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노조의 사장선임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4.10)
등록 2013.08.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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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임금과 후생복지'가 공공성 척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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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동조합이 4월 6일 <노보>를 통해 '공공적 사장 선임을 위한 KBS인 설문조사' 결과를 일부 발표했다. <노보>는 설문조사 결과, KBS 구성원의 절대 다수인 82.2%가 현 정연주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으며 또한 KBS 사장으로서의 총체적 평가결과도 10점 만점에 평점 4.12점의 낙제점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KBS 노조가 생각하는 방송의 공공성이 과연 무엇인지, 또 공공적 사장 선임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 국민의 시각에서 공공성 바라봐야


<노보>에 실린 설문조사의 구체적인 항목과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직내 결속 응집력 나빠졌다 73.9% 좋아졌다 4.3% ▲임금 후생복지 나빠졌다 73% 좋아졌다 3.1% ▲경영성과 나빠졌다 62.7% 좋아졌다 8.1% ▲노조와의 관계 나빠졌다 61.2% 좋아졌다 6.4% ▲ KBS 공영성 나빠졌다 31.7% 좋아졌다 25.6% ▲자율성 민주성 나빠졌다 30% 좋아졌다 30.6% ▲ 프로그램 경쟁력 나빠졌다 19.6% 좋아졌다 43.2% 등이다.


KBS 노조는 지난 해 3월 실시했던 동일한 설문조사 결과와 이번 조사의 결과를 비교하면서 정 사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크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위 항목들을 좀더 꼼꼼히 살펴보면 방송의 공공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내용과 경영 복지로 묶을 수 있는 내용에서 응답결과가 뚜렷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충격적', '민망하기 그지없는', '치명적 약점'이란 <노보>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경쟁력이나 업무 자율성 및 의사결정의 민주성과 같이 방송 공공성의 핵심적인 항목들은 오히려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드러지게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온 항목들은 KBS 구성원들의 임금과 후생복지, 경영성과, 노조와의 관계 등이다. 방송의 공공성은 방송사 구성원들의 높은 임금과 후생복지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의 질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KBS 구성원이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는 사뭇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조는 지난 2월 4일자 <노보>에서 정 사장의 경영이 전(前) BBC 사장 존 버튼의 시장주의 경영전략과 유사하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스스로 이번 설문조사를 '공공적 사장 선임'을 위한 조사라고 이름 붙였다. 그렇다면 공공적 사장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임금 후생복지, 경영성과, 노조와의 관계가 왜 공공적 사장의 필수적 덕목인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공개된 설문조사의 항목들을 보면 방송의 공공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영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 사장의 공영방송 철학의 부재와 '상업방송식' 경영 방안을 맹렬하게 지적하면서도 스스로 구성한 설문 항목들은 상업방송과 다를 바 없는 경영성과와 사내 복지에 집착하는 모순을 보여주었을 따름이다.
실제로 KBS 노조는 설문조사 결과 분석에서 정 사장 4대 연임 불가론으로 ①경영 능력 부족, ②조직 갈등 증폭, ③공영방송 위상 혼란, ④방송에 대한 비전문성을 꼽았다. 그리고 차기 사장의 조건들 중 으뜸으로 노조원 79%가 경영능력을 꼽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와 주장은 석연치 않다. 사장의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그렇게 부족한데 어떻게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을까? 조직 갈등이 심각한데 업무의 자율성과 의사결정의 민주성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노조가 간절하게 원하는 경영 능력이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KBS 노조는 차기 사장이 갖추어야 할 공공성의 덕목이 무엇 무엇인가를 스스로 명확하게 되물어보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혀서 합리적인 공론의 장에 부칠 것을 촉구한다.

 


2. 로우데이터 즉각 공개해야


아울러 KBS 노조는 이번 설문조사가 최소한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였는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4월 6일 인터넷 언론 쿠키뉴스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기자와 PD 등 외근 직종의 응답률이 다른 직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며, 이에 관해 KBS 사내게시판에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일부에서는 설문항목의 구성과 배치도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와의 관계, 임금 및 후생복지 등 부정적인 응답이 예상되는 항목을 앞쪽에 배치하고 뒷부분에 사장 연임의 찬반을 물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응답자들의 의견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부디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이에 대한 KBS 노조의 솔직하고 떳떳한 대응을 촉구한다. 특별히 우리는 노조가 이번 설문조사 로우데이터를 즉각 공개해 쓸데없는 의혹이 증폭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왜 설문조사결과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 공개한 것인지도 해명해야할 지점이다. 이번 설문조사 내용 중 구체적으로 차기 사장 적임자를 묻는 항목이 있었고 김아무개씨가 1위를 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우리는 진심으로 오는 6월 30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KBS의 차기 사장이 공공적으로 선임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지난 3년 2개월 동안의 정 사장 체제를 공정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정 사장의 방송철학이 상업주의로 경도되어 방송 공공성을 해쳐왔다면, 그리고 앞으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단호하게 그의 연임을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KBS의 설문조사 결과는 정 사장보다 노조가 더욱 상업주의 방송철학에 매몰되어 있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방송 공공성은 KBS 구성원만의 자가당착적 공공성이 아니다. KBS는 국민의 방송임을 명심하고 공영방송과 방송 공공성에 대해 KBS노조는 진지하게 고뇌하기 바란다. <끝>


 

2006년 4월 1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