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6개 민생법안 처리'관련 주요 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5.3)
등록 2013.08.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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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주장 편들기' 속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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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민주당과 함께 주민소환제법과 3·30 부동산 대책의 일환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6개 법안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김원기 의장의 의사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1일 밤 국회의장 공관의 담을 넘어 점거농성을 하고 김 의장의 출근을 가로막는 등 볼썽사나운 구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국회 파행의 일차적 책임은 '사학법 재개정'을 내걸고 막무가내로 국회 운영을 가로막은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무기로 민생법안의 처리를 지연시킨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반의회적 행태이며, 이런 측면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 수구·보수 신문들은 열린우리당 등이 6개 법안을 처리한 것을 두고 국회 파행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열린우리당에 있는 것인 양 몰아붙였다.
또 통과된 6개 법이 어떤 내용인지를 제대로 소개하기는커녕 이 법들이 '민생법안'이 아니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그 취지와 의미를 왜곡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6개 법안을 강행처리한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득표전략'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5월 3일 조선일보는 <5개월 만에 집권당이 다시 만든 '파행 국회'>라는 사설에서 국회가 또다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열린우리당의 고집"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이 '사학법에서 여당이 양보하라'는 대통령의 요청도 '5월 임시국회에서 재 논의하자'는 한나라의 제안도 거부했다며 "집권당 사람들이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면 집토끼(지지층)마저 산적떼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식의 표 계산에만 관심이 있으니 타협 같은 말은 아예 귀에 안 들어오는 것"이라고 국회 파행의 책임을 열린우리당에 떠넘겼다.
그러면서 "집권당이 이런 식으로 나라와 정국을 끌고 가니 지지도가 20% 안팎의 바닥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 <날치기해 놓고 표 달라는 여당>이라는 사설을 통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한 6개 법안을 '날치기'로 규정하고, 2일에 통과된 법들이 '민생 법안도 아니고 시급한 법안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다수결에 의한 수의 정치가 불가피한 경우는 인정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날 열린우리당의 날치기 처리는 어디서도 그러한 명분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에 '등'자만 넣으면 될 일을 가지고 열린우리당이 일절 타협을 거부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2일의 6개 법 처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한 독선"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2일 국회를 통과한 3·30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과 주민소환법이 "서민의 고달픈 삶을 지원하는 민생법안도 아니다", "아직 뽑히지도 않은 사람을 소환하는 제도가 날치기까지 할 정도로 급한 일인가"라며 결국 "날치기를 견강부회해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한다고 단정지었다.


동아일보는 사설 <여당의 독선, 제1야당의 무능이 낳은 졸속입법>에서 열린우리당의 '무리수'를 비판하는 한편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과 주민소환제법이 '전형적인 졸속입법'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여당이 사학법 재개정 약속을 저버림에 따라 제대로 된 심의가 없었다는 점, △재건축법에 대해 시민단체가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주민소환제법은 소수의 '큰 목소리'를 부추겨 지방정치와 행정의 혼란을 상시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잇따른 졸속 입법에는 한나라당의 '포퓰리즘'도 큰 몫을 했다"며 법안 처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한나라당을 원망하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유감스런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 불참>이라는 사설을 통해 본회의 표결 강행 사태는 여당의 정치력 미숙도 있지만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면서 막무가내로 국회 운영을 거부해 온 한나라당에 훨씬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사설은 "국민 다수는 (사학법)재개정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사학법 문제로 다른 법안 처리까지 막아 식물국회로 만든 것은 반의회적" 행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이제는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원칙으로 돌아 갈 때"라며 "냉정을 찾아 대화정치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거듭 지적하지만 이번 6개 법안이 직권상정 되어 통과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공방의 일차적 책임은 한나라당에게 있다. 직권상정은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시켜 갖가지 법안을 '인질'로 잡고 억지를 부리는 상황에서 시급히 일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여당과 야2당의 고육지책이었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 한나라당이 보이고 있는 태도도 가관이다. 3일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3당의 6개 법안 통과를 '날치기'로 규정하면서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각 당이 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때 시급한 법안 처리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이를 엄격히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직권상정 제도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으며 이는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무슨 제도이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함부로 뜯어고치겠다는 오만불손한 태도의 전형이다.
그런가 하면 이계진 대변인은 엉뚱하게 '음모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오직 사학법 재개정에 목을 메고 여타 민생법안을 외면한 자신들의 행태를 반성하기는커녕 자기들 뜻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무조건 음모론부터 들고 나오는 그의 태도는 도저히 제1야당의 대변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수구·보수 신문들은 한나라당의 책임을 지적하기는커녕 그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 '가재는 게편', '초록은 동색'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한편,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과 주민소환제법이 '민생'과 관련 없는 법이라는 중앙일보 주장은 한마디로 억지다. 중앙일보는 이들 법안이 '시급을 요하지도 않고, 서민의 고달픈 삶을 지원하는 민생법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최근 한나라당이 반대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리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또 다시 치솟으려하는 상황을 모른단 말인가.
주민소환제법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지자체장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온갖 비리를 저질러도 마땅한 견제 수단이 없었던 지역민들은 주민소환제법의 제정으로 실질적인 주민참여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런 것이 '민생'과 관련이 없다면 도대체 중앙일보가 생각하는 '민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동아일보는 주민소환제법이 "소수의 '큰 목소리'를 부추겨 지방정치와 행정의 혼란을 상시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부각하지만 이는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다. 이번에 통과된 주민소환제법에 따라 자치단체장 등을 퇴출시키려면 주민 다수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소수의 특정 정치세력이 정략에 따라 자치단체장 등을 함부로 쫓아낼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먼저 주민소환제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미국과 같은 나라들에서 지방정치와 행정이 일상적인 혼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설령 우리의 지방자치제도가 아직 성숙하지 않아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시행령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시행 과정에서 보완해 가면 될 일이다. 주민참여 자체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동아일보의 행태는 법이 시행되기도 전부터 흔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데 불과하다.


이번 법안 처리가 '지방선거용'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조선일보는 "집권당이 이런 식으로 나라와 정국을 끌고 가니 지지도가 20% 안팎의 바닥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는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라며 제1당을 만들어준 유권자들의 뜻을 저버리고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이 사학법을 개악하려는 한나라당과 '타협'하지 않고 민주노동당·민주당과 공조해 민생법안을 처리한 것은 뒤늦게라도 자신들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각 정당이 정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이것을 '지방선거용'이라고 폄훼하면서 수구정당과 타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수구신문의 궤변이야말로 정당의 정체성을 무시한 구시대적 '야합정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부 신문들이 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나라당 비호 신문', '민생 외면 신문', '국회파행 조장 신문'이 되어 3당의 6개 법안 처리를 왜곡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06년 5월 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