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철도노조 파업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3)
'교통대란'만 부각하는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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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철도노조는 '철도 상업화 철회 및 공공성 확보', '현장인력 충원',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등을 내걸고 파업을 시작했다.
방송3사는 철도노조가 내걸은 이 같은 파업의 쟁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왜 파업을 벌이는지, 파업의 정당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보도하기보다는, 파업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교통대란', '물류대란' 운운하며 국민들의 불편과 피해상황을 부각하는데 급급했다.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방송된 지상파3사의 철도노조 파업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과반수에 가까운 48.4%의 보도가 이른바 '교통대란', '물류대란' 운운하며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나열한 보도였다. 또한 철도노조의 파업 진행상황과 관련된 보도가 28.6%로 그 다음을 차지했고, 파업의 쟁점을 설명한 보도는 MBC와 SBS의 경우 한 건씩이었으며, 그나마 KBS가 2건을 보도했다. 방송3사의 보도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표1]참조).
MBC와 SBS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교통대란'을 우려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MBC의 <교통대란 오나?>와 SBS의 <교통대란 예고>는 파업을 앞둔 철도노조의 노사협상 진행상황 등을 담은 보도였으나, 제목은 '교통대란'으로 달았다([표2]참조).
파업이 시작된 3월 1일부터는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 경제적 피해 등이 집중 부각되었다.
방송3사는 제목에서부터 '지옥철', '통근대란', '지각사태', '대혼란' 등 시민들의 불편을 부각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 내부의 모습, 사람들에 떠밀리는 승객들의 고함소리 등을 주로 보여주었다. 인터뷰 내용 역시 파업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짜증섞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시민들의 불만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MBC는 <내일 출근길 비상>에서 KTX와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을 인터뷰 했는데 한 시민이 "어느 정도 일정한 감수를 해야죠. 저희들도 회사 다니면서 파업을 하니까"라고 답하자, 기자가 "너그럽게 생각한다"고 다시 질문해 "속으로 욕 나오죠"라는 답을 끌어내기도 했다.
철도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애써 부각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현재 물류수송에 있어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SBS는 <승객들 발동?gt;에서 "철도가 담당하는 화물 운송량이 전체 화물의 6%정도여서 당장 물류대란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파업의 장기화' 및 '화물연대의 파업'을 가정하면 '물류대란이 올 것'이라고 앞서나갔다. KBS도 <물류스톱 부산항 비상>에서 "오늘 전체 화물열차 운행률은 22%에 지나지 않았지만 물류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수출입 컨테이너의 경우, 철도운송 비율이 10% 정도로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앵커멘트에서는 "물류수송이 사실상 중단돼 수출전초기지인 부산에 비상이 걸렸다"며 피해상황을 부각했다. MBC도 <물류차질우려>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적지않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파업 장기화를 가정한 피해상황을 '예측'했다.
방송3사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철도노조의 파업이유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보도는 있었으나, 심층적 분석보도는 없었다.
SBS는 <교통대란 예고>에서 이번 파업의 핵심쟁점이 "해고자 복직과 인력충원"이지만 "철도공사 사측은 복직과 충원 모두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라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철도파업 '초읽기'>에서도 "해고자 복직과 인력충원 규모, 철도사업 공공성과 구조조정 방향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교통대란 오나?>에서 이번 파업의 핵심쟁점으로 "해고자 복직과 주5일제에 따른 인력확충, 비정규직 문제"라며 "노조측은 해고자 67명 전원 복직과 함께 3200여명의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해고자 복직은 11명만 가능하고 인력충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보도는 정작 철도노조가 왜 '인력충원'을 요구하는지, '철도사업의 공공성과 구조조정 방향'은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겉핥기식 보도'에 그쳤다.
다른 한편 KBS는 <모레 철도파업>과 <파업쟁점은?>에서 철도노사가 지난 해부터 70여차례 교섭을 진행해왔으며, 쟁점이 철도 상업화 반대와 현장인력 충원, 해고자 복직, KTX 여승무원 등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라는 등 다른 방송사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이번 파업의 핵심쟁점을 소개했다. 또 협상이 결렬된 이유가 "공사의 상업화와 해고자 복직은 노사간 교섭의 대상이 아니고, 비정규직은 정부 입법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도해 타방송사와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공공부문의 파업과 관련된 보도는 왜 항상 시민들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부각하는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파업이 일어나기도 전부터 '교통대란'을 부각하고 심지어 노동자의 '파업권'을 인정하는 시민에게 '불평'을 강요하는 식의 접근을 하는 보도행태는 방송이 파업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성과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나선 원인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 방송사들의 보도행태는 직무유기라고 할 만하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최소한 시청자들이 파업이 왜 일어나게 되었으며, 쟁점사항이 무엇인지 등 파업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는 제공해주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파업 관련 보도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방송을 향해 최소한의 사실보도, 균형보도, 분석보도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켜달라고 촉구해 왔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요구를 반복해야 하는가. <끝>
2006년 3월 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