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의약품 워킹그룹'의 미국 관리 참석' 관련 주요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27)
등록 2013.08.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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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앞에서는 '최소한의 사실보도'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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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약업계 의견수렴'을 위해 2002년 5월부터 운영해 온 '의약품 워킹그룹'에 미국 외교관이 정기적으로 참여하면서 자국 제약업계에 유리하게 약값 정책이 수립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의약품 워킹그룹'은 2002년 5월 미국 측의 요구로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한국정부, 다국적 제약회사, 국내 제약회사 그리고 미국 관리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까지 모두 11차례 열린 이 회의에서 미국 관리들은 '의약품 참조 가격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는가 하면, "회의가 처음 의도와 달리 운영되는 것은 안 된다"며 "어느 경우든 양국이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 변화되는 사항은 워싱턴에 보고해야 한다"는 등 고압적인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편 정부는 2005년 10월 통상현안점검회의를 통해 "당분간 새로운 보험약가 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신약 검사 시 식약청이 미 제약회사에 요구하는 자료를 축소할 것"을 미국 정부와 합의해 주었으며 애초 1년의 한시적 기구인 '의약품 워킹그룹'의 연장 여부를 복지부, 한국 제약업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등 3자가 결정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미국 관리들이 "워킹그룹은 필요하며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기한이 만료된 후에도 3차례나 더 회의를 개최하는 등 의약품 관련 정책에서 미국에 끌려다녔다고 한다.
또 이태복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워킹그룹의 개최와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참석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증언해 관리들이 장관까지 '왕따'를 시키며 주요정책을 미국과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의약품 워킹그룹'에서 보인 미국 관리들의 행태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내정간섭'도 서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민들의 보건·복지와 직결되는 의약품 문제를 미국의 의도대로 질질 끌려다닌 한국 정부의 자세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다른 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 중 10~15%가 의약품 비용으로 지출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년 18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재정중 약 30%가 약값으로 지출되며 이중 30~50%가 다국적 제약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의약품 워킹그룹'을 통해 미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무엇을 얻으려고 했는지는 자명해 진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약값 정책 간섭 사실은 더욱 큰 우려를 낳는다. 특허권 강화 등을 내세우며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약품 가격을 높이려는 미국 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한국 정부가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주요 신문들의 지면에서는 관련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한겨레만이 지난 10일과 14일 27일 걸쳐 기사와 사설을 싣고 있다. 한겨레는 '의약품 워킹그룹'의 미국 관리 참석과 그것이 왜 문제인지를 따졌다.


지난 1월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개시의 전제 조건이라며 일방적인 '스크린 쿼터 축소'를 발표한 이후 언론들은 한미 FTA 협상의 배경이나 파장을 분석하기는커녕 정부가 내놓은 장밋빛 전망을 무비판적으로 쏟아내는데 급급했다.


더 나아가 이들 신문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부당한 정책 간섭과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대해 침묵하기까지 해 우리는 대미 통상 문제와 관련한 언론의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특히 '미국'이 관련된 사안에는 이들 신문의 '비판기능'이 마비되고 최소한의 사실보도도 못하는가? 입만 열면 '비판언론'을 자처하는 일부 신문들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미국의 의약품 정책간섭'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끝>

 


2006년 3월 2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