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회 환노위 비정규법안 통과 관련 주요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3)
재계 편드는 편파왜곡 보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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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경호권까지 발동하며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골자는 기간제 노동자는 사유제한 없이 2년 동안 사용 가능, 2년 초과 사용시 정규직으로 간주 차별 처우 금지 합법 파견, 불법파견 모두 2년 경과 후 고용의무 부과 등이다.
이번 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동계가 법안에 강력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계는 법안이 비정규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비정규직을 더 확산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파견법도 불법파견 판정이 나더라도 사업주가 과태료만 내면 되도록 만들어 현행보다 후퇴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들은 이번에 통과된 법안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이 일정 시간만 지나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2월 28일 1면 <비정규직 사실상 정규직 된다>에서 "법안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2년 동안 제약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하되 2년을 초과하면 무기한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간주해 정규직화하도록 했다"며 비정규직이 모두 정규직화되는 것처럼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2월 28일 4면 <550만∼850만 비정규직 고용안정 길 텄다>에서 "근로조건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이 크게 향상됐다"며 "2년이 지나면 해당 근로자와 사측이 별도의 계약갱신을 하지 않아도 무기한 근로계약을 한 것으로 간주돼 계속 같은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고용불안이 없어지는 만큼 사실상 정규직화 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의 왜곡이다. 작년 8월 통계청 조사결과 2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 비율은 73.9%나 됐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되어도 기존의 대다수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간주'될 수 없는 셈이다.
또 사용자들은 2년 계약기간이 끝난 후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고용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다. 작년 경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계약기간이 끝난 후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불과 1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용자들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결코 적극적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법안은 비정규 노동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비정규직의 확산이 우려되는데도 일부 신문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안정' 등을 부각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파견근로'에 대해서도 일부 신문들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2월 28일 1면 <비정규직 사실상 정규직 된다>에서 "파견직 근로자도 근무기간을 2년으로 하고 이 기간이 지났거나 불법파견이 적발되면 사용자는 고용의무를 지게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2월 28일 4면 <550만∼850만 비정규직 고용안정 길 텄다>에서 "그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불법파견도 줄어들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현행 파견법에도 파견직 2년 초과시 '직접고용'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용자들은 파견노동자들과 2년 미만의 계약을 맺거나 2년 주기로 계약을 해지하기 때문에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함으로써 직접고용된 예는 15%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법안은 고용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과태료(3000만원 이하)만 내면 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라는 규정을 집어넣음으로써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파견업종이 확대될 여지를 남겼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들은 법안의 이런 맹점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이번 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것인 양 일방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신문들은 '정규직 유연화'가 뒤따라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주장까지 펴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1일 사설 <채용 해고 다 쉬워야 비정규직 문제 풀 수 있다>에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과 해고를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없으면 앞으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정착되기 어렵다"며 정규직에게 책임을 돌렸다. 조선일보도 1일 사설 <비정규직 보호하려면 정규직 과보호 풀어야>에서 이번 법안이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상당부분 수정됐다"며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안이 노동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라 주장하며, 그나마 차별금지 조항이 신설돼 비정규직의 임금이 상승되는 것을 정규직이 책임지라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1일 사설 <비정규직 법안,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에서는 민주노총을 향해 "갓태어난 법안이 미흡하다며 총파업을 들먹일 때가 아니"라며 노사대립이 경제성장을 뒷걸음치게 하고 비정규직 권익마저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 법안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이 법안이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고용불안을 가중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재계대로 이 법안이 노동유연성을 헤치고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신문들은 노동계의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져 비정규직이 대부분 정규직화 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 결과적으로 재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부 수구 신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옹호에 적극 나서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라도 보도해야 할 것 아닌가? 일부 신문들은 비정규법안이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든가 고용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등의 편파왜곡 보도를 즉각 중단하라. <끝>
2006년 3월 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