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삼성그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2.9)
등록 2013.08.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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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물론, 공영방송까지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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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삼성그룹은 X-파일 및 이재용씨에 대한 편법증여 문제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사회기금 출연 및 구조조정본부의 기능 조정,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취하 등의 조치를 담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이번 삼성그룹의 발표는 그동안 쏟아졌던 안팎의 비판을 무시하고 오히려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노골적으로 반발해왔던 행태에서는 일보 진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삼성그룹을 향해 제기되었던 편법적인 2세 승계 과정과 순환출자에 의한 비정상적인 그룹 지배구조, X파일 문제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사재의 일부를 출연했다고 해도 이재용씨를 비롯한 자녀들의 편법증여 및 경영권 승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회기금으로 출연한 8,000억 가운데 재용씨 등이 편법증여로 얻은 1천3백억을 포함했다고는 하나, 이는 재용씨가 부당하게 취득한 시가 총액 1조 1000억의 1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 재용씨가 취득한 에버랜드 주식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의 핵심으로, 당시 부당 취득이익을 환원하는 것만으로 무마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아울러 8,000억 가운데 4,500억은 '이건희 장학재단'의 돈으로 '사재'가 아닌 '회사 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합쳐 '8000억'으로 포장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의 비정상적 지배구조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삼성그룹은 구조본부의 인원축소, 구조본부에서 법무팀 분리, 사외이사 확대 등으로 그룹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헌재위헌소송 취하 및 금산법 개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 역시 이건희 회장 일가가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해 왔던 삼성의 비정상적 지배구조 개선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삼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삼성이 거액의 사회 환원을 앞세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방송3사는 이번 삼성그룹 대책 발표의 핵심 문제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방송3사는 모두 삼성그룹의 발표내용 가운데 8000억의 기금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이 가운데 에버랜드 편법증여로 얻은 부당이득이 포함되어 있다는 등 삼성이 거액의 돈을 사회에 환원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다만, KBS는 이 8000억 가운데 4500억이 '이건희 장학재단'의 기금이라며 "대주주와 관련한 문제 해결에 회사재산이나 마찬가지인 계열사의 장학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횡령"이라는 참여연대의 비판을 인용해 다른 두 방송사와 차이를 보였다.


찬반 입장 기계적 나열로 심층보도 미흡해


삼성그룹의 이번 발표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다룬 꼭지에서는 방송3사 모두 삼성의 '자구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과 시민단체의 비판여론을 함께 전달하는데 그쳐 이재용씨에 대한 편법증여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과거문제에 대한 책임과 지배구조 등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한 심층적 보도가 미흡했다.
KBS는 <'반삼성'풀릴까>에서 삼성의 이번 발표에 대해 "각종 현안을 빨리 털어내고 반 삼성기류를 해소해 새출발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또 헌법소원 취하, 금산법 개정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 등을 언급하며 "경영권 방어에 위협이 될 수"도 있음에도 삼성이 큰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도했다. 다른 한편 '지배구조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는 인하대 김진방 교수의 비판을 함께 다뤄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기는 했다. 이어진 <"근본적 문제 외면">에서도 "시민단체들은 오늘 삼성의 발표에 대해, 진전된 변화라고 평가했지만, 역시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입장을 보도했다. 보도 말미에 청와대와 정치권의 환영목소리를 함께 보도해 지배구조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하기보다는 이번 발표에 대한 각계 반응을 스케치하는데 그쳤다.
SBS도 <엇갈린 반응>에서 8000억 가운데 1천3백억은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에버랜드 편법 증여를 통해 얻은 차액으로, 그동안 비난의 대상이 돼 온 돈"이며 "헌법 소원 취소나, 증여세 관련 소송의 취하 등도 정부나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대목"이라고 평가하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도했다. 다른 한편, "진일보한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언급하며 지배구조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MBC는 <반 삼성 사라질까?>에서 "안팎으로 시련에 빠진 삼성의 고민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며 "정부나 정치권,시민사회의 기존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MBC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했다'는 참여연대의 비판을 보도하기는 했으나, 8000억 중 에버랜드 전환사채 이득 1천 3백억 포함, 소송취하 및 법규개정 문제 수용 등을 언급하며 "삼성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성급하게 단정 지어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막대한 '금력'을 바탕으로 권력화 하여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칙을 흔드는 편법을 행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삼성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비아냥에 직면했다. 삼성그룹은 수 천 억원의 돈을 내놓는 결단이 '미몽'으로 끝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거액을 내놓고, 사외이사를 늘리는 등의 조치 외에 '지배구조와 편법증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삼성 이건희 회장은 'X파일' 수사의 주요 인물임에도 검찰의 수사 중에 신병을 핑계로 출국해 공권력조차 무력화시키는 행태로 비난받았다. 이러한 '치외법권적 지위남용'에 대해서도 그는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함에도 이를 회피했다. 따라서 언론사라면 당연히 이번 발표와 함께 삼성그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보도하고, 이번 발표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했어야 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이런 문제들을 면밀하게 지적하기는커녕 삼성의 발표에 대한 각계의 입장을 '찬성과 반대'로 나열하는데 그쳐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지 못했다. 특히 자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영방송마저도 핵심 사안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보도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된다.
아울러 우리는 검찰이 에버랜드 편법증여 등 삼성과 관련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 나가길 바란다. 정치권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금산법 개정안을 제대로 처리하길 촉구한다.<끝>

 


2006년 2월 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