보도로 유권자 관심 끌 수 있나
- '월드컵 보도' 반만 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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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주민의 손으로 지역의 정치일꾼을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이자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정치과정이다. 그러나 투표참여율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며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보도에서도 언론들은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미흡한 모습이다. 특히 6월 초에 시작되는 '월드컵' 관련 보도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으면서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 전달마저 소홀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5월 8∼11일 방송3사의 지방선거 관련 보도>

 

 

일시

MBC

KBS 

SBS

5/8 

9. 관권선거 공방
19. 노인표심 잡아라
20. "주거안정 최우선" 

22. 첫 양자 토론 

20. 첫 '맞장' 토론
21. 공약검증 

5/9 

17. 호남표심잡기
23. 주택양극화 해소 

9. 공약 한눈에
10. 호남민심 공략
11. 지방 방문 자제 

5. 발목 잡힌 참공약
24. 공약 검증 

5/10 

30. '대추격' 대 '대세론'
31. 노래로 출사표 

24. 주택. 도시 계획 

30. 공약검증 

5/11 

8. 부인에 구속영장
20. 줄서는 공무원
24. 경제로 승부
25. 토론대결 맹연습 

22.한심한 줄서기 폐해
23.교육격차 해소
24.김덕룡의원 부인 영장 

22. 부인 사전영장
23. 공무원 63명 과태료
27. 패러디 경쟁
28. 공약점검 

11건 

8건 

9건 

  

지난 5월 8일부터 11일까지 방송3사에 나온 지방선거관련 보도는 총 28건. 방송사 당 하루 평균 2∼3건에 그치고 있다. 선거가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방송사의 선거 무관심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적은 보도 가운데 '후보 동정 따라잡기/후보 간 공방', '흥미성 보도' 등 과거 선거보도의 구태를 반복하는 보도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MBC는 5월 10일 <'대추격'대 '대세론'>에서 "지금 경기도의 관심사는 앞서가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대세론이 그대로 굳어질지 여당 진대제 후보의 대추격이 시작될지에 쏠리고 있다"며 경기지역 선거판세를 중계하듯 한 꼭지를 할애했다.
또 같은 날 <노래로 출사표>에서는 성악가 임웅균씨가 국민중심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소식을 전하며, 임 후보의 출마 소견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채 "노래로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며 임 후보가 노래 부르는 장면을 30여 초간 보여주기도 했다.
11일 <토론대결 맹연습>에서도 자사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TV토론에서 펼칠 정책과 공약을 듣기보다 코디나 메이크업, 토론자세 등을 소개하는데 머물렀다.
SBS는 8일 <첫 '맞짱' 토론>에서 관훈클럽 초청토론에 나선 강금실, 오세훈 후보의 공방을 중계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11일 <패러디 경쟁>에서는 "선거전도 뜨거워지고 있는데 패러디 기법을 이용하는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인터넷 선거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패러디를 이용한 각 당의 경쟁을 강조하며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치중했다.
KBS 역시 8일 <첫 양자 토론>에서 강금실, 오세훈 두 후보 간의 정책공방을 중계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또 "수입과 재산 내역을 묻는 질문에 두 후보 모두 고소득자다 서민 후보는 아니다고 답변했다"며 양당 사이에 불붙은 이른바 '서민공방' 논란도 빼놓지 않았다. 9일 <호남민심 공략>에서는 광주를 방문한 정동영 의장의 행보와 이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전달하면서 "민주당의 공천 헌금 사건을 파고들어 전북에서 광주 전남으로 세를 확산해 수도권 호남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열린우리당", "호남 지역에서 승리해 이를 기반으로 후사를 도모하겠다는 민주당"이라며 "사활을 걸다시피한 경쟁 양상"이라고 표현하는 등 호남 지역에서 두 당이 벌이는 선거운동을 '지역에 대한 패권 다툼'이라는 시각에서 무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정책보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송3사 모두 '매니페스토 운동'과 연관된 공약점검 보도들을 내보내고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을 적극 활용한 기획의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보도내용이 여러 후보들의 공약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 매니페스토 운동본부 측이 각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내놓는 의견이 재원조달 방법이나 중앙정부 혹은 기초지자체와의 의견조율 등을 지적하는 데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질적인 '공약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도형식도 좀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MBC는 현재 하루에 한 명씩 (서울시장)후보들의 공약을 소개하고 '점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SBS는 하루 한 개 광역단체 후보들의 주요공약을 한꺼번에 소개한 뒤 점검하는 형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대략 'A(또는 B) 후보는 이런 공약을 가지고 있다, 이 공약에 대해 매니페스토측은 내용은 좋으나(또는 현실적인 구현 가능성은 높으나), 재원조달방법을 보완해야 하는 등 구현가능성이 약하다(또는 공약추진과정에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는 식으로 공약에 대한 짧은 평가를 덧붙이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들로서는 특정 후보의 공약이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신의 지역에 꼭 필요한 공약인지 등 실질적인 정보는 얻기 힘든 형편이다.
보도시간은 2분30여초 정도로 긴 편지만, 방송3사 모두 프로그램 중·후반부인 20번째 이후에 편성하고 있다.
그나마 KBS는 '주택과 도시계획 분야', '교육분야' 등 주요 의제별로 각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 검증하면서 후보자 사이의 '정책 차별성'을 어느 정도 드러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편, 지방선거에 대해 유권자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기초의회에 중선거구제가 도입되고, 지방의회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됨으로써 유권자들은 모두 6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해 각각 투표함에 넣어야한다. 또 선거권자 연령이 만 19세 이하로 낮아지고, 영주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 대해서도 선거권이 부여되는 등 선거제도가 많이 바뀌었다. 방송은 유권자들에게 이런 사실들을 충분히 알려 선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투표참여를 이끌어 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송에서는 이런 선거제도 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19일 여론조사기관인 월드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결과 '지방선거에 관심 없다'고 답한 사람이 53.6%에 달한다. 그런데도 방송3사는 '월드컵 특수'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체면치레식' 보도에 그치고 있다. 방송은 지금이라도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2006년 5월 1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