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정위의 신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자 신상 공개 가능 방침」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5.8)
등록 2013.08.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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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자 신분노출 요구, 공정위는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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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불법경품을 신고한 시민의 신분조차 보장하지 못하겠다며 사실상 신고포상제를 무력화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지난 3일 우리 회는 공정위가 불법경품 신고자에게 보낸 '신고접수 통지' 공문을 접하며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앞서 4월 3일 우리는 시민들이 우리 회에 제보한 신문지국의 불법경품 제공 사례 두 건을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한 건은 경품으로 '무가지 4개월과 백화점상품권 2만원'을 제공한 경우였고, 또 다른 한 건은 자전거를 제공한 경우였다.
그런데 신고일로부터 한 달이 되는 오늘에야 우리는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통지서의 내용이다.
공정위는 "보다 공정하고 신속한 사건처리를 위해 신고인 및 신고서 내역이 피신고인에게 공개될 수 있으며, 만약 귀하가 이러한 것이 피신고인에게 공개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피신고인으로부터 사실관계확인이 어려워, 결과적으로 무혐의나 심사불개시로 처리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공문을 받으신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고서 내용의 공개를 동의합니다' 또는 '신고서 내용의 공개를 동의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로 신고서 내용의 공개 여부를 통지"해야 하며 "통지가 없는 경우에는 신고서 내용의 공개에 동의하신 것으로 보고 사건처리가 진행된다"고 못박아 놓았다.
신고서 내역에는 신문지국으로부터 불법경품을 받고 계약을 체결한 독자의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이 다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불법경품을 신고한 시민들에게 '신상공개'라는 엄청난 부담을 주면서 "그렇지 않으면 조사가 제대로 안될 수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신고자들이 '신문지국에 신상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공정위의 통지서를 받고도 '좋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신고자의 신분보장'은 그동안 우리 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요구 사항이었다.
우리 회에 제보를 해오는 시민들의 상당수가 '신문지국과 구독계약을 맺지 않고도 관련 기관에 신고할 수는 없느냐', '신고를 했을 때 지국으로부터 해코지를 당할 염려는 없느냐'고 묻는다. 이 중에는 '불안하다'며 신고를 포기하는 시민도 있다. 신문시장에서 지국들이 벌이는 경쟁이 살인과 폭행을 불러올 만큼 치열하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로서는 신고를 했을 때 혹여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언론단체들은 시민들의 이같은 우려를 누차 공정위에 전달했다. 지난 3월 6일 공정위가 시민단체 관계자, 신문사 판매담당자 등과의 간담회를 마련했을 때에도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신고자의 신상보호를 당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회는 신고 내용이 불공정거래 행위의 개연성을 담고 있다면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내 신고포상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은 공정위의 책임이라는 점을 누차 지적했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조사역량을 키우기는커녕 '사실관계 확인'을 내세워 신고당한 사람에게 신고한 사람의 정보를 주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손 안대고 코풀어 보겠다'는 안일함과 무책임의 극치다. 공정위는 신문지국이 경품제공 사실을 부인하면 신고자와 대질이라도 시킬 작정인가?


얼마 전 공정위는 포상금의 액수를 최고 500만원에서 1천 만 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포상금 액수만 올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불법행위를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많은 포상금을 준다 해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한다.
이미 공정위는 신고자들이 구독계약서와 같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때에만 포상금 지급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신문지국들은 구독계약서를 제대로 써 주지 않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구독계약서, 경품 등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 신고를 했는데, 이조차 부족해 신고자가 누군지 신문지국에 알릴 수 있다고 하니 포상금이 1천 만 원 아니라 1억원인들 시민들이 불법경품을 적극적으로 신고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결국 공정위의 조치는 신고포상제를 무력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공정위에 강력 촉구한다.
공정위는 신고자의 신상을 신문지국에 알려서 불법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무책임한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신고자의 신상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한다. 만약 공정위가 신고자의 신상을 공개해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공정위는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신고자가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신문시장 정상화의 주무 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변명이자 직무유기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며, 공정위가 실효성 있는 조사 방안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공정위가 실효성 있는 조사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불법을 신고한 시민의 신변조차 보호할 수 없다면 차라리 신문시장 정상화에서 손을 떼는 편이 낫다.
공정위의 이후 조치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끝>

 


2006년 5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