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군기지 확장 반대 평택 2·12 평화대행진'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2.14)
등록 2013.08.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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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평화대행진' 관련 방송보도, 초점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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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대추초등학교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 반대! 강제토지수용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2·12 평화대행진'(이하 '3차 평화대행진')이 열렸다.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이하 평택범대위)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지난 해 7월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격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1차 평화대행진'과 비교되면서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지난 해 농민대회에서 농민 두 명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의해 목숨을 잃고, 경찰과 농민 양측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게 되어 이른바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을 비판하고 '평화시위문화 정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 날 행사의 '평화시위' 여부가 언론의 초점이 되었다.
방송3사 역시 각각 <無충돌‥有평화>(MBC), <평화시위 첫발>(SBS), <할 말 다한 '평화시위'>(KBS)에서 이날 행사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강조하며 '앞으로 평화시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가치를 부여했다.
하지만 '평화시위'에만 관심을 보인 방송3사의 보도는 '초점이 빗나간 잘못된 보도'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대추초등학교에 모인 3000여명의 평택 주민들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회원 및 시민, 학생들은 '평화시위'를 위해 '3차 평화대행진'을 개최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이들이 대추초등학교에서 '평화'적으로 집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미군기지 주변 '평화행진'과 팽성읍 들녘에서의 달집태우기, 연날리기 등 정월대보름 행사를 '평화'적으로 진행한 이유는 바로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강제토지수용 저지' 등 이들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방송3사는 모두 이날 보도에서 3차 평화대행진이 왜 열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앵커 멘트에서부터 "폭력시위를 추방하자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평택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려…주최측과 경찰 모두 애를 쓰면서 일단 결과는 좋았다"(SBS), "폭력이 난무하던 시위 현장, 전경이 한발 물러서니까 시위대도 달라졌다"(MBC), "대규모 군중 집회가 평택에서 열려…평화로운 시위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KBS)며 오로지 '평화시위' 여부만 부각했다.
기자의 리포트에서도 "전경들은 시위대와 직접적인 접촉 피해…진압복이 아닌 근무복 차림…농민들의 손에는 화염병이나 각목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연이 쥐어져"(MBC), "주최측은 죽봉을 놓고 스스로 질서를 유지…경찰은 전의경을 멀찌감치 배치…방패 대신 폴리스 라인이 설치"(SBS), "경찰은 멀찌감치 폴리스라인 설정…진압장비는 들지 않고 이름표도 달아…시위대도 불법 시위도구를 마련하지 않았고 폴리스라인 지키며 행진"(KBS) 등 '평화시위' 양상만을 전하는데 급급했다.
이밖에 이날 행사의 평화시위 여부를 지켜보기 위해 나온 국가인권위 관계자 인터뷰와 작년 7월 1차 평화대행진이나 11월 농민대회의 폭력시위 장면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화면이 공통으로 등장하는 등 이날 행사의 '평화시위'를 부각하는 방송3사의 보도태도는 '천편일률' 그 자체였다. 특히 그나마 MBC가 "평택 미군기지 반대집회를 취재했다", "미군기지 확장 반대 집회가 열렸다" 등 부정확하지만 이날 행사의 성격을 보도 중간에 언급한데 비해, SBS와 KBS는 집회 참가자의 요구는 물론 행사의 명칭이나 성격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시청자로서는 현장화면을 통해 집회참가자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이나 피켓 등을 보고서야 '왜 평택에 사람들이 모였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만약 라디오로 뉴스를 들었다면 평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방송3사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폭력 자체만 부각하면서 시위의 목적을 실종시키는 보도태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물론 '폭력'에 비해 '평화'가 우월하고 긍정적인 가치이므로 '평화'를 강조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언론들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집회시위를 벌이는 데, 정작 그 '요구'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시위의 양상만 '폭력', '평화'로 구분해 강조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보도태도가 아니다.


비록 2월 12일 3차 평화대행진은 '평화'적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지만 '미군기지 확장'을 둘러싼 평택의 상황은 언제 갈등이 폭발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평택 팽성읍의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은 지난 11월 23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평택미군기지 확장 대상부지에 대한 '강제토지수용'을 결정한 이후 '강제수용'으로 인해 언제 집이 철거되고 쫓겨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태다. 특히 2월말이나 3월초 중으로 정부가 '행정대집행'에 나설 것이란 신빙성있는 소문이 돌면서 평택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편 평택주민들은 530일이 넘게 매일같이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고, 지난 2월 7일 '자신들이 살고 싶은 땅에서 살 수 없는 평택 주민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과 평택시민이 아니다'며 국민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상징으로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고 불태우는 등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하물며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집회의 의미는 단순히 평택 지역 주민의 생존권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더 넓게 본다면 이른바 '주한미군 재배치'로 인한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한반도 평화문제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한미외교장관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결국 평택미군기지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올해도 농사짓게 해달라'는 소박하고 절박한 생존권과 주거권 차원의 요구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방송들이 3차 평화대행진을 제대로 다룰려면 집회참가자들의 요구는 물론 '평택미군기지 확장'이 가지는 의미와 '평택미군기지'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방송들은 "한발만 양보하면 폭력 없는 평화시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집회"(MBC), "노력하면 평화적 집회와 진압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경찰과 주최측은 기대"(SBS), "평화로운 시위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줘"(KBS) 등 집회 자체에 대한 평가에 그쳐, 평택주민들의 생존권과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단견을 드러냈다. 이뿐 아니라 사건 현장을 전하면서도 정작 사건의 내용은 쏙 빼버리는 함량미달의 보도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방송들이 '폭력'이든, '평화'든 시위의 양상을 전하기에 급급한 태도에서 벗어나 사회갈등사안이 제대로 된 공론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그 장(場)을 마련하는데 더 큰 관심을 쏟아주길 요구한다. 특히 한반도 평화라는 중대한 사안에 있어 방송들의 인식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 <끝>


 

2006년 2월 1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