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1월 12일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13)
등록 2013.08.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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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KBS, 끝까지 국민을 헷갈리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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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005년 사이언스지 논문은 물론 2004년 논문까지 조작되었고 단 한 개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황우석 교수는 1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자신은 미즈메디병원 소속 연구원에게 속았다', '논문조작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줄기세포의 진실성을 진단할 안목이 없었다'는 등 변명과 책임 떠넘기기에 더욱 집중했다. 또 '무균돼지 줄기세포 배양 성공', '특수동물 복제 성공' 등 아직 발표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다른 연구성과를 섣불리 언급하면서 논문조작이라는 본질을 물타기하려 했다.
언론들은 마땅히 황교수가 어떤 변명을 하는지, 그동안 얼마나 말바꾸기를 해왔는지 지적하고 국민들이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MBC만 그 같은 태도를 유지했을 뿐, SBS와 KBS는 황교수의 변명을 전하는데 더 치중했다. 특히 SBS는 황교수의 입장을 '중계'하듯이 보도해 아직도 황교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릇된 '대중영합주의'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SBS, 황교수 '입' 자처하나


황교수 기자회견과 관련해 모두 15건(단신 1건 포함)을 보도한 SBS는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건의 보도를 황교수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중계하는데 할애했다.
SBS는 첫 보도에서부터 '미즈메디 병원에게 속았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황교수의 주장을 "초췌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연구원들의 장래 얘기에서는 목이 메여…연구원들은 황 교수 자신을 믿고 일한 죄 밖에 없다며, 소중한 기술을 가진 인재들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는 식으로 아무런 비판없이 감성적으로 보도해 황교수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켰다. 특히 "황우석 교수는 갖고 있는 모든 기술을 국내 다른 연구팀에 넘겨서라도,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며 마치 황교수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사람인양 묘사하기도 했다.
이후 보도들에서도 아래와 같이 '논문조작'의 본질은 외면한 채 황교수의 주장을 신빙성있는 것처럼 표현하며 그대로 옮기는데 열중했다.

 

<SBS의 황교수 주장 '중계보도' 사례>
"논문이 결과적으로 조작된 것에 대해 책임은 지겠지만, 고의로 조작한 것은 아니었다고 황 교수는 반박…줄기세포 배양을 담당한 미즈메디 병원의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
"황우석 교수는 1번 줄기세포가 '처녀 생식'으로 생겼다는 서울대의 조사 결과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처녀 생식으로 사람의 줄기세포가 수립된 적이 없다면서 처녀 생식이 아님을 거듭 강조"
"서울대 조사위가 연구팀의 기술을 평가절하한 부분도 조목조목 반박…배반포까지는 정상적으로 만들었다고 강조"
"황 교수팀은 배반포까지만 만들었을 뿐 줄기세포 배양은 전적으로 미즈메디 병원에 맡겼다고 설명…미즈메디 연구원들이 바꿔치기를 한 동기에 대해서는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것처럼 속여 논문에 이름을 올리려고 한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정"
"사용된 난자개수를 훨씬 축소해서 논문에 실었다는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고 못박아…난자와 관련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난자를 제공해준 산부인과 의사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강조"
"황우석 교수는 노성일 이사장이 처음엔 2005년 논문의 교신저자를 요구했다고 밝혀…노 이사장이 김선종 연구원을 설득하면서 까지 제2저자 자리를 차지했다고 주장…검찰은 황 교수가 이 부탁을 거절한 게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우석 교수는 또 최근 의미있는 다른 연구 성과들을 거뒀다고 말해…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자체기술을 확보했다는 것"
"황우석 교수 뒤에 병풍처럼 서 있던 20여명의 연구원들, 회견 내내 침통한 표정이 이어지더니 하나둘 울먹이기 시작…황 교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회견을 이어나가며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여…지지자들은 여전한 모습…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지고, 변함없는 신뢰를 약속 '난자 기증자들 줄 서 있으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반면 이날 SBS의 15건 보도 가운데 황교수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소개한 부분은 "그러나 브릭을 비롯한 과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어떻게 해명해도 줄기세포 개수를 부풀린 것 자체가 이미 중대한 조작이라는 반응이다. 또 연구원 난자제공 사실 등 계속해서 말을 바꾼 부분에 대해서도 한 마디 언급이 없다며 황 교수를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물의 경우 테라토마 검사 외에 별도의 조직 분화를 검증하는 키메라 검사를 거쳐야 하고, 대체장기 이용도 아직은 먼 얘기라고 평가했다", "반면 황 교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연구원들을 배석시켜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했다는 비난도 나왔다"는 단 3차례의 '언급'에 불과했다.
SBS가 '중계보도'한 이 같은 황교수의 주장은 그 자체가 일방적인 '주장'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황교수가 수차례 기자회견에서 '말바꾸기'와 '거짓말'을 해왔음이 밝혀진 것은 물론 핵심사안인 논문조작이 진실로 드러난만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이미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매일같이 6명의 연구자들이 줄기세포를 확인했다'면서도 '미즈메디 연구원에 의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됐다'는 황교수의 주장은 일반인들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지만 검찰수사를 통해 명백하게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을 통해 수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황교수측의 주장은 핵심사안인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의 DNA가 논문에 기재된 체세포 공여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진 이상 하나의 논란거리일 뿐 비중있게 다뤄지며 '황교수의 결백'을 증명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논란이 되는 '배반포 형성기술의 독창성 여부'도 배반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평가할 부분이 있으면 평가하면 될 뿐, 그 동안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며 척수장애인들에게 '당신을 걷게 하겠다'고 거짓말해온 황교수의 잘못을 가릴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상황이 이러함에 따라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황교수의 기자회견을 꼼꼼하게 따지고 지적할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따져야 마땅했다. 특히 자신의 연구원 20여명을 대동한 황교수의 기자회견 자체가 '여론의 반전'을 노리는 '언론플레이'라는 지적이 있는만큼 무비판적으로 황교수의 주장에 휩쓸린다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비판기능'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SBS는 아직도 황교수에게 미련이 남았는지, 아니면 일부 지지자들의 황교수에 대한 '광적'인 성원을 국민 대다수의 여론으로 착각했는지 황교수의 '입'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황교수의 언론플레이', 지적 못한 KBS


KBS도 SBS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태도를 보였다.
"황우석 교수는 오늘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면서도 자신이 전체를 관장할 수는 없었으며 자신도 이번 논문 조작 파문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폈다", "황 교수는 또 최근 인간 유전자를 지닌 무균 돼지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으며, 늑대로 알려진 특수동물에 관한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에 제출해 놓은 상태라며 지금도 연구팀이 성과를 이뤄나가고 있다고 주장", "조사위의 판단대로 처녀 생식이 맞다하더라도 자신은 유영준 연구원에게 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조사위에서 1번 줄기세포의 DNA가 논문과 전혀 다르게 나온 것에 대해 황 교수는 미즈메디 측의 잘못이라고 주장", "황 교수측은 실제로 사용한 난자 갯수가 논문에서 밝힌 수치의 두,세배를 넘지는 않는다며 조사위가 밝힌 채취 난자의 숫자보다 적을 것이라는 주장" 등 KBS의 보도는 SBS보다 강도가 약하긴 했으나 대부분이 '황교수의 주장'을 전달하는데 할애됐을 뿐 비판적으로 접근한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황교수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반응을 전하면서 "조사위원들은 '인간복제배아로 배반포를 형성한 기술'이 독보적이라는 황교수의 주장도 인정…최종 발표 때 정명희 위원장이 설명을 잘못한 것일 뿐 최종 조사보고서에서는 황 교수팀의 복제배아 배반포 형성 기술의 독창성을 분명히 인정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하는 등 '배반포 형성 기술의 독보성'을 강조하는 황교수측 주장을 부각해 '본질 흐리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언론플레이'라는 지적이 높은 황교수의 기자회견 연구원 대동에 대해 비판하기는커녕 "황 교수 혼자가 아닌 연구팀 20여 명이 같이 해…이들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한 시간 내내 황 교수 뒤에서 자리를 지켜…황 교수는 기자회견 중간중간 이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시키기도 했다"며 이들이 황교수의 주장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존재인 것처럼 보도했다. 또 "연구원 상당수는 황 교수가 연구원들의 순수한 열정을 강조하며 모든 비난은 자신에게 돌리라는 말에 눈물을 흘리기도…황 교수 역시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힌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며 황교수의 '언론플레이'에 그대로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 역할 다한 MBC


반면 MBC는 SBS, KBS와 달리 "논문 조작의 책임까지도 미즈메디병원측 연구원들이 져야 한다"는 등 황교수의 주장을 전하기는 했지만 곧 이어 "박종혁, 김선종 연구원은 황 교수가 자신들을 논문조작의 주범으로 지목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황 교수가 논문 조작 주범의 한 사람으로 꼽은 유영준 전 서울대 연구원은 MBC와 전화통화에서 황 교수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며 당사자들의 반박 또한 충실히 보도했다.
또 황교수의 '배반포 형성기술'에 대해 "황우석 교수는 그 동안 줄기세포를 만드는 원천기술이 있다고 주장해 오다가 오늘 회견에서는 배반포기술이라는 말로 바꿨다"며 "수립된 배반포가 줄기세포를 성공적으로 배양해낼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미니무균돼지' 등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상당한 업적인데 하지만 설익은 연구성과로 본질을 흐리려 게 아니냐 하는 지적이 즉각 나왔다"며 지적했고, '논문조작'의 책임을 떠넘기는 부분에 대해 "논문의 데이터 조작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황 교수의 말에 대해 서울대 수의대의 한 교수는 책임 있는 학자로서 할 말이 아니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으며, "줄기세포가 완전히 조작되고 있는데도 몰랐다면 황 교수는 도대체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한 걸까"라며 강하게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논문 조작이라는 명백한 사실에 대해 명확하게 시인도 반성도 하지 않는 채 자기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황 교수가 오히려 천부적인 언론친화력과 대중 선동을 통해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한 과학도는 오늘 황 교수의 모습에서 과학자가 아닌 정치인을 연상했다며 혀를 차…젊은 연구자들을 줄줄이 등장시킨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등 황교수 기자회견에 대해 '브릭'의 젊은 과학자들이 보인 '반응'을 상세히 전하면서 황교수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고, '조국, 대한민국, 민족'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대중들의 애국주의적 감성을 자극하는 황교수에 대해 "한 시간 남짓한 오늘 기자회견에서 황우석 교수는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8번 사용했다"며 "진실이 사라져버린 그의 애국은 결국 자신과 그의 조국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우리는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무분별하게 여론에 편승해 진실을 호도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지적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인 '논문조작'의 진실이 밝혀진 지금까지도 일부 언론들은 여전히 '황우석 신화'에 매달려 진실을 진실답게 밝히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SBS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KBS 등 일부 지상파방송마저 아직도 '황교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KBS 등이 사실관계가 분명해진 지금까지 '황우석 교수의 주장'에 매달리는 이유가 혹 돋보이는 '탐사저널리즘'으로 진실을 파헤친 MBC에 대한 '빗나간 경쟁의식' 때문은 아닌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의식이 있다면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진실을 밝혀오는 과정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지만 동시에 과학계는 물론 언론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상처를 치유하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신화'에서 벗어나 새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송들은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 앞장 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진 만큼 더 이상의 미련은 버리고 국민들이 올바른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여론을 호도해 온 과거 보도행태에 대한 '철저한 자성'을 증명하는 길이다. <끝>


 

2006년 1월 1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