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폭소클럽> 종방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6.3.9)
등록 2013.08.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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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클럽> 부활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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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코미디프로그램 <폭소클럽>이 3월 6일 마지막 방송을 내보냈다. ‘본격 스탠드업 코미디’를 내세운 <폭소클럽>은 신선한 형식과 내용, 풍자 넘치는 웃음을 시청자에게 선사한 것은 물론 신인 코미디언을 발굴·양성하는 산실의 역할도 톡톡히 한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에 떠밀려 사라지게 된 현실을 우리 회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KBS가 <폭소클럽>의 부활 또는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을 신설해줄 것을 요구한다.


<폭소클럽>은 2002년 11월 첫 방송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새로운 코미디프로그램의 ‘장’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억지웃음이 판을 치던 코미디 프로그램들 가운데서 <폭소클럽>은 창의적인 실험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과감하게 선보인 것은 물론 의미있는 웃음을 전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대표적인 코너가 바로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였다. 이 코너는 이주노동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애환을 그렸으며, 다른 한편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시각에서 한국사회를 풍자해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 코너가 끝났을 때 많은 이주노동자들과 시청자들이 아쉬워했다. 특히 이 코너의 마지막회에는 스리랑카 대사가 특별출연해 블랑카를 연기한 정철규씨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또 ‘바퀴달린 사나이’에서는 사고로 다리를 잃은 박대운씨가 휠체어를 타고 나와 장애인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애환을 담담하게 풍자해 많은 박수를 받았으며, 얼마 전에는 임신을 한 개그우먼 김지선씨가 출산하기 직전까지 ‘아이러브 아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며 우리 사회의 남아선호사상과 출산정책, 육아현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폭소클럽>은 ‘사물개그’, ‘369개그’, ‘마른인간 연구-X파일’ 등의 코너를 통해 신인개그맨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새로운 ‘개그’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어 호평받았다.
<폭소클럽>이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뿐만 아니라 ‘과학강사 장하나’, ‘마술사 이은결’, ‘외국인 피어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물론 방청객까지 때로 출연시켜 개그의 소재와 표현 형식을 다양화하려고 노력한 점도 평가받았다. 아울러 그동안 방송에서 금기시되거나 선정적인 소재로 ‘이용’했던 성에 대한 담론을 자연스럽게 유머로 풀어낸 것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우리 회는 지난 2003년 3월, 80여개의 방송3사 연예오락프로그램 가운데 <폭소클럽>을 ‘민언련이 추천하는 연예오락프로그램’으로 선정했으며, 지난 2004년에는 ‘올해의 좋은 방송’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렇기때문에 <폭소클럽>이 낮은 ‘시청률’때문에 폐지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KBS 관계자들도 ‘월요일 같은 시간대 방송하는 SBS <야심만만>과의 시청률 경쟁이 버거웠다’고 인정했듯 <폭소클럽>은 시청률 경쟁의 희생양이 된 듯하다. <야심만만>이 비록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고는 하나 개봉예정영화나 SBS 새 드라마 등을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또한 갈수록 연예인 신변잡기에 매달리는 등 많은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실있는 프로그램이 경쟁프로그램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 폐지되니 씁쓸한 감을 감출 길 없다.
특히 <폭소클럽>이 1년여전 금요일 심야시간대에 편성되었을 때는 보통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월요일 11시로 옮기면서 경쟁에 뒤처져 더욱 안타깝다. <폭소클럽> 시청률 저조의 책임을 몽땅 <폭소클럽>에 묻는 것이 온당치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비록 KBS측이 “프로그램 형태가 의의가 있기 때문에 특집 프로그램이나 다른 형태로 방영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하긴 했으나 <폭소클럽>의 부활은 불투명한 상태다. 우리는 KBS가 <폭소클럽> 그대로이든, 다른 이름이든 <폭소클럽>의 장점을 이어가는 코미디프로그램을 다가오는 봄개편에서 편성해줄 것을 요구한다. <폭소클럽>은 이렇게 없애기엔 너무 아까운 시도였다. <끝>

 

 
2006년 3월 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