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의 '한나라당-동아일보 성추행 술자리' 소극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8)
등록 2013.08.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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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14만원'에 발목잡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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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인터넷언론 '민중의소리'는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이 벌어진 2월 24일 '한나라당-동아일보 술자리'의 구체적인 실상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들은 '여성 도우미'의 식사 시중을 포함해 1인당 14만 원짜리 식사를 했으며, '2차'에서는 폭탄주가 오갔다고 한다. 이날 참석한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동아일보 기자들 14명의 밥값만 196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2차 술자리 비용까지 더한다면 그 금액은 수 백 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날 술값과 밥값은 '상견례'를 제안한 한나라당이 계산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동아일보 기자들은 제1야당으로부터 거한 식사와 질펀한 술자리 접대를 받았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동아일보가 최 의원의 성추행에 대해 그동안 왜 그렇게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는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는 2월 28일부터 3월 7일까지 단 두 건의 기사와 1건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동아일보에는 3월 1일 이후 후속 기사 하나 실리지 않았다. 또 두 건의 기사는 박근혜 대표 등이 사과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가 하면, 최 의원에 대한 다른 정당의 비판을 한나라당에 대한 부당한 정치공세인 양 몰아가는 등 동아일보가 사태의 확산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동아일보의 이런 소극적인 보도태도는 한나라당으로부터 받은 부적절한 접대의 실상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우리는 동아일보 기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28일 "이번 사건의 본질이 사회의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 중 하나인 성추행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며 "본질과 동떨어진 맥락으로 이번 사태를 해석해 악용하는 행위는 관련 당사자의 인권을 또 한번 짓밟는 일이므로 엄중히 경고"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성추행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제1야당으로부터 1인당 14만 원짜리 식사와 폭탄주를 대접받은 24일의 '간담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아울러 우리는 '민중의소리'가 일부 밝혀낸 '질펀한 폭탄주 회동'의 진실을 왜 나머지 언론들이 제대로 취재하지 못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성추행 사건이 불거짐과 동시에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간담회에 대해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한나라당의 최고위 당직자들은 왜 유력 언론사 간부들과 이런 술자리를 가졌으며,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가? 한나라당과 이런 부적절한 간담회를 함께한 언론사는 동아일보 뿐이었는가? 동아일보가 밝힌 것처럼 성추행이 벌어진 술자리에 동아일보 임채청 국장과 박근혜 대표는 없었나?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와 같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취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부적절한 만남을 지적한 언론도 소수에 그쳤다. 그런데 '민중의 소리'의 7일 보도에 따르면 동아일보뿐 아니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일부 방송기자들 또한 한나라당과 비슷한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인가? 그렇다면 한나라당으로부터 받은 접대 때문에 성추행을 부른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부적절한 술자리 문제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우리는 거듭 촉구한다.
'최연희 성추행 사건'은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동시에, 정치인과 언론인 사이의 왜곡된 '접대문화'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제1야당과 일부 보수언론 간의 '신권언유착'과 그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성추행 술자리'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아울러 한나라당과 다른 언론사들 사이의 부적절한 만남의 실상도 모두 밝혀져야 한다.
'술자리 취재'와 거액의 술 접대는 명백히 다르다.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성추행 술자리'는 일상적인 '술자리 취재'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언론들은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의 대언론 '술자리 간담회' 실상을 적극 취재함으로써 언론계의 왜곡된 관행을 스스로 바로잡는 자정 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끝>


 

2006년 3월 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