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관련 민언련 논평(2006.2.27)
등록 2013.08.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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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언유착', 이 정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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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한나라당 최연희 사무총장이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동아일보 기자들 사이의 ‘간담회 겸 만찬’ 자리에서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고 한다.
27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이규택 최고위원, 이계진 대변인 등 한나라당 지도부 7명과 동아일보 임채청 편집국장, 이진녕 정치부장, 한나라당 출입기자 등 7명이 참석했으며, “저녁식사 후 박 대표와 임 국장이 먼저 자리를 뜨고, 이 음식점내 노래 시설을 갖춘 방에서 이어진 나머지 참석자들의 술자리에서 최 총장이 갑자기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본보(동아일보)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두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만졌다”고 한다.
검찰 출신으로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지낸 중진 의원이 동료 의원과 기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버젓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도 최 의원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저질렀다. 미안하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했다고 한다. 여기자에게 해선 안될 일을 음식점 주인에게는 해도 된다는 뜻인가? 이 말은 성범죄에 대한 그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만 것이다.


최 의원이 사무총장직과 지방선거 공천심사위원장 등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한나라당이 이를 받아들이고 박근혜 대표가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지만 그 정도로 '수습'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최 의원의 행태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피해를 입은 여기자가 최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고 하니 법에 따라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법적 처벌에 앞서 한나라당은 최 의원이 의원직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해야 한다. 성범죄에 대한 공분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고, 정치권이 각종 성범죄 근절 대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벌어진 제1야당 사무총장의 성범죄는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최 의원의 '당직사퇴'나 당 대표의 사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앞으로 한나라당은 무슨 염치로 국민 앞에 '성범죄 근절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게다가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아동 성폭행 살해사건 이후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자거나 '화학적 거세'를 도입하자는 등 초강경 대책을 쏟아냈다. 이런 한나라당이 자기 당 의원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당직사퇴' 정도로 눈감아 준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한나라당 정책의 진정성과 일관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아울러 우리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동아일보 기자들의 '간담회를 겸한 만찬'은 "신임 당직자들과 상견례를 하자는 박근혜 대표 측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동아일보는 도대체 얼마나 가까운 사이기에 '노래 시설을 갖춘 방'에서, 당 사무총장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을 만큼 많은 술을 마시는 질펀한 '간담회'를 연단 말인가? 만약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이날의 술자리는 '일상적인 간담회'로 끝났을 것이다. 당의 최고위 관계자들과 신문사 간부들이 이런 술자리를 갖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되는 현실이야말로 우려할 대목이다.
동아일보는 입만 열면 스스로를 '비판신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거리낌 없이 제1야당과 질펀한 술자리를 갖는 '비판신문'이 어떻게 제1야당의 정책과 의정 활동을 냉정하게 감시·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주요 개혁조치들을 무력화시키고 후퇴시키기 위해 한나라당과 동아일보 등 수구보수신문들이 보여준 유착 행태의 이면에 일상적인 '술자리 커넥션'도 작동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우리는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끈끈한 '신권언유착' 행태가 정치인이 언론인에 대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경계심리'마저 무너뜨려 성범죄로까지 나아가게 한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 원인이 아닌가 우려한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건을 27일 6면 박스기사로 보도하면서 사건의 간략한 경위와 함께 "최 총장의 행위가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고 판단해 박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당 차원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피해자인 여기자, 편집국장에게 사과를 했고, 한나라당이 최 의원의 공직사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내용을 함께 실었다. 그러나 '묵과할 수 없는 범죄 행위'를 불러온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부적절한 술자리는 일상적인 간담회인 양 아무렇지도 않게 다뤄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성범죄에 대한 일부 정치인들의 천박하고 이중적인 의식을 드러낸 것 일뿐만 아니라 수구정당과 수구언론의 일상 속에 뿌리 내린 '신권언유착'의 실상을 드러냈다. 한나라당과 동아일보는 이 점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앞으로 동아일보를 비롯해 한나라당과 '신권언유착' 관계를 맺어온 수구보수신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예의 주시 할 것이다. 동아일보의 주장처럼 최 의원의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는 이념과 당파를 떠나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 없는 한나라당의 '무마책'을 대단한 초치인 양 부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최 의원의 범죄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정당한 요구를 '정치공세'로 호도해서도 안된다. 이런 행태야 말로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수구정당을 비호하기 위해 반인륜적인 성범죄까지 감싸주는 것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용기 있게 성추행을 공론화하고 법적 대응을 결정한 피해 기자가 어떤 외압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성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언론들이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신문들의 부적절한 커넥션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반면교사의 계기로 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끝>


 

2006년 2월 2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