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4월 21일 베트남여성 국제결혼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4.28)
등록 2013.08.27 15:42
조회 365

 

 

 

'저질 국제결혼 보도'로 나라망신 시키지 마라
.................................................................................................................................................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던가.
극우안보상업주의 보도, 숭미사대주의 보도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가로막아온 수구신문 조선일보가 이번에는 베트남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전체 베트남 국민을 모욕하는 기사를 실어 베트남 각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1일 조선일보는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을 위한 '맞선 현장'을 취재한 이 기사는 한마디로 '한국에서 결혼이 어려운 한국 남성들도 적은 돈을 들여 젊은 베트남 여성들을 신부로 구할 수 있다'는 결혼정보회사의 광고와 다름없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베트남 여성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남성에게 선택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베트남 여성은 물론 베트남 국민 모두에게 굴욕감을 주고 있다. 또 '맞선현장'의 사진을 모자이크도 없이 처리, 베트남 여성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한국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는 설명을 붙였다. 그밖에 기사 내용에서 베트남 여성들을 비하한 표현은 차마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겠다.


우리는 우선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다른 나라 국민의 자존심을 상처 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 조선일보의 반인륜적 저질 상업주의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조선일보의 보도에 상처받고 분노하고 있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지금이라도 조선일보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사에 소개된 여성들과 베트남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베트남에서는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각계각층이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의 유력지인 뚜오이쩨 편집위원회는 조선일보사에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베트남 중앙당 위원이자, 베트남여성연합의 주석인 하 티 끼엣 여사도 여성연합회 지도자들과의 회의에서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 시민단체에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겠으며, 결혼중개업에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의 공보담당관까지 나서 베트남 국민들에게 공식사과하고, 조선일보와 담당기자에게도 공식사과를 요청했다고 하니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베트남의 분위가 어떤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조선일보가 반인륜적 저질 보도로 한국 언론과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든 데 대해서도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베트남 신문 뚜오이쩨가 조선일보에 보낸 서한을 보면서 우리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서한은 조선일보를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 수를 갖고 있으며, 명망있는 일간지"로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부자 나라의 부자 신문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나라의 가난한 여성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언론의 도덕성에 대한 세계 보편 원칙을 무시한 것은 아니냐"고 조선일보에게 따져 묻고 있다. 또 "베트남의 신문에서 일하는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에 처한 여성들을 다루든, 그토록 비인간적이고 자의적으로 펜을 사용하는 방식이 낯설기만 하다"고 조선일보의 보도를 비판했다.
입만 열면 '일등신문'을 내세우는 조선일보는 언론의 기본적인 도덕성을 묻는 베트남 신문의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끝으로 우리는 조선일보에 한마디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조선일보는 새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이라며 헌재에 위헌소송을 내고는 틈만 나면 지면을 통해 두 법을 비난하는 왜곡과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 윤리적 책임도 저버린 채 '신문시장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인권을 침해하는 왜곡보도를 저지를 자유'와 다름없음을 누차 지적해왔다.
우리는 저질 상업주의 보도로 다른 나라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지경에 이른 조선일보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자숙하는 차원에서라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한 흠집내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본다. 두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기 위한 궤변을 만드는 데 쏟는 열정과 비용을 기사의 질을 높이는 데 쓴다면 조선일보 자신은 물론 한국민 전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저질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조선일보가 한국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양심 세력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고 온갖 왜곡보도로 '안티조선운동'까지 불러일으킨 신문이라는 점을 전하며, 앞으로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더 강력한 운동을 벌일 것임을 약속드린다. <끝>

 


2006년 4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