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황우석 교수․박종혁 연구원 통화 녹취록’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0)
등록 2013.08.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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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황우석 교수의 나팔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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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황우석 교수의 나팔수를 자임하며 ‘논문조작’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나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14일 1면 <“서울대 연구원 자신의 정자로 수정란 만들어”>와 9면 <‘서울대 연구원 수정란’ 사실땐 황?미즈메디측 모두 속은 셈>에서 ‘새로운 의혹’이 떠오르고 있다며 작년 12월 16일 황 교수와 박종혁 연구원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단독 입수하여 주요하게 보도했다. 기사는 “유영준 전 수의대 연구원이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제출 전 자신의 정자로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실험”을 했으며 이 “수정란 배반포 배아를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에게 체세포 복제 배반포 배아라고 건네줬다는 것”이 녹취록에 담겨있다고 했다. 한편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박 연구원이 황 교수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을순이 ‘유영준이 자기 정자를 써서 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과 “유 연구원이 수정란 배반포 배아를 복제 배반포 배아라고해서 준적이 있다고 박을순에게 들었다”는 발언을 전했다.
조선은 급기야 9면에서 “유 전 연구원은 기증받은 난자와 자신의 정자를 수정시켜 수정란 배아를 만들었으며, 이를 복제배아라고 속이고 박종혁 연구원에게 전달했다”고 단정지었다.


조선일보의 유 연구원에 대한 보도는 평소 비슷한 논조를 보였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동아는 같은 날 8면 <황교수 이번엔 ‘녹취록’ 반격>에서 SBS 보도를 인용 황 교수와 박 연구원의 통화내역을 보도했지만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또한 박 연구원의 발언도 “체세포 공여자 세포와 테라토마 시료를 유영준 연구원에게서 받았다”면서 “유 연구원이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정도에서 그쳤다. 조선이 유 연구원을 배아 바꿔치기 장본인으로 규정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보도 태도다. 중앙은 1면에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에 기고했던 논문 두 편 모두가 취소 됐다는 사실을 전했을 뿐이다.


우리는 녹취록을 조선일보에 보낸 황 교수 행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황 교수의 뻔뻔한 언론플레이에 부하뇌동하며 황 교수팀의 ‘논문 조작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곁가지 문제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 조선일보에 더 큰 책임을 묻고 싶다.


더군다나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들은 황 교수의 ‘유 연구원 궁지에 몰아넣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18일 연합뉴스는 ‘황 교수는 유 연구원을 의심하고 있다는 대답을 받아내기 위해 10여 차례에 걸쳐 박 연구원을 종용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황 교수는 유 연구원의 ‘인공수정 실험’에 대해 몰랐던 것처럼 얘기했으나 2003년 유 연구원이 서울대 수의대 석사과정 시절 황 교수가 지도교수 자격으로 ‘인공수정 실험’을 감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도 19일자에서 이 같이 보도한 바 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황 교수는 유 연구원에게 의혹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조선일보에 녹취록을 전달했고 조선일보는 아무런 검증 없이 이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동안 진실규명을 적극적으로 왜곡하고 방해하는데 앞장서 왔던 조선일보가 ‘논문 조작’ 사실이 밝혀진 지금까지도 황 교수와 입을 맞추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황 교수와 조선일보 간 모종의 관계에 의혹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은 황 교수에게 위기의 순간이 올 때마다 황 교수나 황 교수팀 관계자의 발언을 빌어 다른 언론사보다 앞서 보도하며 황 교수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했다. 또한 조선은 황 교수가 작년 11월 24일 기자회견 이후 잠적 중이던 시기와 12월 7일 서울대 병원 입원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단독 전화 인터뷰를 했다. 조선은 이들 기사에서 황 교수에 대해 최대한 연민을 느끼게 만들었고 실제로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갔다. 이로써 진실규명은 멀어져 갔고 ‘PD수첩’은 더욱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마찬가지로 이번 보도도 황 교수에게 집중되는 책임론을 분산시키기 위해 ‘황 교수의 나팔수’를 자임하고 나선 격이다.


대다수 국민이 검찰조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일보의 보도는 국민을 다시금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황 교수 관련 보도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을 하길 촉구하며 이쯤에서 황 교수의 ‘나팔수’ 노릇을 그만두길 바란다. <끝>


 

2006년 1월 20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