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정홍보처의 동아일보 상대 반론보도심판청구 대법원 판결' 관련 조선·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2.13)
대법원 판결을 왜곡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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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대법원 제2부는 국정홍보처가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반론보도심판청구 사건의 상고심에서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라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판결의 요지는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홍보처의 성명 발표를 비판한 동아일보 기사는 언론의 의견표명에 해당되므로 이를 사실적 주장으로 판단해 반론보도문 게재를 명한 원심판결은 법리적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하여 '언론의 의견표명이나 비평 반론보도대상이 아니다', '비판신문 상대 법적대응 남발에 제동'(동아), '사설 칼럼 해설엔 반론보도 청구 못한다', '정부의 무분별한 기사시비에 제동 건 대법원'(조선) 등 해설기사와 사설을 쏟아 냈다. 이들 신문은 기사들을 통해 이번 판결의 의미를 과장하는 것은 물론 대법원이 해당 언론에 대한 정부의 법적대응을 무분별한 기사시비에 불과하다고 판결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은 유감스럽게도 이들 신문이 야단법석을 떨 만한 새롭고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 사건 판결 중 조선, 동아가 환영해 마지않는 원심파기 사유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살펴보자. 대법원은 '현행법 상 반론보도청구의 대상은 사실적 주장에 국한되므로 반론보도청구 사건에 대한 판단에 있어 반론의 대상으로 삼는 원보도가 사실적 주장인지, 단순한 의견의 표명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사실적 주장과 의견의 표명을 구별하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원심법원의 판단과 달리 문제가 된 원보도가 반론보도의 대상이 되는 사실적 주장이라기보다는 언론사 자신의 의견표명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과 같이 "사설, 칼럼 해설엔 반론보도 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새로운 법이론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국정홍보처의 이 사건 청구가 무분별한 법적대응이었다는 가치판단을 한 것은 더 더욱 아니다. 대법원은 법률적 분쟁에 대하여 최종적 판단을 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반론보도청구의 대상이 된 기사가 자신들의 판단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언론사의 의견표명에 불과하므로 반론보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실관계 확정 및 그에 따른 법리 판단을 한 것이다. 판결문 어디에도 사설, 칼럼 등은 반론보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거나 이와 비슷한 의미를 담은 구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의 동아일보 보도가 반론보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사실적 주장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법원의 면밀한 검토는 역설적으로 사설, 칼럼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적 주장을 포함하고 있으면 반론보도청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동아, 조선일보 등이 일체 인용조차 하고 있지 않은 상고이유 중 다른 논점과 관련해 대법원은 첫째, 반론보도청구사건이 가처분절차에 의해 진행되는 법률의 규정이 합헌임을 천명하고 있고 둘째, 국가·지방자치단체에 반론보도청구권을 인정하고 이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또는 기관 및 단체의 장에게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현행법 규정의 위헌성 주장에 대하여 "반론보도청구권은 언론기관의 일반적 인격권 침해에 대한 인격권 보장의 요청과 함께 진실 발견과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한 제도로서의 언론보장이라는 헌법적 근거를 가지는 것" 이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서도 그들에게 주어진 헌법 및 법령상의 과제와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승인 내지 신뢰를 필요로 하므로 언론기관의 사실적 주장에 개별적 관련성을 가지는 국가 등이 이에 대한 반론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신뢰를 얻거나 유지해야 할 공익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며 동아일보 측의 위헌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판결문을 놓고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은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과장보도하면서도 사건의 본질, 즉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적극적인 반론보도청구권을 인정하는 헌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판결문의 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해 버리는 이들 신문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어떤 설명이 가능할 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대법원의 이 사건 판결은 사실적 주장에 대한 반론보도만을 인정하는 현행법의 해석에 충실한 것일 뿐이며, "언론이 국민여론을 왜곡하거나 오도하는 사례는 의견표명과 논평 등 가치판단류 기사에서 오히려 발생하기 쉽고 사실적 주장과 의견 표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이 마련되기도 무척 어렵기 때문에 사실과 의견 분리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의견특권이론도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학계의 일부 주장에 대한 가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 본회는 사실과 의견의 분리를 뒷받침하는 이론에 대한 판단이 실정법의 해석에 기초한 판결을 요구받고 있는 대법원의 역할 밖의 문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반론권의 대상을 의견표명 기사로까지 넓히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본회는 동시에 제3의 권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언론기관이 최소한의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조차 기피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조선, 동아일보의 성의 있는 답변을 요구하는 바이다. <끝>
2006년 2월 1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