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월드컵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6.5.12)
등록 2013.08.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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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들은 ‘월드컵 과잉보도’ 자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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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 월드컵’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월드컵 열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에 오른 우리 대표팀이 이번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선전해주길 바라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들이 다양한 ‘특집’이나 ‘기획’으로 월드컵 관련 정보를 전하고, 국민들 사이에 고조되고 있는 응원 분위기를 다루는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저녁 메인뉴스에서 보이고 있는 월드컵 보도는 도가 지나치다.


‘월드컵 개막 D-30일’이었던 지난 5월 10일 MBC 20건, SBS 17건, KBS 10건 등 방송3사메인뉴스프로그램에서는 모두 47건의 월드컵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MBC는 이날 전체보도량의 57%를, SBS는 50%를 월드컵으로 채워버렸다. SBS와 MBC는 다음날인 11일 ‘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이 발표되자 각각 16건(55.12%)과 11건(42.31%)을 또 다시 월드컵 관련 보도로 채워 ‘방송이 국민들보다 더 흥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수준으로 과열 보도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보도량 늘리기에만 급급해 내용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MBC와 SBS의 경우 10~11일 보도 가운데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뉴스가치가 의심되는 단순 흥미 위주의 보도도 상당수였다. MBC는 10일 <조수미 월드컵송 ‘오-대한민국!’>에서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면서 자사가 특별 제작한 노래를 조수미씨가 불렀다”며 영상과 노래가사로만 이뤄진 ‘뮤직비디오’로 보도 한 건을 채웠고, <마음은 벌써 월드컵>과 <12번째 선수 출격> 2건에 걸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응원 준비 모습을 전했다. 또 <독일로 가는 사람들>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놓은 사람들은 행복하다”며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기대를 들어” 보기도 했다.
SBS는 11일 월드컵 관련 보도 16건 가운데 무려 9건에 걸쳐 ‘최종 대표팀 명단’과 관련한 전력분석, 에피소드, 전문가 견해, 가상대결 등 큰 차별성없는 내용을 계속 보도했다. 이어 3건에 걸쳐 경기장 환경, 날씨, 강화된 반칙규정 등에 따라 어떻게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를 보도하기도 했다.


방송들은 올해 벽두부터 ‘올해는 월드컵의 해’라며 월드컵을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왔다. 새해 첫 날부터 MBC 10건, SBS 8건, KBS 6건을 월드컵 관련 소식으로 채웠고, MBC는 아예 독일 현지에 스튜디오를 설치해 위성생중계로 월드컵 소식을 내보낸 바 있다. 또 ‘월드컵 D-100일’이었던 지난 3월 1일 방송3사는 메인뉴스를 특집으로 편성해 모두 57건을 월드컵에 할애했다.
월드컵 ‘100일 전’, ‘30일 전’이라는 명분으로 축구와 관련된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여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영역의 뉴스들을 소홀히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5.31 지방선거’, ‘평택 주한미군기지 확장’, ‘한미 FTA' 등 지금 방송보도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다뤄야 할 사안들이 많다.


우리는 MBC와 SBS가 경쟁적으로 많은 보도량을 많다퉈 쏟아내는 이유가 단지 시청자들에게 월드컵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월드컵’을 소재로 시청률을 높이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방송이 남은 30일여일 동안 계속해서 오로지 월드컵에만 ‘올인’한다면 정작 방송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우리 사회 공론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의제들은 왜곡되고 실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월드컵까지 남은 한 달과 월드컵 기간 동안 방송들이 ‘월드컵 과잉보도’를 자제하고 주요 사회 현안을 차분하게 다뤄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끝>

 


2006년 5월 1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