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감사원의 사립재단 특별감사' 관련 동아·중앙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3)
동아·중앙 사학 특감 '정략적 왜곡' 낯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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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22일 전체 1998개 초·중·고 및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한 달여간의 예비감사를 벌인 후 ▲ 학교시설비 등 보조금 지원 규모가 큰 학교 ▲ 기본재산 변동이 잦은 사학법인 ▲ 교직원 채용이 빈번한 학교 ▲ 법정 재단전입금이 지나치게 적은 사학법인 ▲ 기타 편입학 부정 등 구체적 비리정보가 수집된 학교를 대상으로 3월부터 본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최근 일부 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편·입학 관련 부정 등으로 사학비리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정부에서 선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던 감사 방침을 깨고 종교사학에 대해서도 특감을 실시하기로 해 형평성 논란도 잠재웠다.
사학재단에 대한 감사원의 특감을 경향, 조선, 한겨레는 단순보도로 전달한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정략적 감사', '사학 자율성 침해', '코드감사'라고 맹비난했다.
가장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곳은 동아일보였다. 동아는 23일자 1면 <감사원, 모든 사학 첫 직무 특감>에서 사학에 대한 첫 직무 특감이 '사학 자율성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운을 뗐다. 6면 <'직무감사' 싸고 감사원 내부서도 논란>에서는 이번 특감이 감사원법에 의한 적법한 감사라는 전제를 깔면서도 감사원 '고위 관계자'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모든 감사에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교육 자치나 사학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한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감사가 "사학법 개정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사학 측의 반발을 부각하기도 했다. 사설은 한 술 더 떴다. 동아는 <'코드 감사' 속셈 읽히는 사학 전면특감>을 통해 감사원 특감이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발하는 사학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이며 '일부 사학의 비리를 전체 사학의 비리로 매도'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그동안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직무감찰을 자제해 왔던 감사원이 "노무현 정권이 가장 원하는 시기에 '코드 감사'에 착수함으로써 스스로 독립성을 포기"했다고 맹비난했다. 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무현 정부는 위헌적 악법을 쏟아 낸 비민주적 정권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사학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1면 <사학운영 전반 특감>에서 감사원 특감을 단순보도 했으나 8면 <종교 사학 포함 모든 사립교 조사>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중앙은 8면 기사에서 감사원 종교사학을 포함해 사학들의 전면적인 운영실태까지 특감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사학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특감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감사원이 "지금까지 사립학교에 지원된 재정보조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개별 비리 정도만을 감사해 왔다"며 이번 특검에 '정략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와 마찬가지로 중앙도 사학들이 '정치적인 감사', '커다란 저항'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중점 보도하면서 사학들의 반발을 강조했다.
우리는 동아와 중앙이 감사원의 적법한 감사권 행사에 대해서 '정략적 의도', '코드 감사' 운운하며 폄훼하는 이유가 도리어 이들이 사학 재단 비리에 눈감고 개정 사학법을 무력화 시키려는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들 신문과 사학 단체는 일련의 사학비리가 '일부 사학에 한정된 것이고 대부분의 사학들이 건전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사학들의 비리를 접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아시아대학교와 대불대학교가 갖가지 재단 비리로 학교 폐쇄 및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조치를 받았으며, 서울예고와 예원학교가 편입학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사학들의 비리와 전횡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감사원의 특별감사는 사학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학들이 주장하듯 '일부 사학의 문제'라면 개정 사학법에 극렬히 반발할 이유도 없으며, 감사원의 특감을 '정략적 의도'로 몰 이유도 없다. 또한 이번 특감이 법률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면서도 '사상 처음 실시하는 직무 감사'를 부각하며 '사학 자율성 침해'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사학이 '사적 재산'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학이 학교 운영비의 2%에 불과한 재단 전입금을 납부하면서 국가로부터 90%에 이르는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얼마나 어이없는 주장을 펴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사학들이 '사유재산'을 전제로 '사학 자율성'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천박한 '교육철학'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동아와 중앙은 '사학 자율성 침해', '정략적 감사' 운운하는 사학들의 주장에 부하뇌동 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이성을 회복하길 바란다. 이성을 회복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16년 전 당시 사학법이 정부 여당의 날치기로 '개악'되자 동아·중앙이 기사와 사설을 통해 개정 사학법은 '사학재단의 사유화와 족벌경영에 의한 전횡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상기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의 주장을 정반대로 뒤집고 비리 사학을 적발하기 위한 법 집행에 딴지만을 걸고 있으니 국민들이 보기에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리사욕' 정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언론과 사학재단들은 사학의 정상화와 민주적 운영을 위해 합리적인 여론을 이끌어 나가는데 힘 쓸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끝>
2006년 1월 2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