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법무부의 검찰 검사장급 인사' 관련 동아·조선·중앙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2.6)
등록 2013.08.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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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조중동 코드'로 검찰인사 흔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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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법무부가 검찰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천정배 장관이 애초 구상했던 대로 '부실·봐주기 수사에 대한 문책'과 '철저한 자질 검증'이 대체로 지켜졌다는 평을 받았다. 대상그룹 '봐주기 수사'를 지휘했던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좌천됐으며, 2002~2003년 국정원 불법도청 고발사건과 소위 'X파일'에 담긴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서울중앙지검 황교안 2차장도 승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수구·보수 신문들은 이번 인사를 '공안 검사 푸대접'으로 몰며 '공안검사 황교안 차장 구하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3일 <차라리 검찰의 公安 부문을 없애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검찰 인사에서 공안 분야를 담당해왔던 검사는 단 한명도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했"고, "검찰에서 살아남으려면 공안 문제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 선언한 셈"이라며 마치 황교안씨가 '공안검사'였기 때문에 승진되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나아가 정부가 공안 검사들에 대해 "사실상 옷 벗고 나가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공안검사 홀대가 체제위기로 이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사설은 국보법 위반으로 검거된 사람이 98년 688명에서 지난해 33명으로 줄었고 "간첩검거 뉴스는 아예 종적을 감췄다"면서 "이 정권처럼 이렇게 대한민국을 사상적으로 완전히 무장해제시키고서도 대한민국은 안전할 수 있을까"를 묻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이번 검찰인사를 '공안검사 푸대접'으로 몰아가면서 공안기능의 위기를 주장하는 사설을 실었다. 3일 <체제 수호하는 공안검사 왜 푸대접 하는가>라는 사설은 "새로 검사장 자리에 오른 8명 가운데 정통 공안검사는 단 한 명도 없으며" 이러한 "공안검사 홀대는 곧 공안기능 무력화"로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북한의 대남공작이 활개치고 있는 마당에 공안기능을 축소한다는 의미는 곧 무장해제나 다름없으며", "공안검사는 체제의 수호자"라고 공안검사 '예찬'을 늘어놓았다.
사설은 황교안 차장의 승진 탈락이 "이변"이라며 그가 지난해 전직 국정원장 2명을 구속하고, 강정구 교수 구속 수사를 주장했기 때문에 "권력과 법무부 장관의 미움을 산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두율 교수를 구속했던 박만 검사가 승진에서 두 차례나 탈락해 옷을 벗었다는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해 안달이 난 이 정권이 공안검사부터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고 몰아세웠다.
앞서 2일 중앙은 <공안검사는 '코드' 안 맞아?>라는 기사에서도 황교안 차장이 "지난해 도청사건 수사를 비롯,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처리에서 엄정한 법 집행으로 검찰 안팎에서 평가를 받았다"고 그를 띄워주는가 하면 "이번 인사는 공안검사들에 대한 홀대가 역력"하다는 등 검사들의 반발 발언을 전한 바 있다.


동아일보도 3일 <강정구 수사검사와 병풍 수사검사>라는 사설에서 노무현 정권 인사들이 공안검사에 대해 갖는 태도를 두고 '푸대접', '홀대'를 넘어 "적의"라고 까지 표현하고 나섰다. 사설은 황 차장의 탈락을 공안검사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적의에서 나온 것으로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정권 실세들이 공안검사에 대해 적의를 품어"왔다고 주장했다.


우리 회는 이번 검찰 인사가 '신상필벌'의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진 것으로 평가한다. 천 장관은 지난해 대상 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 검사장 등 수사라인에 대한 문책을 공언한 바 있으며 이번 인사를 앞두고도 이런 원칙을 견지해 왔었다. 이는 검찰 구성원들로 하여금 유력 인사나 재벌에 대한 '봐주기 수사'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며 엄정한 법 집행의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와의 마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검사장을 좌천했으며 황 차장에 대해서도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중·동은 이번 승진에서 '정통 공안검사는 한명도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한편 확인되지도 않은 억측을 들먹이며 이번 인사를 흔들어 댔다. 이들은 황 차장이 작년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불구속 수사'를 주장해 왔던 천 장관에게 미움을 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강 교수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지만 강 교수는 대학 교수라는 확실한 신분과 이미 증거자료가 인터넷에 게재되어 있는 등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했어야 했다. 하지만 황 차장은 구시대적 악습에 젖어 '구속 수사'를 주장함으로써 '불구속 수사 원칙'을 어겼으며 과도한 인신 구속을 남발하려 했다.
중앙이 예로 든 박만 검사의 송두율씨 구속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 수사를 받고자 스스로 입국했던 송씨를 구속함으로써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도 맹비난을 받은 바 있다. 송두율·강정구사건에 대한 두 검사의 일처리 행태는 민주화 탈냉전시대 '공안'의 역할과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된 것으로 결과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이들의 대응은 검찰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으므로 문책 받아 마땅하다.


또한 조선은 사설을 통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거된 사람이 줄었다고 강조하면서 공안위기를 조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위반 검거자가 감소한 이유는 공안 분야의 위상이 추락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봐야하며 이 과정에서 공안 분야가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할 일이 없어지는 인력을 무의미한 업무에 계속해서 투입하자고 하는 것은 그동안 조선일보가 주장해왔던 '공무원 조직의 업무 효율화'와도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차라리 공안을 없애라'는 등의 주장은 국민을 선동하기 위한 막가파식 주장에 불과하다.


중앙도 "북한의 대남공작이 활개를 치고 있는 마당에 공안기능을 축소한다는 의미는 곧 무장해제나 다름없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대남공작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막연한 '안보'를 들먹이며 '삼성 봐주기'에 은덕을 입은 황 차장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들 수구·보수 신문들은 황 차장이 공안출신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물론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공안 출신이 출세가도를 달리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탈냉전, 화해의 시대에도 과거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억지일 뿐이다. 그렇다고 공안 출신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을 필요도 없다. 다만 불법을 저지른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검사 개개인의 엄정한 법 집행이 유일한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황 차장은 'X파일'로 불거진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을 무혐의 처리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고 검찰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장본인이다. 이런 사람이 면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당사자나 수구·보수 세력에게는 다행스런 일이겠지만 엄정한 법 집행에 힘써야 될 검찰 조직에게는 또다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수구·보수 신문들은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공안 검사가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확인되지 않은 추측들을 부각하며 '부실·봐주기 수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등 비이성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그것도 모자라 이들 신문은 구시대적인 안보이데올로기를 내세워 국가안전의 위기로 비약하면서까지 '부실·봐주기 수사'의 주역이었던 공안검사 구하기에 앞장서는 무책임한 보도행태를 보였다.
조중동은 더 이상 법질서를 흔들고, 검찰의 신뢰를 추락시킨 공안검사를 살리기 위해 국가 안전위기까지 들먹이는 억지 보도를 중단하고 무엇이 법질서와 검찰의 신뢰를 바로세우는 것인지 냉철한 보도태도를 보이길 바란다. <끝>


 

2006년 2월 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