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3월 1일 '한국 VS 앙골라' 축구경기 방송3사 동시중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2)
등록 2013.08.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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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다양한 채널선택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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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2006년 독일 월드컵'을 100일 앞두고 한국대표팀과 앙골라대표팀의 축구경기가 열렸다. 월드컵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축구에 집중되는 가운데 지상파방송 3사(KBS 2TV, MBC, SBS)는 이날 경기를 모두 생중계했다.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시청률에만 혈안이 된 방송3사의 '중계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아나운서와 해설자만 다를 뿐 똑같은 화면이 나오는 3개 채널을 봐야 했다. 문제는 휴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시청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채널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드컵 본선 경기도 아니고 단지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하기 위한 '평가전'을 방송3사가 모두 나서 '중계경쟁'을 벌이는 것은 '전파낭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29일 설날 오후에도 방송3사는 '크로아티아-한국'의 '칼스버그컵 축구경기'를 동시에 중계해 '전파낭비'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 국가대표팀 축구경기를 다시 동시 중계했다.


우리는 방송3사의 이 같은 행태가 시청자의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는 '시청률 경쟁'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이번 경기는 KBS에서만 중계하기로 예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해 방송3사가 함께 체결한 '해외프로그램 구매에 관한 방송 3사 합의서'라는 이른바 '신사협정'이 깨지면서 '동시중계'가 이뤄지게 되었다. 이 '신사협정'은 지상파 방송들이 스포츠 중계권을 사 모으고 있는 'IB스포츠'로부터 중계권을 구매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국가대항 경기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경기의 방송중계가 '스포츠 에이전시'의 입김과 장삿속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른바 '보편적 접근권'을 지키기 위한 합의였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저마다 중계권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IB스포츠와 물밑 접촉을 하는 등 '신사협정'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고, 급기야 공영방송 KBS까지 중계권 쟁탈전에 뛰어들어 IB스포츠로부터 아시아축구연맹 경기 중계권 등을 구입하면서 '신사협정'은 자동적으로 파기되었다. 결국 '중계권 확보전'이 KBS의 '승리'로 귀결되자 이에 MBC와 SBS가 강하게 반발하며 이번 앙골라전 중계권 재분배를 요구해 '동시중계'에까지 이르렀다. 시청자의 선택권과 보편적 접근권을 모두 보장해야 할 지상파 방송사의 '합의 구조'가 시청률 경쟁에 의해 어긋나게 되면서 이번 앙골라전 중계와 같은 '전파낭비'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시청자들이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을 통해 '중대한 스포츠 경기'를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채널에서 기호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볼 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접근권'과 '채널 선택권'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스포츠 경기라고 해서 방송3사가 모두 '동시중계'하는 것은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훼손하고 나아가 지상파방송이 요구하는 '보편적 접근권'의 정당성마저 훼손할 수 있다. 이번에 방송3사가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한 방송사만 중계를 하고 나머지 방송이 다른 프로그램을 방송했다면 앙골라전에 대한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권과 함께 채널선택권까지 보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이번 앙골라전이 많은 국민의 관심사에 속하는 경기이긴 하지만 모든 국민이 축구중계만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같은 시간대 4개 채널(KBS1TV, KBS2TV, MBC, SBS) 가운데 유독 축구중계를 하지 않고 드라마를 방송했던 KBS1TV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월드컵 직전 가나와의 평가전도 방송3사 동시 생중계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방송3사는 시청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외면하는 이 같은 전파낭비를 속히 개선하길 촉구한다.<끝>

 


2006년 3월 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