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정보통신부 직제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4.13)
정통부 직제개편, 시기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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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송통신 구조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부가 방송위원회 등 방송 관련 부처의 반발을 무릅쓰고 방송정책 등 방통융합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직제개편을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얼마전 정보통신부는 "급변하는 정보통신환경에 대응하여 정보통신부의 조직을 성과중심의 유연한 조직으로 전환하고, 책임과 권한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한편으로 부서간 업무의 연계성을 높이겠다"면서 현재의 실·국 체제를 본부 체제로 바꾸는 직제개편안을 행자부에 제출했다.
이 안은 통신방송정책본부, 정보통신산업본부, 미래정보전략본부 등 5개 본부와 전파방송기획단, 소프트웨어진흥단, 정보보호기획단 등 3개 단 설치를 골자로 한다. 그런데 '통신방송정책본부'라는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정통부가 방송정책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 본부와 단의 직무 규정을 살펴보면 정통부가 방송정책에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통신방송정책본부의 직무에 '방송통신 융합에 관한 정책 개발', '중장기 기본정책 수립' 등을 포함시키는가 하면, 소프트웨어진흥단의 직무 범위에서 영화·음악·게임 등을 제외하면서 방송은 제외 분야로 규정하지 않은 점 등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현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부와 방송위원회의 업무 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부처간 반발을 야기할 수 있으며 방송법과 정부조직법이 정해놓은 방송관련 직무 규정을 흔들어 법체계의 혼선을 불러올 수 있는 것임에도 정통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행자부가 문화부의 의견을 반영해 정통부 안을 일부 조정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행자부 조정안을 살펴보면 여전히 "전파·방송전송에 관한 기본정책 및 법제도의 종합·조정"(제10조제2항제2호), "통신·방송기술발전 및 융합에 따른 정책의 개발 및 수립"(제10조제2항제3호), "통신·방송기술발전 및 융합에 따른 서비스 활성화"(제10조제2항제4호) 등이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의 직무로 규정돼 있다. 방통융합과 관련된 이런 직무 내용은 현재 상황에서 정통부가 독단적으로 맡겠다고 나설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행자부의 조정안은 방송정책과 방통융합에 관련된 부분을 완전히 삭제하고, 소프트웨어 관련 직무에서 방송 분야를 제외시키는 방향으로 다음과 같이 재조정 되어야 한다.
우선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라는 명칭에서 '방송'을 빼야 한다.
둘째, 제10조 제2항 제2호 '전파·방송전송에 관한 기본정책 및 법제도의 종합·조정'에서 '법제도 종합·조정'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
셋째, 제10조 제2항 제3호 '통신·방송기술발전 및 융합에 따른 정책의 개발 및 수립'에서 '융합'을 삭제해야 한다.
넷째, 제10조 제2항 제4호 '통신·방송기술발전 및 융합에 따른 서비스 활성화'에서 '융합'을 삭제해야 한다.
다섯째, 제11조 제2항 제2호 '소프트웨어(영화·음악·게임 등의 내용에 관한 것을 제외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 산업의 중장기 육성 정책의 종합·조정'에서 '방송'을 제외 영역에 추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14조 제2항 제1호 '소프트웨어(영화·음악·게임 등의 내용에 관한 것을 제외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 산업의 중장기 육성 정책의 수립'에서 '방송'을 제외 영역에 추가해야 한다.
한편 정통부의 이번 직제개편 추진은 방통융합 구조개편 논의 과정에서 정통부가 논의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으로, 향후 방통구조 개편 논의의 정상적인 절차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국무조정실은 방송통신 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정통부가 방통융합 상황에서 어떤 직무를 맡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융합추진위원회가 합리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구성되고, 이 기구를 통해 방송통신 구조개편의 큰 그림이 그려진 이후에 결정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정통부가 이 같은 합당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소관 업무까지 자신들의 업무 사항으로 끌어넣은 직제개편을 추진한 것은 방통융합 논의에서 우위를 점해 '통신의 논리'를 관철시켜 보겠다는 부처이기주의의 발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우리 회는 지난 3월 22일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일련의 구상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정통부가 통신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방송정책까지 좌우하려 든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중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통부가 '직제개편'이라는 미명 아래 방통융합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조직이기주의를 넘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방통융합 논의 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오만한 처사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방통융합의 시대에도 방송은 공공적 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정통부가 '통신논리'를 방송의 영역에까지 관철시키기 위해 얕은 수를 쓴다면 우리 회를 비롯해 범시민사회의 저항을 불러 올 것이다. 정통부는 지금이라도 방송정책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직제개편 추진을 중단하고 방통융합 구조개편 논의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우리는 '정통부 직제개편'을 다룰 차관회의가 방통융합 구조개편의 맥락과 그 동안의 논의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한다. 방통융합 논의가 일개 부처의 부처이기주의로 훼손되거나 방해받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끝>
2006년 4월 1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