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생방송 시사중심> 1월 17일 방송과 전용길 PD 발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0)
등록 2013.08.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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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중심>과 전용길 PD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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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줄기세포는 없고 논문은 조작됐다'고 결론을 내린 뒤에도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한 논란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황교수가 제기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란을 포함해 검찰이 줄기세포 연구를 조작한 주체가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는 와중에 확인되지 않는 추측과 주장들이 난무하면서 온 사회가 여전히 혼란에 빠져있고, 국민들은 헷갈려 하고 있다. 특히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황교수측의 '언론플레이'에 일부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이용'당하는가하면, 합리적 여론형성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기간공영방송 KBS가 '사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억측과 주장을 버젓이 방송하는 등 언론, 그 중에서도 일부 방송들이 국민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는 1월 17일 방송된 KBS <생방송 시사중심> '줄기세포 논란의 진실은 무엇인가'(이하 <시사중심>)가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기는커녕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시청자를 선동하고 국민적 혼란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은 황교수 지지자들의 다분히 감정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 주로 실리는 인터넷 웹진 '서프라이즈' 관계자의 발언에 큰 비중을 두면서 사실 확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내용을 거르지 않은 채 시청자에게 전해 물의를 빚었다. 전체 방송시간 58분 45초 가운데 무려 36%에 이르는 20분 53초의 시간을 서프라이즈 관계자에게 할애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전용길 PD는 프로그램 내내 서프라이즈 신상철 본부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비중있게 전달했으며 "우리가 황 교수를 서둘러 사기꾼으로 모는 바람에 특허권이 날아가게 생겼다"는 등 감성적인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이는 '진실'을 추구하면서 부단히 사실 확인 과정을 밟고,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언론으로서의 기본 역할을 방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날 <시사중심>은 방송의 거의 대부분을 다음과 같은 일부 친황우석 교수 성향의 '네티즌 의견'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첫째,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정명희 위원장이 "황교수팀의 배반포 형성 기술이 더 이상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며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르게 발언했다는 이유 등으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단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둘째, 서울대연구팀과 미즈메디병원 연구팀의 역할이 나눠져 있다는 것 때문에 "줄기세포가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미즈메디가 답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황교수가 논문의 제1저자이며 교신저자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마치 황교수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미즈메디 연구원들이 황교수를 속이고 연구를 조작한 것처럼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미즈메디에 배양기술이 없다면 사람 좋은 황 교수는 노성일에게 '우리 천천히 가세'라고 했을 텐데, 그럼에도 노성일이 밀어붙인 일은 없는지 핵심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고 네티즌들은 주장하고 있다"는 등의 황교수 편향적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하기도 했다.
셋째,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는 처녀생식에 의해 확립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해 "160만분의 1이라는 확률이 들어맞을 수 있는지에 대해 네티즌들의 논란이 있다"는 근거 없는 비과학적 주장으로 서울대 조사결과를 흠집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예수님 탄생의 비밀이 밝혀지게 됐다", "비오는 날 여성들은 주의해야 한다"는 등의 비아냥 어린 인터넷 상의 표현들을 무비판적으로 방송에 내보냈다.
넷째, "특허를 지켜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지금 황교수를 사기꾼으로 몰아 매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며 선진국과의 BT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비중있게 전하기도 했다. 또 "미국은 섀튼에 대한 조사를 먼저 시작했지만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가짜다', '줄기세포 없다'는 결론을 벌써 내렸다"며 "왜 미국처럼 천천히 하지 않는지, 냉혹한 세상에서 현명하지 못한지 안타깝다"는 식으로 지금 황교수팀 줄기세포 연구 조작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 마치 어리석은 행동인 것처럼 몰기까지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없다'고 결론난 줄기세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줄기세포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 황교수팀의 '연구성과'를 추켜세웠다. 또 처음 MBC <PD수첩>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쏟아졌던 '비전문가인 언론이 어떻게 과학을 검증하는가'라는 비난논리를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어렵다"는 패널의 말을 통해 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더욱이 "황교수 없어도 BT산업이 발전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신상철 본부장의 주관적인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논문조작'이 "일부 몇 명 젊은 연구원들의 철없는 불장난으로 밝혀진다면 억울할 것"이라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억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황교수 연구의 '조작'을 지적하며, 네티즌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은 지극히 '형식'적으로 다뤄졌을 뿐이었다. 그 내용을 주장하는 사람의 발언기회 자체가 9분 33초에 그쳐 신본부장 발언의 절반에도 미치지못했을 정도로 절대 부족했을 뿐 아니라, 반박 수위도 신상철 본부장의 일방적인 주장에 비하면 지나칠 정도로 '객관적'이어서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황교수를 비판하는 사람'으로 조선일보 기자가 패널로 나온 것도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처음 <PD수첩>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황교수 지키기'에 가장 앞장섰던 언론 가운데 하나였다. 그 뒤 황교수 논문의 조작이 판명나자 그 동안 자신들의 보도에 대해 아무런 사과없이 슬며시 '황교수 비판'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황교수가 여론반전을 위해 제공한 '통화녹취록'을 비중있게 다루는 등 황교수의 언론플레이에 협조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문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김철중 기자를 반대 패널로 선정한 것도 문제다. 그는 지난 해 12월 22일 MBC <100토론>에 출연했을 때, 비교적 '중립적인 위치'에서 주장을 펼쳤던 사람으로서, 인터넷상에서 제기되는 네티즌의 일방적인 주장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KBS <시사중심>이 조선일보 기자와 서프라이즈 논객을 대비시켜 출연시킨 의도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용길 PD는 여기저기서 17일 방송에 대한 비판이 제기됨에도 다시 한번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했다.
전PD는 <시사중심>이 "'1분짜리 팩트'에 매달린 뉴스구조를 극복하고 시사현안에 대하여 충분하고도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의 교류를 통해 건강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17일 방송된 <시사중심>은 그러한 기획의도를 무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팩트라는 이유만으로' 쉴새 없이 보도하고 양산해내 전체사안을 호도하고 애매하게 만들고, 어이없는 허위 사실까지도 서슴없이 무책임하게 보도하게"하는 이른바 '팩트 맹신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허위 사실'일 수 있는 내용을 '서슴없이 무책임하게' 보도했다. '팩트 맹신주의' 극복은 '사실'에 기반한 '탐사추적보도'로 가능하다. 17일 방송된 <시사중심>은 '팩트 맹신주의' 극복은커녕 '음모 맹신주의'가 아니었나 반성해야 한다.
또한 "검찰수사가 안 끝났으니 황교수가 100% 사기꾼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최근 검찰수사도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된 것이 틀림없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것으로 보인다", "조작은 황 교수가 아니라, 미즈메디측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섣부르게 예단하는 지점에 오면 왜 <시사중심>에서 이런 방송을 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이밖에도 이미 황교수의 '사기행각'이 드러났음에도 "현재까지는 그가 100% 사기꾼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상당한 사실들이 그가 말한 것이 맞다"며 황교수를 근거없이 감성적으로 옹호했고, 이로 인해 우리가 황교수를 '사기꾼'으로 모는 바람에 "미국, 영국은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는 식으로 '국익'을 앞세워 지금 진행되는 '진실규명 노력'을 '어리석은 짓'으로 물타기하기까지 했다.


언론인으로서의 자세가 의심되는 전PD는 오히려 "MBC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황교수의 논문조작을 파헤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MBC를 비난했다. 우리는 정말 묻고 싶다. KBS와 전용길 PD는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부 국민들은 혼란에 빠져있다. KBS와 <시사중심>은 더 이상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대중선동을 멈춰라. 아울러 여타 언론들 역시 사건의 전체적인 실체에 비춰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사소한 사안들을 대서특필하고 부각시키며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는 행태를 그만 두길 촉구한다. 지금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검찰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다. <끝>


 

2006년 1월 2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