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 인터뷰 관련 28일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29)
등록 2013.08.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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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동계에만 '법과 원칙' 들이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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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잇따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의 27일 중앙일보 인터뷰 발언을 부각해 노동계를 압박하는데다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추기고 나섰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은 참여정부가 노동 문제를 '법과 원칙으로 풀지 않고 정치적으로 풀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문제에 관한 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처럼 1980년대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섣부르게 노동계에 약속을 하거나 인기에 영합해 기대심리를 부추겨서도 안된다"며 "정치권이 이렇게 나오니까 노동계는 툭하면 정치권으로 뛰어간다"는 등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법과 원칙'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이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노동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해 물의를 빚어왔다. 그는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있느냐"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노동계를 자극하는가 하면, 비정규법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잘 모르면 용감해지는 비전문가들의 월권행위"라는 무례한 반응을 보여 노동계의 반발과 시민사회의 빈축을 샀다. 이런 인물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퇴임 후에 '남탓'하는 모양새가 민망하다.
김 전 장관 발언의 심각한 문제는 참여정부가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친노동적 행보'를 보인 양 사태를 호도하고, 더 강경한 노동 정책을 정부에게 압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실은 중앙일보는 물론 조선, 동아일보까지 28일 일제히 김 전 장관의 발언을 사설로 실어 그의 '용기'를 칭찬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28일 사설 <"정치적으로 노사문제를 풀지 말라">에서 다시 한번 27일 인터뷰 기사 내용을 반복하며 "이 전 총리가 1980년대 버전으로 접근했다"는 김 전 장관의 발언을 "용기"라고 칭찬했다.
사설은 "사측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사용자의 책임을 슬쩍 언급하기도 했으나 결론은 "정부와 여당은 4월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민주노총 파업에 불법 행위가 있으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코오롱 회장 집을 침입한 해고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김 전 장관의 주장이 "변하지 않는 노동정책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등 정부의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도 <"정부가 노조 버릇 잘못 들였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등의 파업을 앞두고 김 전 장관이 때맞춰 '조언'을 한 양 그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사설은 김 장관의 발언이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계를 약자로 보고 편들어 주게 되면 노사문제를 풀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며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나아가 그가 "정부의 노동정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으려고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추켜세운 다음, 정부·여당이 "전임 노동장관이 걱정하는 이런 일을 지금 이 시간에도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동아일보 역시 <선거 틈탄 '파업 위협' 정치로 풀면 안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선거 틈탄 '파업 위협'"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설은 노동계의 파업을 매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설은 민주노총이 "말로는 계약직 보호를 외치지만 사실은 '철밥통'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거나 "철도공사 노조가 다시 파업을 결의한 것도 선거를 틈타 정부와 회사 측을 또 흔들어 보겠다는 것"이라는 등의 주장으로 파업의 정당성을 흠집 낸 후, 김 전 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툭하면 파업을 하고 이를 무기 삼아 정치권과 거래하려는 노동계의 고질을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한다", "선거를 의식해 어물쩍 대응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파업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전직 노동부장관, 특히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지 못한 장관의 '남탓' 발언을 부각하면서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추기는 일부 신문들의 행태는 참으로 한심하다.
노동계가 잇따라 파업들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추기는 것이 노사문제를 풀어가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가? 또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비정규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초래될 부작용에 대해서 일부 신문들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아울러 우리는 일부 신문이 '법과 원칙'을 파업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논리로만 악용하는 데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전 장관은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끌려 다니며 '법과 원칙'을 저버렸다고 주장하고 일부 신문들이 이를 기정사실처럼 받아쓰고 있지만,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점은 이들 신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용자 측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는지, 노동자들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우리 사회에 마련되어 있는지부터 따져 볼 일이다. 일부 신문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을 자신들의 '코드'에 맞다는 이유로 부풀리는 행태야말로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3월 2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