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스크린쿼터 관련 중앙일보 및 SBS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2.15)
등록 2013.08.21 17:01
조회 323

 

 

 

이제 문화계 내부 갈등까지 조장하나
.................................................................................................................................................

 

 


정부의 일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 이후, 영화인들과 시민사회의 비판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스크린쿼터가 영화계에 대한 형평에 어긋나는 '특혜'인 양 몰아갔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영화계와 다른 대중 문화계 사이를 이간시킴으로써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주장을 흠집 내고 있다.
13일 중앙일보는 1면 4단 기사 <"대중음악은 보호막 없어도 버텨왔다">에서 대중음악계 관계자 등의 입을 빌어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중앙은 "문화는 결국 작품이다. 작품으로 모든 걸 얘기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아온 영화와 달리 대중음악은 규제에만 시달려왔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은 적이 없다"(신중현)거나, "영화계가 국가정책으로 많은 배려를 받고 있는데도 지속적인 한탄을 하는 것을 보면 부러운 한편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음악평론가 조성진), "영화에 대한 지원과 혜택에 비해 다른 예술장르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걸 영화계도 알아줬으면 한다"(뮤지컬제작자 설도윤) 등의 주장을 실었다. 또 중앙은 "가요계의 경우 아무런 보호막이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자체 경쟁력을 키움으로써 외국 가요의 도전을 이겨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날 SBS도 '8시뉴스' <쿼터공방 확산>에서 스크린쿼터 논란이 "문화계 내부로 확산되고 있다"며 음악계와 공연계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SBS 역시 "대중음악계는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 스크린쿼터에 의존해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는 작품이 나올 수 없다"(신중현)는 주장과 "무방비 상태에서 육성제도 없이 완전히 열려 있는 상태"(설도윤)라는 주장을 실었다. SBS는 스크린쿼터 하에서 대중문화가 "경쟁력 강화나 노력을 멀리 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품질이 떨어지는 그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LG경제연구소 김형주 연구원의 주장을 더했다. 다만 "라디오나 TV 모든 매체들은 60%이상 전체 음악 프로그램 중에서 한국음악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는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의 반박을 내보내긴 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14일 3면 <대중음악 보호막 없이 한류확산/한두명 진출이 경쟁력은 아니다>에서 중앙일보 등의 주장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중앙일보 등의 주장이 매체의 차별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음악의 경우 지상파 라디오와 TV의 방송쿼터제를 통해 일정부분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침체 원인이 '유통망의 붕괴'때문이며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한 영화유통망의 붕괴는 곧 영화산업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등이 내세우려는 주장은 '작품의 완성도(질)'가 높으면 대중음악처럼 스크린쿼터와 같은 보호대책이 없어도 경쟁력을 지닌다는 것과, 스크린쿼터 유지를 고집하는 것은 다른 문화영역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것 등 두 주장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본회는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이 같은 주장에 반대한다. 영화의 작품성과 상업적 '경쟁력'은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국제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김기덕 감독의 '빈집'이나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국내 흥행에서 실패한 사실은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
보호가 계속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영화의 경우 아무리 작품성이 높아도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한다면 상업적 경쟁력을 따질 수 없게 된다. 때문에 미국 영화자본의 대량 물량공세 앞에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작품으로 승부하라'는 말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다른 문화영역과의 형평성 운운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매체의 특성도 다르고, 제작 및 유통과정도 다른 음악산업과 영화산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문제다. 음악시장의 경우 미국이 세계영화시장 매출규모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영화산업과 달리, 미국의 음악산업 매출규모 점유율은 35% 정도여서 개방에 따른 파괴력도 다르다.
다른 한편 대중음악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라디오나 TV 등 지상파 매체의 경우, 전체 방송 중 60% 이상을 한국 대중음악으로 채워야 하는 방송쿼터제를 시행하고 있어 대중음악이 '아무런 보호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더 나아가 다른 문화영역에 비해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이 많다는 점을 부각한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정부의 문화계 지원이 영상산업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면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문화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원은 다각화해야 한다고 본다. 즉, 문화계에 대한 '고른 지원'은 스크린쿼터 축소 등 영화계에 대한 지원을 줄임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문화 분야에 대한 합당한 지원책을 마련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이 앞장서 '영화계만 지원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로 문화계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를 마치 영화계의 과욕인 양 보도하는 태도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단순히 영화계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 더 나아가 문화산업을 지키는 일이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처음부터 이 문제를 영화계만의 문제로 축소시키려 들었다. 특히 중앙일보는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내놓기 전부터 한미FTA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크린쿼터에 FTA가 발목잡혀서는 안된다', '영화계만의 이익에 매달려서는 안된다'며 이 같은 여론조성에 앞장서 왔다. 급기야 이번에는 음악계 등 다른 문화계 인사들의 입을 빌어 문화계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일보는 언론사로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기반해서 보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화상품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할 수 없으며 정신적·문화적 가치로서의 중요성도 아울러 평가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SBS가 특정신문의 다분히 정략적인 의제설정을 쫓아간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그동안 SBS는 스크린쿼터와 관련해 줄곧 혼란스러운 보도태도를 보여 왔다. 이제부터라도 SBS는 문화계의 갈등을 조장하는 다른 언론의 의제설정을 쫓아가기에 앞서 스크린쿼터에 대해 깊은 고민에 들어가기를 촉구한다. <끝>


 

2006년 2월 1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