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 관련 민언련 논평(2006.3.24)
등록 2013.08.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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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이기주의'와 '통신재벌 돈벌이' 외엔 관심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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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노준형 정보통신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서 노내정자는 "통신·방송 융합정책 마련이 정통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 과제"라며 "융합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통신·방송에 대한 전면적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 정통부가 추진중인 '광대역융합서비스사업법안'(Broadband Convergence Service 사업법, 이하 BCS사업법)을 앞으로 구성될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제1번의 아젠다로 설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우리는 이 같은 노내정자의 발언이 앞으로의 '방통융합'을 정통부 주도로 이끌어가겠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하며, '방송통신융합'이 국무총리실 주도로 관련 부처간에 신중하게 협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정통부 입장만을 강변하는 노내정자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 거대 통신사업자 및 가전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 속에 있는 정통부가 앞으로 방통융합 논의 과정에서도 사업자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겠다는 또 다른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통부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에서 '제1 아젠다'로 설정하겠다는 BCS사업법은 방송체계를 송두리째 흔들 위험성을 안고 있는 법안이다.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서 데이터와 영상, 그리고 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송통신융합 뉴미디어 서비스를 모두 BCS사업법의 관장 하에 두겠다는 것인데, 가장 대표적인 뉴미디어매체가 바로 IPTV다. 법안을 살펴보면 BCS사업을 하려는 자는 정통부장관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있어 새로운 방통융합 서비스의 진입규제를 정통부 주도하에 일방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IPTV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고려할 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BCS사업법에서는 일간신문·뉴스통신, 대기업도 BCS사업의 지분참여를 허용하고 있고, 외국자본 또한 49% 내에서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정부와 미 거대자본의 통신개방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누구든 광대역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만든 부분이다. 이미 외국에 양허되어 있는 부가통신사업을 통해 외국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개방이 전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는 지상파방송 및 보도·종합편성채널에 있어 신문방송겸영을 금지하고 외국자본의 참여를 차단해왔던 기존 방송법의 정신을 근본부터 허물면서 방송에 대한 족벌신문, 대기업, 외국자본의 진입장벽을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것으로 노내정자가 방송의 공익성·공공성 및 수용자복지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도 BCS사업법안은 기존 방송법과 전기통신법에 의해 규제받던 사업자와 새로 생기는 BCS사업자가 형식상 혹은 내용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서로 다른 법체계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형평성의 문제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은 방송위원회 소관의 방송정책과 관련된 내용들을 정통부가 일방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어 정통부의 '오만'을 보여준 것이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로 이런 법을 '제1아젠다로 설정하겠다'니 노내정자의 정통부장관 자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최우선 의제는 방통융합 환경에서 '수용자 복지'를 어떻게 지켜내고 향상시켜갈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일부 거대 통신사업자들의 사적 이익이 아니라 사회공공성의 영역 안에서 어떻게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저렴하게 새로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부터 고민하는 것이 정책당국자들의 '상식적인 태도'인 것이다. 그런데도 장관내정자가 국민의 보편적 이익보다 일부 사업자들의 이익을 앞장서 대변하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또 앞으로 방통융합을 정통부가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대목에서는 정통부의 '부처이기주의'를 확인하게 된다.


정통부는 이미 BCS사업법 외에도 정통부 부서 개편 과정에서 '통신방송정책본부'와 '전파방송기획단' 등 '방송정책'과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 부서의 신설을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정통부의 부서개편 또한 방통융합을 주도해나가겠다는 과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판단한다. 우리는 정통부와 노내정자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거대통신사업자들의 독점과 서로간의 이전투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익추구의 장으로 변질된 통신시장과 달리 방송은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공공성'을 지켜오고 있는 영역이다. 수용자복지와 공공적인 방송의 기본 의무와 역할에 대해 조금도 고민해본 적 없는 정통부가 방송정책까지 좌지우지하려 드는 것을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노내정자는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될 장관으로서 지금부터라도 방통융합시대에 정통부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겸허하게 성찰해보기 바란다. 정통부와 노내정자가 이와 같은 우리의 당부를 저버리고 사업자들의 이익옹호에 앞장 서 방송통신융합을 파행적으로 끌고 간다면 시민사회 전체의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3월 2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