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뉴스추적 '쇠파이프 vs 방패 왜 악순환이 계속되나'」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0)
등록 2013.08.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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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고 깊이 있는 의제설정 노력에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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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농민 사망사건과 전·의경 부모들의 폭력시위 항의 집회가 열리면서, 경찰의 폭력진압과 이에 맞서는 폭력시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시위문화 전반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시위대의 폭력성'에만 초점을 맞추며 정부가 '강력한 법집행'을 하지 않아 '폭력시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처럼 의제를 호도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SBS <뉴스추적>은 지난 18일 '쇠파이프 vs 방패 왜 악순환 계속되나'라는 방송에서 우리나라 시위문화의 문제를 살펴보고 그 대안을 모색했다. 특히 시위대와 진압대원 모두를 희생자로 만드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위진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으며, 평화시위를 가로막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도 함께 지적해 '시위문화 개선'을 위한 올바른 의제설정에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우선, <뉴스추적>은 현재의 시위가 왜 과격·폭력으로 흐르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취재진은 경찰대 교수와 함께 지난 농민집회 당시의 CCTV 화면을 분석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작은 돌출행동으로 경찰과 시위대가 흥분하게 되고,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시위가 대규모 폭력사태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뉴스추적>은 경찰의 진압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경찰은 시위진압을 위해 평균적으로 시위대의 1.5배가 넘는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하고 있다. <뉴스추적>은 이런 방식이 위압감과 과도한 긴장감을 조성해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할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평화시위가 정착되어 있는 홍콩의 경우 경찰력을 시위대의 1/1000수준으로 유지하며, 시위대의 자극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경찰들이 눈에 띄지 않도록 경찰력 배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훈련도 없는 전·의경들을 시위 일선에 배치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의경들은 수많은 시위에 차출되고 있으며, 시위가 없을 때에도 시설경비를 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전·의경들은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전무한 실정이며, 주먹구구식으로 상급자들의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시위진압 '노하우'를 배우는 수준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시위진압을 위한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지침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 매우 구체적인 시위진압 지침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위진압 규정이 추상적으로 되어 있어 오히려 공권력이 남용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또 홍콩이나 영·미의 경우 경찰은 사전에 시위주도자들과의 철저한 협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뉴스추적>팀은 홍콩 현지 취재를 통해 폭력시위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진행하고, 폭력시위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고 있는 홍콩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셋째, <뉴스추적>은 평화적인 집회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회적 갈등에 대한 '조정능력의 부재'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갈등상황 역시 미묘하고 복잡해지는데 정작 이를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역할을 어디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평소 '공론장'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도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왔다고 비판했다. 결국 갈등에 대한 조정능력의 부재는 사회적 약자들의 불만을 응축시켜 폭력시위와 같은 과격한 대응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위대의 과격한 시위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다만 프로그램의 초반부에 전·의경들의 부상 과정과 실태를 비추며 쇠파이프로 마네킨의 목을 부러뜨리는 실험을 하는 등 시위대의 폭력성을 지나치게 부각한 것은 자칫 프로그램이 전하려는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시위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자까지 생겼고 실명을 비롯한 시위대의 부상자도 부지기수였으나, 지나치게 경찰 측 부상자들의 사례를 부각한 점도 균형성에 있어 아쉽다.


지난 해 농민시위 과정에서 두 명의 농민이 사망했으며, 시위 과정에서 수많은 시위대와 전·의경들이 부상을 당했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이 물러나기까지 했다.
경찰청장이 물러난 이후 경찰내부에서 사태의 근본원인이 '폭력시위'에 있다면서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 데 대한 반발기류가 형성되었고 이후 일부 보수언론과 정부를 중심으로 '평화적 시위문화 형성=폭력시위 근절' 의제가 던져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뉴스추적>의 이번보도는 사회적 갈등조정기능 부재라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시위진압방식의 문제, 평화집회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제도적 문제까지 폭넓고 깊이 있게 관련 사안을 다루어 자칫 '폭력시위 근절=시위대책임론'이라는 협애한 의제로 왜곡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바로잡아 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우리는 시위가 과격해 지는 주요배경이 갈등을 분출하고 조정할 '공론장' 기능 문제가 있다는 뉴스추적의 보도에 동의하며 언론 기능의 회복을 특별히 주문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뉴스추적>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주요 사회적 사안에 대해 올바른 의제설정을 하며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해주기를 바란다. <끝>


 

2006년 1월 2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