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시위'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4.10)
등록 2013.08.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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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대응 부추기기'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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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방부는 주한미군기지 확장 이전 터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도두리 일대에 대한 강제 수용에 들어갔다. 국방부는 포크레인과 불도저 등 중장비 6대와 경찰 50개 중대 5천 명, 철거용역 700명을 동원해 주민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농수로를 허물었고 이에 주민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은 격렬히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31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었고, 용역 업체 직원 1명과 주민 7명이 다쳤다. 앞서 대추리 주민들은 강제 수용을 막기 위해 미군기지 수용 예정지 285만평 중 80만평의 논을 갈고 볍씨를 뿌리는 등 본격적인 영농에 들어간 상태다. 현행법 상 볍씨들이 싹을 틔워 4∼5cm까지 자라면 경작민의 소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추수 때까지 이전 작업을 하기 어려워진다.


주민들의 반발이 격화된 데에는 국방부의 책임이 크다. 국방부는 2004년 8월까지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다 일방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주민들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를 '요식적인 행정절차'로 처리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주민들과 사회단체들이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꾸려 국방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을 저지하고 나서는 데까지 상황이 악화됐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주민들의 시위를 '반미로 무장한 반미단체들의 선동'에 의한 것으로 몰아붙이면서, 민주적 절차조차 제대로 밟지 않은 정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다뤄주고 더욱 강력한 공권력 행사를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8일자 <反美의 '메카' 된 평택 대추리>라는 사설을 통해 주민들의 반발이 정당한 법집행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며 '반미논리'로 무장한 '범대위'가 이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세상을 쥔 소수가 무기력한 다수를 호령하고 있는 요즘 세상"이라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왜곡한 후, "평택 대추리는 그런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니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조선은 같은 날 10면 기사에서도 이번 사태를 '대격돌'로 표현하며 양측 간의 충돌만을 부각할 뿐 주민들의 주장은 외면했다. 반면 "범대위와 주민들이 다시 영농행위를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주요하게 전했다.


중앙일보는 <'평택 불법 행위' 왜 미온적으로 대응하나>라는 사설에서 미군기지 확장이전이 "국민적 합의로 추진 중인 국책사업"이라고 전제하며 주민들의 시위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개탄했다. 또한 조선과 마찬가지로 사태의 원인을 "'미군철수'로 무장된 반미단체의 집요한 훼방 책동"으로 돌렸다. 사설은 정부가 "무단점거·폭력시위 등 각종 불법행위에 미온적인 대처"를 해왔다며 정부를 질책한 뒤 "반미단체와 일부 주민의 불법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또 11면 기사에서는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찬성하는 주민들의 발언을 부각해 주민간의 갈등을 부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다르지 않았다. 동아는 사설 <평택 벌판을 '反美 전쟁터'로 방치할 건가>에서 주민들의 시위를 질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미동맹'까지 우려했다. 또 주민들의 반발로 이전 작업이 미뤄지고 그 결과 해마다 1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주민의 생존권과 안보가 달린 중대 사안을 '세금낭비' 차원으로 다뤄 평택 시위에 대한 여론 악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설은 지난 달 15일 이전까지 시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건수가 전무했다는 점을 들어 "반미단체와 일부 주민의 불법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동아는 같은 날 기사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반미 외부 세력이 오히려 주민들을 호도하는 측면이 크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그대로 실어주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는 주민들의 반발 이유에 대해 정부의 일방적인 설명회 개최 정부의 보상 절차가 형식적 업무처리에 그친 점 일부 국방부 관계자들이 주민들이 반미단체의 조종을 받아 움직이는 것처럼 선전해 사태를 악화시킨 점을 들어 정부의 책임성 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은 단순히 평택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만은 아니다.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확장이전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사안은 '한반도 평화'라는 문제와 깊이 관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택 주민들의 반발은 생존권적 요구를 넘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운동의 성격도 띠게 된 것이다.


한편 지난 해 10월 미태평양사령부 존 브라운 군단장은 미8군 사령부의 하와이 이전과 주한미군의 대규모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으며, 구체적으로는 2005년까지 8천여 명의 주한미군 감축을, 2008년까지 총 12,500명의 병력을 감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과 군사변환, 전 세계 미군재배치에 따른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평택에 285만평이 넘는 엄청난 땅을 강제 수용하는 미군기지 확장이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수구·보수 신문들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갖는 의미를 따져보거나,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기지이전을 강행하고 6조원이 넘는 이전비용까지 부담하기로 한 정부 방침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기는커녕 '밀어붙이기' 식의 공권력 집행만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부 신문들은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탓하기 전에 평택 주민들의 생존권 요구와 한반도 평화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4월 1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