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발견'에 대한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15)
등록 2013.08.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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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분사료'와 '동물성 사료'도 구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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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미국 농림부는 앨라배마에서 도축된 소에서 광우병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수입이 재개되는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에 따라 '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는 한 소고기 수입을 중단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 정부는 한미FTA 타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갈비와 꼬리, 내장 등을 제외한 30개월 미만의 소의 살코기만 수입하기로 했으며, 육골분 사료를 금지한 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소를 수입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소'가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는 광우병의 예방지침 가운데 하나로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도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광우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소의 부위를 사료로 쓰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30개월 미만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되지 않았는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유럽의 경우 나이와 관계없이 도살하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지만, 미국은 30개월 미만의 송아지는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수입한 소에 대해 별도의 광우병 조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의 광우병 잠복기는 대체로 4∼5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미국산 소고기가 광우병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확신 할 수 없다.
'살코기만 수입하면 안전하다'는 주장 역시 허점이 드러났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한 일본은 살코기에 뼈가 붙어 있는 소고기가 수입되어 수입재개 조치를 철회했으며, 홍콩 역시 이 같은 문제로 미국의 해당 공장 소고기에 대해 금수조치를 내린 바 있다. 미국 정부 검사관이 상주해 있으며 검사필 증명서가 붙어있는 소고기에서조차 뼈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소고기검사과정을 믿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또 살코기가 안전하다는 것 역시 논란이 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된 농림부 산하 방역기술협의회 전문가들의 의견도 송아지 살코기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었으며, 미국의 유명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에는 인간광우병인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에 걸린 환자의 근육에서 프리온이 검출되었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해 소의 살코기 역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캐나다와는 소 수입재개 협상을 중단한 정부가 미국산 소는 수입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사실상 캐나다와 미국 북부지역의 소는 구분이 어렵다고 한다. 실례로 미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광우병 감염 소는 캐나다 산이었다. 또 정부는 '캐나다에서 동물성 사료 금지 이후 발생한 광우병 소'이기 때문에 캐나다와는 협상을 중단한다고 했으나, 아직도 골분사료는 쓰지 않지만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소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98년 4월 이후 출생한 소'라는 미국과의 협의문구에 매달려 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소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10살 된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었음에도 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9살 된 소'는 안전하다는 것이 말이 되는 주장인가.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따른 문제는 지적하지 않은 채, '98년 4월 이후 태어난 소는 안전하다'는 미국과 정부의 불확실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쳤다.


SBS는 14일 <수입 늦춰질 듯>에서 '중요한 것은 연령인데, 98년 4월 이후에 출생된 것으로 확인되면 수입이 중단된다'는 요지의 정부 측 발표와 "수출과 무관한 10살 짜리 소"라는 미국 측의 발언을 단순 전달했다. SBS는 "98년 4월 이후 소는 광우병의 원인인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아 안전한 것으로 간주돼 왔기 때문"이라며 "미국으로부터 광우병 소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받아 본 뒤, 수입 재개 절차를 계속 진행할 지 판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광우병 소 또 발견>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어 "이달 말로 예정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가 미뤄졌다"며 "농림부는 현재로서는 수입을 재개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미국이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지난 98년 4월 이후 태어난 소에서도 이 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미국의 방역체계를 문제삼아 수입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KBS는 14일 <또 광우병 소>와 <수입 늦춰질 듯> 두 건을 보도했지만, 보도내용은 다른 두 방송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또 광우병 소>에서 KBS는 미국의 광우병 소 발견 사실과 "문제의 소가 광우병 안전조치가 시행된 98년 이전에 태어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미국 측의 입장을 보도했다. 이어 <수입 늦춰질 듯>에서도 "이번에 추가로 발병한 소가 미국의 주장대로 10살 이상이라면 수입절차는 그대로 진행"된다며 "농림부는 현지 실사단 출국을 연기하고 수출 작업장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KBS는 "쇠고기 수입 반대 단체들은 미국의 광우병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며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일본과 홍콩의 수입중단 조처를 언급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우리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광우병 소가 미국에서 또다시 발견됐고, 일본과 홍콩은 수입재개조치를 철회했음에도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하려는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미국산 소고기는 사육과정이나 검역 등 전 과정에서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번에 또다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는 것 자체가 미국산 소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와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강행 의지를 비판해야 할 방송이 앵무새처럼 정부발표를 전달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조금만 취재를 해도 '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소는 안전하다'는 정부와 미국 측 주장이 말도 되지 않는 것임이 드러날 수 있음에도 방송사들이 안이하게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행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방송사들은 심층보도를 통해 '98년 4월 이후' 운운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미국과 정부의 잘못된 주장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헤쳐주길 바란다. 그것이 국민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끝>

 


2006년 3월 1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