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참여연대 후원행사 관련 일부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4.5)
등록 2013.08.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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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흔들기', 의도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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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제신문이 참여연대의 기업모금을 문제 삼는 기사를 내보낸 후 일부 신문들을 중심으로 '참여연대 흠집내기'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은 <'편법상속 조사' 발표 앞두고 참여연대, 기업대상모금행사>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를 싣고 "6일 국내 주요기업들의 편법 상속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참여연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이전 경비 마련을 위한 후원금 모금에 나서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참여연대가 기업의 편법상속 조사결과 발표를 모금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이 접근함으로써 논란거리를 던졌다.
그러자 4일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몇몇 신문들은 이 보도를 받아 참여연대의 '도덕성 문제'로 논란을 키웠다. 이들 신문은 참여연대가 후원행사를 앞두고 '기업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는 사실과 오는 6일 '38개 재벌 특수관계인의 주식 거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악의적으로 연결시키며 참여연대를 비난했다.
이들의 보도는 △참여연대가 고의적으로 편법상속 조사결과 발표와 기업모금의 시기를 맞춰 기업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몰아가기, △대기업이 참여연대와의 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양 호도하기, △기업들이 참여연대에 후원금을 내지 않으면 부당한 공격을 당하는 것처럼 왜곡하기 등등의 방식으로 참여연대를 음해했다.


중앙일보는 4일 사설 <편법상속 비판하며 기업에 손 내미나>를 싣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은 참여연대의 기획력에 놀랄 뿐이다", "이번 일탈행위가 권력화로 치닫는 시민단체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참여연대가 기업모금에 압력을 행사하려고 시기를 맞춘 것으로 단정하고 '일탈행위'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은 것이다.
또 사설은 "초청장을 받은 기업들은 곤혹스럽다", "500만원의 후원금 때문에 목숨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계는 '이번 행사에는 협조하지 말자'고 해놓고, 돌아서면서 '미운털이 박힐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한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참여연대 후원 문제로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보도했다. 참여연대에 후원금 5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기업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말인가? 참으로 악의적인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참여연대의 묘한 후원금 모금>을 통해 "주요 기업의 편법상속에 관한 조사결과 발표를 눈앞에 두고 일부 기업에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낸 것은 비정부기구(NGO)의 도덕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들 기업들로선 참여연대의 초청장이 '청구서'로 보이지 않겠는가"라며 참여연대가 기업을 대상으로 부도덕한 압력을 행사한 것처럼 몰았다.
한편 <6일 '편법상속' 발표 앞두고 오늘 기업상대 후원행사 참여연대 '오비이락 모금' 논란>이라는 제목의 5면 기사에서는 기업들이 참여연대의 후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요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아예 "대기업 A사의 대외업무 담당 임원 K씨는 요즘 '시민단체'의 후원 행사에 참석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로 시작된다. 기사는 "참여연대의 후원 요청에 대해 A사 외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후원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써 기업들이 참여연대의 압력에 굴복해 억지로 후원금을 내는 것처럼 썼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참여연대 후원행사 외에도 기업들이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후원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경제단체 임원'의 입을 빌어 "현 정부 출범 후 시민단체 관계자가 청와대 등 권력의 핵심에 진출하는 일이 늘면서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여러 형태의 금전적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고 써 시민단체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기업을 압박하는 양 매도하기도 했다.


4일 조선일보는 사설을 쓰지는 않았으나 2면 관련 기사를 싣고 <6일 '그룹 편법상속' 자체조사 발표 앞두고…참여연대, 기업들에 후원금 초청장>이라는 제목을 달아 조사결과 발표와 후원행사 사이에 의혹이 있는 것처럼 부각했다. 또 몇몇 사례를 들어 "외국의 경우 유력 시민단체들은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한다"며 시민단체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이 예외적인 일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는 참여연대의 기업모금을 놓고 일부 신문들이 벌이고 있는 행태가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자신들이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판단한다.
이들의 주장 밑바탕에는 '참여연대가 후원금을 주는 기업은 잘 봐주고, 후원금을 주지 않는 기업은 가혹하게 감시하고 비판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는 그동안 기업 감시 활동에 앞장서 왔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던 시민단체에 대한 악의적이며 유치한 공격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참여연대가 특정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그 대가로 해당 기업에 대해 소극적으로 감시한 경우가 있다거나, 후원금을 받지 못해 특정 기업을 가혹하게 비판한 경우가 있다면 그와 같은 구체적인 '사실'을 근거로 비판하는 것이 상식이다. 기업모금의 시기와 기업감시 활동의 결과를 발표하는 시기가 겹쳤다는 이유만으로 참여연대를 매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이 아니다.
그동안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들이 무슨 권력이라도 휘두르는 듯이 호도하면서 틈만 나면 진보적인 성향의 시민단체들을 비난하고, 이들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를 거듭해 왔다. 시민단체가 공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두고 '정부 돈으로 친정부 활동을 한다'는 식으로 왜곡해온 것이 대표적인 수법이다. 지난해에도 조선일보는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총선연대 활동을 한 것처럼 악의적인 보도를 해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고, 1심에서 패소했다.


이번에도 한 경제신문이 '논란'을 던지고 일부 보수신문들이 이를 받아 키우며 참여연대를 매도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야말로 이들 신문에게 되묻고 싶다. 참여연대의 편법상속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기업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는 경제신문이 참여연대를 근거 없이 흠집내는 의도가 무엇인가? 또 일부 신문들이 한 경제신문의 뉴스가치가 의심스러운 보도를 받아 사설까지 쓰면서 논란을 키우는 것은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는 아닌가?
우리는 언론들이 시민단체들의 기업모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을 반대하기는커녕 오히려 환영하고, 이를 계기로 건강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건강한 논의가 이뤄지려면 가장 먼저 시민단체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 과장, 악의적 왜곡보도 행태가 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시민단체들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들의 시민단체 후원과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기업들이 거둔 이익의 일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민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일부 신문의 시민단체 흔들기는 이같은 합리적 접근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시민단체에 대한 악의적 왜곡편파보도로 시민단체와 시민들 사이를 이간질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덧붙여 우리는 참여연대를 매도하고 있는 일부 신문들이 과거 '관변단체'라고 불려왔던 단체들, 보수적 시민단체들의 운영이나 도덕성, 재정 문제에 대해 단 한번 제대로 비판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끝>

 


2006년 4월 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